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매주 수다 떠는 댓가로 소정의 알바비를 지급해주시는 고마우신 작가분과 이벤트에 환장한 요즘 세대에 대해 개탄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아니 그럼 넌 2X살인데 요즘 세대 아녀? 하하하 전 좀 뭐 잘 모르겠네요 스타크래프트도 1999년 밀레니엄 맞이 기념으로 딱 세 번 해보고 관뒀고. 암튼 키스데이라고 하니까 뭐 그러려니 합니다만, 이걸 핑계로 명동에서 늘끈쎅씨한 모델들이 행인 붙들고 합의하 강제뽀뽀를 하는 이벤트가 벌어졌다고 기사 나고 그랬네요. 뭐 외국에선 기네스 기록 세우려고 떼거지로 혀까지 빨아가면서 키스하는데 이거 가지고 뭐 대수야 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역시 이런 행사는 돈이 껴서 만든 행사니까요. 6월 14일에 입술박치기에 대한 무슨 역사가 있는진 잘 모르겠네요. 뭐 있긴 있습니까? 암튼 2월 14일에 맞춰서 매달 14일에 기념일을 만들어놓는 안이함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처음엔 여자가 주고 다음엔 남자가 주고 그 다음엔 서로 합의하에 상호 주고받으니 나름대로 민주주의적이긴 하군요.
생각해보면 자신이 이런 이벤트에 별 관심이 없는지라, 백일 맞이니 천일 맞이니는 뭐, 고려해본 적도 없고(거기까지 가본 적도 없고)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 30만원 어치 받아본 거하고(솔직히 돈으로 달라고 말하고 싶었음....) 화이트데이 때 친구한테 돌기형 고급콘돔 선물로 보내준 거 외엔 이쪽 관련 경험사례는 없다고 봐야 할 듯. 이러다 나중에 또 기억날지도 모르겠지만 이벤트가 나중에서야 기억날 정도의 인상만 남아있다면, 그 가치란 게 어련한 거겠습니까.
어쨌든, 저 소식을 보고 버럭 차라리 쎅쓰데이를 만들란 말야 새끼들아 하고 외치는, 대다수의 리플러들 및 심정적 동조자들이 보여준 패턴화된 반응은 안 나왔습니다. 공식 쎅쓰데이는 크리스마스로 자리잡힌지가 꽤 오래기 때문에. 인류 구원에 인생을 바친 양반이 태어난 걸 기념하는 날이 어느 틈엔가 성스럽게든 격렬하게든 귀결은 떡질하는 날로 바뀌게 된 과정은 서구 패권적 견지에서 보편화된 신화에 대한 야매신자 또는 비신자들의 수용이 자연스럽게 샤머니즘적 경지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딱히 숙박업계의 로비 때문에 떡데이가 된 거 같진 않거든요. 그런데 정작 저는 크리스마스에 떡질해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아무튼 중요한 건 마키하라 노리유키의 헝그리 스파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