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상을 부수고 싶다면 2
가오루 후지와라 지음, 하주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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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라는 영원히 매혹적인 소재를 다루었지만 이 이야기의 주제는 그들의 영원성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갇혀 있는 윤회, 인과의 업일 것입니다. 어떤 평범한 소녀가 우연한 이유로 흡혈귀가 되는가 싶더니 알고 보니 그들은 인연의 끈에 얽혀 있었다는 결말은, 굉장히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3권에서 드러나는 칸나와 렌의 전생. 또 전생, 그 또 전생. 그리고 마지막, 어느 신으로 여겨지는 존재들의 대화. 그렇다면 칸나와 렌은 영원히 윤회의 굴레 속에 갇혀서 죽고 죽이는 숙업을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요.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그리고 굉장히 허무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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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9번 세트 - 전9권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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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9권까지 읽었습니다. 최근엔 사람들의 질문을 엮은 책도 나왔고, 재작년 글래디에이터 개봉 당시엔 어떤 놈이 로마인 이야기에서 마구 짜깁기한 글래디에이터 평론으로 웹상을 휩쓸었다고도 합디다만, 한길사가 이 책으로 벌어먹고 산다는(정확하게는 이 책의 수익금으로 한길사 그레이트 북스를 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이 로마인 이야기는 누가 뭐래도 스테디 셀러이자 잘 쓰인 책일 겁니다.

저 개인의 감상이라면, 이것은 교양서이긴 하지만 정통 역사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시오노 나나미 개인의 의견이 굉장히 많이 본문 중에 엿보이고 다소 수필식의 말투도 눈에 띄고. 하지만 교양서로서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뒤에 로마가 지중해를 제패한 이후의 이야기는 역동성이 없어서 좀 지루했지만 실제 역사가 그러니까 할 수 없는 부분이겠고, 앞부분의 한니발 이야기, 카이사르 이야기, 술라와 그 숱한 사람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었지요. 지루하다고 쓴 부분도 사실,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다가 집어치운 적이 있는 저로서는 그에 비하면 정말 군계일학, 멋진 재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로마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그것도 이렇게까지 밀도있고 깊게 풀어쓴 책이 있어주는 것이 참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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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거꾸로 읽는 책 25 거꾸로 읽는 책 25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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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신돈은 단지 요승이며 반란자로만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부식은 삼국사기라는 현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서를 쓴 훌륭한 학자로,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러나 유시민 씨는 말합니다. 이 요승 신돈과 김부식, 국사책에 한줄로 나와 있는 이들이 얼마나 한국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그것도 악영향을…….

6월 항쟁에 관한 그 생생한 역사의 고찰도 좋았지만, 그보다도 저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바로 이 신돈의 이야기였습니다. 신돈을 읽는 사관이었습니다. 오늘날 나를 지독하게 짜증스럽게 만드는 이 땅의 식민 사관. 그 긴 뿌리의 가장 거대한 근원이 김부식이었다니……. 하긴,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했지요.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라는데 역사책에서 주로 배우는 건 2천년간의 역사뿐이니까요. 그것이, 김부식의 짓이었다니. 현재 사학자들이 다른 사료들도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지금 배우는 역사는 더욱 심하게 <김부식이 원하는 역사>, 왜곡된 역사였을 거라니……. 소름끼칩니다. 저의 인생에 있어서 국사관에 가장 큰, 신선한 충격을 준 책. 유시민 씨에게는 항상 감사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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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펠리는 쓸쓸하다 - 린다 김의 고백
린다 김 지음 / 서울문화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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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잘 나가는 여성들의 자서전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요. 이것도 그 일종인 것 같은데…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요새는 여자들이 꿈결같은 성공담보다는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처세술을 원한다고. 이 책은 시류를 잘못 읽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 그녀의 성공담에서 우리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별로 없었구요. 그녀의 일생담 그 자체가, 물론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그리 가슴에 와 닿지는 않던데요. 너무 딴 세계 이야기니까요. 백지연 씨 책은 차라리 배경이 한국이기나 하지……. 솔직히, 린다 김의 일종의 불륜 연애담은, 그것이 소설이었다면 모를까 별로 공감할 수도 없고 부럽지도 않고 짜증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쩝. 뒷맛이 그리 상쾌하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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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상담 듣는 여자
윤명혜 외 지음 / 바다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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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들 중에서도 윤명혜의 <몸값>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섬뜩했고요. 또한 곳곳의 적확한 속담과 유머로 인해, 읽는 재미가 참으로 즐거웠던 단편이었습니다. 주인공 <나>의 친구 경순이의 이야기를 <나>가 담담히 그려내는 방식으로 되어 있고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지 못해서, 결국 경순이는 맏딸 콤플렉스랄까, '남에게는 해줄 것만 있고 자신은 다 퍼줘야 하는' 그런 콤플렉스의 소유자가 되어버립니다. 그 와중에 떠맡게 된 끔찍스러운 시어머니.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남에게 다 화풀이하고 퍼붓고, 그걸 당해주지 않으면 온 집안이 악다구니처럼 되어버리고.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시어머니를 떠맡은 경순이는 시어머니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비명횡사해버리지요.

그 과정도 참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지만 가장 백미는 역시 마지막일 겁니다. 시어머니를 남은 두 형제 누구도 떠맡으려 하지 않아서 결국 경순이가 죽고 홀아비 집안이 되어버린 그 집에 다시 맡겨버리는 이야기. 애초에 경순이가 마지막으로 시어머니를 떠맡으면서 형제들에게 '집값에 보태라'고 받은 돈은, 결국 시어머니의 몸값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혹은 경순이의 생명값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 두 형제와 그 아내들을 욕할 수도 없습니다. 나라도 그 상황에서, 시어머니의 스트레스로 한 여자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그 시어머니를 맡고 싶을까요. 이 이야기가 섬뜩한 것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정말 외면하고 싶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데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글 자체도 참 재미있어요. 윤명혜의 해학적 글이랄까, 문장 자체의 재미가 전 참 좋더군요. 이 단편 하나로도 충분히 가치를 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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