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 - Best of ohmynews, 사는 이야기 1
최성이 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수필집이다. 본디 짧은 글들은 읽기를 싫어하기에 이 책을 사는데는
많은 주저함이 필요했다. 짧은 글이 주는 깊은 고민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글을 읽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오마이뉴스에서 나온 수필집이라는 것이 선택에 중요한 몫을 했다. 제도 언론과는 다른 대안 언론이라고 자부하는 오마이뉴스가 내놓은 책.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섰다.책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 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2부에서는 정체성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백을, 3부에서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1부의 16개의 글들을 읽으면서 참 답답했다. 아직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나라에 손이 가야할 곳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경찰관에게 신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지 않나, 실수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도 모른 척 해버리는 얌체정신,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을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 등등. 한결같이 생활의 작은 부분들이지만, 하나같이 열 받는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무심해 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나도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밀려 왔다. 2부에서는 어느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가 큰 제목으로 되어 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이혼해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이다. 이 세상에서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따로 놀지만,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느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아픔이리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혹은 접하고 있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들. 어떻게 매듭을 풀지 못하고 파국을 맞은 상태. 그 상태에서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는 진심이 다시 서로를 묶어 주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한발 양보해서 지금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는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3부에서는 모두 찡한 사연들로 채워져 있다. 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은 그 제목만큼이나 코 끝을 찡하게 했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 아빠를 사랑하는 딸. 형편이나 처지가 사랑을 저울질하지는 않으리라. 장애인 카드를 내밀며 핸드폰을 알아보라는(사라는 것도 아닌, 알아보라는...혹시 무료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아빠. 마치 아빠를 파는 것 같아 망설이는 딸. 3부는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중간에 끼워져 있는 사진글들. 몽골에서의 여행, 어느 작은 분교에서의 운동회 등등. 남들은 찾기 힘든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안목이 부럽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라 해도 애써 무시하고, 어떤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라 해도 바로잡으려 한다. 어떤 것이 더 옳은 사람일까? 끊임없이 참여하며 끊임없이 연대하는 그런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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