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크 1
김하준 지음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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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재미있었다. 우연히 운좋게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 귀공자 지크가 위로부터의 사회혁명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엘리트주의의 극치라 해도 나름대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빠른 스토리 전개, 쭉쭉 뻗어나가는 이상향. 소설이라기보다는 거의 설명문과 논문에 가까운 문장이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어서 처음에는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뒤로 가자 이 소설의 엘리트주의는 마침내는 순혈주의랄까, 인종차별주의에까지 이른다. 주인공 지크가 인간이 아닌 고엘프의 피를 타고났다라. 왜 지크는 그저 평범하게 인간이면 안되늰가? 지금도 충분히 모든 것을 타고나고 운도 좋고, 그야말로 은수저가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를 타고 나서, 자신의 여자 하나를 구하기 위해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가책도 없이 짓밟은 코만도짓을 하는 녀석이, 심지어 인간보다 고귀한 고엘프의 피까지 타고났다는 대목에서 나는 질려버렸고 더이상 이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용 전개상의 문제, 어설픈 문체, 심한 계몽주의 연설조의 어투, 그래도 그것이 인간이 이루어가는 인간의 이상향이었기에 흥미가 있었건만... 그 강점마저 사라져버리다니. 용두사미의 대표적 작품이다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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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타 칼니스의 아이들 1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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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판타지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판타지의 정의라고 할까,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것이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그린 것>이라고 할 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요소라고는 중간에 나오는 게임 팔란티어 뿐인데, 그것은 분명 RPG 게임일 뿐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리니지> 등의 게임을 진화시킨 것일 뿐이다. 우리가 리니지 게임을 한다고 이 현실이 판타지가 되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팔란티어가 스타크래프트처럼 SF 게임이었다면 이 소설은 그 때부터 판타지가 아닌 SF의 분류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사실 근미래의 한국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SF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주로 판타지 독자들이 읽고 열광하는 측면을 보이는데, 출판사가 판타지를 출판하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극중 게임이 판타지쪽에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판타지가 아닌 근미래 SF, 혹은 보다 리얼한 가상 현실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현실>을 향한 경고장이라고 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가치 역시 그 경고에 있다고 본다.

가상 현실의 체험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이보다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그리고 그것이 잘못 다뤄질 경우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이보다 더 살 떨리게 그려낸 소설은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모니터를 보며 하는 게임, 즉 우리가 TV를 보는 것과 다름없는 자세로 임할 수 있는 가상 머드 RPG인 <리니지>조차 숱한 문제점을 낳고 있는 마당에, 아예 자신의 뇌속에서 직접 펼쳐지는 3차원의 가상 머드, 그것도 모니터라는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주는 도구>조차 없는 그야말로 실감 체험이라면 과연 사람들이 그것을 현실과 잘 구분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들은 꿈을 꿀 때야 그것이 현실인줄 알아도 꿈에서 깨면 그것이 꿈인줄을 인식한다. 인간의 인식 능력이 그렇게 바보스럽지많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리니지>가 보이는 현실에의 영향력, 중독성, 폭력성을 생각하면,
과학의 진보가 가져오는 보다 리얼한 버추얼 세계가 과연 축복스러울 수 있는 것일까,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는 그 위험을, 현재 실현 가능한 기술들을 이용해서 만들어냄으로서-주라기 공원보다도 더 실현 가능한 기술로-그 위험성을 더 생생하게 그려낸 수작 중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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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보병 218부대
박일용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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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엽기가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서태지의 컴백홈을 패러디한 컴배콤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듯이 말이다.

전쟁을 희화화하는 것까진 좋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품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그 목적이 오로지 저질 개그 하나로 치닫고 있는데다가 그것마저도 하도 짜증스러워서 별로 웃기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전쟁인데 삽 하나로 적들이 물러간다? 짤막한 꽁트라면 모를까, 소설로서 최소한의 내적 구조도 갖디 못한 졸작 중의 졸작이었다.

아아, 대여료가 아깝다....(결국 중간에 보다가 돌려줘 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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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Cats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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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있는 단편들이 모두 수준작이지만 제일의 압권은 역시 마지막 단편일 것이다. 지극히 도덕적이고 모범적이었던 대통령이, 생각만 품었던 아주 작은 일탈. 대통령은 그 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저승길에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대통령만의 비밀을 뇌를 파헤쳐서까지 철저하게 까발린다. 덕분에 미궁에 빠져있던 그의 죽음의 과정, 살해자의 신원 등을 수사하는 데는 한결 도움이 되었지만, 글쎄. 과연 죽은 대통령은 행복했을까? 그는 자신의 작은 비밀이 끝까지 지켜지기를 원하지 않았을까.

그의 작고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수사의 편의성, 정의의 집행이라는 것이 과연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부분마저 파헤쳐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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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더난 '따로 있다' 시리즈 3
이상건 지음 / 더난출판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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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부자는 20대에 결정된다>라는 책을 읽고 젊은이들에게 지침이 될 책이라고 서평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책은 아무래도 배경이 일본이고 예를 든 것도 좀 극단에 치우친 터라 썩 와닿지 않았었다. 또한 <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이야기 뿐이라서 좀 김이 샜었는데, 이 책은 카드빚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부터 착실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에게까지 두루두루, 원론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면을 고루 갖춘 훌륭한 지침서이다. 내가 본 개인 경제 지침서 중에서는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쏙쏙 해주고 있달까. 저자가 추천한 www.donga.com의 세이노란 필자의 글도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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