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지배하는 동사의 힘 이미지로 기른다
폴 C. 맥베이. 우니시 히로토 지음 / 넥서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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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처럼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영어 단어장을 그림으로 만들자!'고 다짐한 분이라면 상당히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만들어봤지만 일일이 단어 뜻에 해당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여러가지 뜻풀이에 공통되는 그림을 하나 잡아낸다는 것도 역시 많은 고민을 수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림이 못생겼다고 구박(^^;)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세계명화 감상을 하는 것도 아닌 이상 간결하게 포인트를 잡아낸 이 그림들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가끔 그림 옆에 일본어 의성어를 미처 지우지 못한 부분이라든가, 일본어를 번역하다보니 다소 한국어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보입니다만 전반적으로 내용자체가 충실한 책이다보니 그런 자잘한 부분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성의있게 교열 작업을 해줬다면 더 좋았겠지요)

특히 기본동사인 go take get have 등의 설명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외로 문법 부분에서도 도움을 주더군요. 가령 I get the window repaired 라고 할 때 이걸 5형식으로 설명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I get 「the window repaired」라고, 3형식으로 이해하라고 하는군요. 실제로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고, 그렇게 하는 쪽이 더 이해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가면 자잘한 동사들은 그림이 좀 어색한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동사 공부의 기초로써 한권 장만해두면 좋을 책입니다.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번역자 이름 정도는 써주는 게 예의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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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배우는 피부 살림법
김효진 지음 / 보보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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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남자들도 피부미용에 신경쓴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요즘같은 시대엔 남자도 아름다움이 경쟁력이다. 그래서인지 사방에 좋다는 화장품이 널리고 깔렸다. 일본에선 금보다 더 비싼 화장품이 나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하고, 우리나라도 고가의 외제 화장품일수록 백화점에서 잘 팔린다. 어느 게 진짜로 좋은 물건인지 알지 못하는 레몬 마켓에서는 싼게 비지떡이라는 경험칙이 지배하는 것이 현실. 그리하여 비지떡으로 인식되는 걸 피하고자 화장품은 점점 비싸진다. 100만원짜리 화장품을 쓴들 그때만 반짝일뿐 좋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쓰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오고 계속 쓰면 내성이 생겨 더 비싸고 강력한 것을 찾게 되는 영역. 화장품이 마약과 무엇이 다를까.

그러다 이 책을 보았다. 피부가 좋아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에 이 책은 말한다, 그것은 화장품이 없어도 건강하게 유지되는 피부라고. 너무나 오랫동안 화장품 문화에 길들여있던 나에게 그 선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화장품을 쓰지 않고도 건강한 피부라니.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길로 책을 사들고 들어와 찬찬히 읽어본 나는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신뢰가 가고 믿음이 간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점에 수두룩빽빽히 꽂힌 흔한 한방 미용법 자연 미용법과는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좋은 피부가 뭔지 그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가장 쉽고 간결한 방법으로 현대인에게 맞게 개발해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방법이 참 쉽다. 처음엔 해독팩하고 아침 저녁으로 스프레이 찍. 그걸로 끝이다. 모든 피부에 적용된다. 얼마나 간단한가!! (간단하다는 거, 실천이 쉽다는거,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화장품 많이 써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탁월한 효과를 약속한다. 믿음이 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영원히 이 방법대로 가꾸라는 게 아니라 피부가 일단 회복된 다음에는 피부의 자연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즉 일단 피부가 좋아지면 그 다음부터는 안 써도 되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게다가 직접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어 부지런한 사람이면 돈도 얼마 안 든다!!

...나는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 못 되었다. 그래서 책에 나온 '살림 코스매직' 사이트에 가서 화장품을 사 쓰고 있다. 써보고 정말 효과가 있으면 서평을 쓰리라 했고, 실제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기에 이 서평을 쓴다. 내 피부는 지금 나아지고 있으며 매우 만족스럽다. 지금 하고 있는 집중적인 해독 과정이 끝나고 나면 좋아진 피부가 계속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이곳의 화장품을 이용 중이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화장품을 직접 만드는 방법도 나와있거니와, 그 이전에 피부를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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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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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옛날 우리집 근처에는 롯데에서 지은 설악 아파트가 있었고(지금은 롯데캐슬로 재건축됐다) 상가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어린이야구 팬클럽 사무실 비슷한게 들어서 있었다. 우리집에 하나 있던 야구광은 보무도 당당하게 회원 신청을 했고, 당시부터 이미 소파 귀신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내 손에 어거지로 배트와 글러브를 안겼다. 동네 꼬마 야구단이라도 있으면 좋았을테지만 온통 콘크리트와 아파트로 뒤덮인 계획도시에서 바랄 건 아니었기에 꿩대신 닭으로 나를 괴롭힌(그땐 정말 괴로웠었다-_-;) 언니였지만, 11살 때 이미 던지기 40미터로 여자 전교 1위였던 언니와 고작 10미터를 비실비실 굴려대던 지극히 평범한 여자애인 나와의 궁합이 잘 맞을리가 없었고, 공이 오면 눈을 질끈 감아버리던 나에게 언니는 차마 포수 글러브는 씌울 엄두도 못 냈다.......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언니는 정말 외로웠을 거다.

