영국에서 나온 황병기 5집. 우리나라반에 이미 영어 설명문도 있고 하건만 뭐하러 또 영국에서 따로 내나 싶었는데 라이너 노트가 프리마스터를 맡은 디즈 헬러란 양반에 의해 다시 쓰여졌고, 그걸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나눈 걸 보면 보다 월드뮤직적인 색채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제목도 무려 [The Best of Korean Gayageum Music]이고.
그리고 이것도 국내반과의 차이인데 프러듀서인 오대환의 이름이 빠져있는 걸로 짐작할 수 있지만 요 영국판은 국내반과는 다른 음색을 들려줍니다. 역시 디즈 헬러란 양반의 솜씨인 거 같은데 이걸 전반적인 서구 취향이라고 해야 할지, 영국 취향이라고 봐야 할지, 아님 독일 취향인 건지(디즈 헬러는 아마도 독일계인 듯)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반보다 한음 한음이 결집된 느낌이랄까요. 다만 그렇게 음의 결집이 이뤄진 대신 가야금의 깊은 울림이 만들어내는 여운도 그만큼 사라져서, 전체적으로 음이 얇아진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샤미센 음색까지 떠올린다는 건 오버지만 박약한 지식으로 비슷한 인상을 찾다보니 그게 떠오를 정도로 얇아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프러듀싱을 달리 하면서 녹음시 공명통 밑에 질그릇을 받쳐 확성장치로 써서 얻어낸 효과가 상당 부분 실종된 것이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취향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 개인적으론 국내반이 훨씬 낫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굳이 영국반을 구할 필요 자체가 없는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