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니쉬쿠키가 하도 비싸서, 딴에는 돈 좀 아껴볼려고 그 옆에 진열되어 있던 227그램 짜리 컴플리먼츠 쿠키라는 딱지가 붙은 빨간색 종이박스를 집어들어 계산했다. 뭐 리펜사 딱지도 붙어있고 해서, 모양도 얼추 비슷한 게 깡통 데니쉬쿠키의 염가버전인가 싶어서였다....
내가 과자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어설프게 과일향이나 맛이 들어가 있는 거다(예 : 오백원 짜리 크림빵 크림 속에 바락바락 넣는 오렌지향 등등). 원재료의 빈한함을 감추기 위한 그 천박한 혀속임을 2500원 짜리 쿠키에서 맛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버터의 풍부한 맛따윈 저멀리 날아간 상태에서 사과향, 오렌지향, 시나몬향이 마구잡이로 뒤엉킨 컴플리먼츠 쿠키는 예술가가 되지 못한 사기꾼의 맛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전 5종으로 이뤄진 쿠키는 무슨 이유에선지 전체적으로 그 경도가 상당히 약한 편이라 식감에 있어서도 흡사 습기에 약간 절은 설탕덩어리를 부스러뜨리는 듯한 감각을 전해준다. 물론 그순간에도 혀는 시나몬+사과+오렌지가 뒤섞인 그 혼돈스러운 향미료의 고문을 까먹지 않고 느껴야했다.
오기로 먹다가 결국 밀가루맛만 남은 입안, 침에 절어 굴러다니던 탄수화물덩어리들이 재빨리 자리잡은 이빨 사이를 애써 이쑤시개로 파내고 있는데 라디오에선 김아중의 '마리아'가 흘러나온다.
아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