그래도 곁다리로 주워듣던 박철순, 최동원, 이만수 등등의 이야기는 나도 기억이 생생하다. 남들은 다 귀여운 동물 마스코트인데 홀로 왠지 촌스러웠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로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작가가 얼마전에도 바나나맨을 소재로한 <지구영웅전설>이라는 소설을 내어 상을 타고 신문에도 실렸을 땐 보지 않다가 이번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을 냈을 땐 부랴부랴 짬을 내어 서점으로 간 까닭은. 비록 자발적이진 않았어도 언니의 열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어린이 회원 유니폼을 받아들던 추억의 힘이었으리라.(...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는 OB베어즈의 물건도 꽤 있었다. 언니는 대체 어느 구단 회원이었지?-_-;)

책은 재미있었다. 시종일관 깔깔 웃으며 볼 수 있을 정도로 작가는 문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만화도 영화도 아닌 소설을 보게 만드는 힘인 문체의 맛깔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 '슈퍼'한 전설을 남기고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몰락과 비애에서 끊임없이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외바퀴 자전거인 자본주의 경쟁의 비정함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연결해내는 관찰력 또한 뛰어났다. 5공 시절 '빵과 서커스'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가 도입되었다는 건 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본격적인 경쟁과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시대가 한국에도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막이었다는 관점은 나로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면 바로 그 때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와 대히트를 쳤었다. 스포츠 만화계에서 풋풋하고 낭만적인 이상무 시대가 가고 비정하고 어두운 이현세 시대가 열린 것 또한 시대의 요청이자 변화였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도 그런 시대의 변화를 '삼미 슈퍼스타즈의 몰락'을 통해 깨닫고 패배하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며 살아가지만, '죽어라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일컫는 시대'에서는 승자든 패자든 모두 피곤할 뿐이다. 그러고도 주인공은 결국 패퇴하게 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이고 누구를 위한 '프로'인 것일까. '프로'의 시대는 과연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난 뒤에야 주인공은 '느리게 사는 삶의 즐거움'에 눈을 돌리게 된다.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는' 삼미의 정신, 아마추어의 삶에야말로 인간다운 평화가, 여유로움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프로' '1류', 이른바 'KS마크가 붙은 사회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얼핏 은희경의 <마이너리그>와도 통하는 데가 있어보인다. 그러나 단지 그런 '2,3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서 그친 <마이너리그>와 달리 이 책은 그 다음 단계, 더 나아간 모습, 어떤 깨달음의 평화까지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진일보한 면을 보인다. 내내 웃으며 읽었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묵묵히 눈을 들어 저녁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여운의 미덕이 살아있는 책. 앞으로도 작가의 활동에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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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의 각인 - 단편
서문다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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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 중 <그들도 사랑을 한다>는 꽤 예전부터 보고 있었지만 <이 소년이 사는 법> <END>는 얼마전에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셋다 모두 재미있음을 알고 부랴부랴 초기 단편도 챙겼다. 그게 이 책이었다. 그리고, 내가 왜 이 작가의 작품을 그동안 적극적으로 챙겨보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서문다미의 초기시절을 잡지 연재 당시에 봤다. 그러니까 이런 단편들과 <END>의 앞부분까지. 그리고 그때까지만해도 서문다미의 작품은 내겐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예지능력에 얽힌 단편 <일루전>은 <END>의 초기 설정 과정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저그랬다. <화빙> 이야기는 뒷이야기가 더 있었다면 모를까 단편으로 달랑 끝내려니 썰렁했고, <야수타임>과 <껍질의 각인>은 충격은 있었으되 마음에 남는 잔향은 없었다. 특히 <껍질의 각인>은 마무리만 좀더 세련되었다면-그러니까 전화거는 주인공 소년의 슬픔을 이렇게 직접적으로말고 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드러냈다면 수작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작가가 미숙했던 모양. 서문다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의미를 둘 수도 있는 책이겠지만 책 자체로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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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이 사는 법 1
서문다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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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대여점이 가게를 접으면서 일시적으로 땡처리업자가 들어섰다. 권당 500원씩에 만화를 판다기에 부리나케 달려가서 한웅큼을 집어들고 나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것이었다. 이 작가 서문다미의 <END>는 별로 재미없었던 기억이 있었기에(정확히 말하자면 이슈에 처음 연재될 당시만 봤다) 하물며 아동지에 연재됐던 이 작품은 볼 엄두를 내지 않고 있었었는데, 최근작인 <그들도 사랑을 한다>는 재미있었기에 마침 가격메리트도 크고 하여 냉큼 집어들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엄청 반성했다. 이 만화가 의외로 진짜 재미있었던 것이다. 내친김에 다른 대여점에서 <END>도 봤는데 3권부터 재미있어지더라; 속단은 금물이라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다.

아무튼 <이 소년이 사는 법>은 정말 웃겼다. 황당하면서도 가벼운 개그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주는 웃음도 상당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중심 스토리를 이어가는 작가의 공력도 만만찮음을 느꼈다. 개그를 차치하고서라도 하비수와 유도훈의 앞날은 정말 흥미진진했던 것이다. 정말 '이 소년' 유도훈이 사는 법은 왜 이렇게 파란만장한건지. 여왕님 하비수도 까딱하면 밥맛일 수 있는 캐릭터에게 내면의 외로움과 카리스마가 부여되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어서 냉큼 도훈이를 잡아먹거라~~♡) 멋있는 연출도 꽤 나온다. 특히 연극제에서 왕자역의 하비수가 모자를 벗고 공주임을 드러내던 그 씬은 정말 가슴 덜컥하게 멋진 연출이었다. 연재하던 잡지가 망한 건지 4권 이후로 나오지 않고 있는 건 안타깝지만, 4권까지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부디 뒷권이 나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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