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타 칼니스의 아이들 1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밀히 말하자면 판타지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판타지의 정의라고 할까,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것이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그린 것>이라고 할 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요소라고는 중간에 나오는 게임 팔란티어 뿐인데, 그것은 분명 RPG 게임일 뿐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리니지> 등의 게임을 진화시킨 것일 뿐이다. 우리가 리니지 게임을 한다고 이 현실이 판타지가 되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팔란티어가 스타크래프트처럼 SF 게임이었다면 이 소설은 그 때부터 판타지가 아닌 SF의 분류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사실 근미래의 한국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SF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주로 판타지 독자들이 읽고 열광하는 측면을 보이는데, 출판사가 판타지를 출판하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극중 게임이 판타지쪽에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판타지가 아닌 근미래 SF, 혹은 보다 리얼한 가상 현실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현실>을 향한 경고장이라고 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가치 역시 그 경고에 있다고 본다.

가상 현실의 체험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이보다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그리고 그것이 잘못 다뤄질 경우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이보다 더 살 떨리게 그려낸 소설은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모니터를 보며 하는 게임, 즉 우리가 TV를 보는 것과 다름없는 자세로 임할 수 있는 가상 머드 RPG인 <리니지>조차 숱한 문제점을 낳고 있는 마당에, 아예 자신의 뇌속에서 직접 펼쳐지는 3차원의 가상 머드, 그것도 모니터라는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주는 도구>조차 없는 그야말로 실감 체험이라면 과연 사람들이 그것을 현실과 잘 구분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들은 꿈을 꿀 때야 그것이 현실인줄 알아도 꿈에서 깨면 그것이 꿈인줄을 인식한다. 인간의 인식 능력이 그렇게 바보스럽지많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리니지>가 보이는 현실에의 영향력, 중독성, 폭력성을 생각하면,
과학의 진보가 가져오는 보다 리얼한 버추얼 세계가 과연 축복스러울 수 있는 것일까,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는 그 위험을, 현재 실현 가능한 기술들을 이용해서 만들어냄으로서-주라기 공원보다도 더 실현 가능한 기술로-그 위험성을 더 생생하게 그려낸 수작 중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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