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상담 듣는 여자
윤명혜 외 지음 / 바다출판사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여러 단편들 중에서도 윤명혜의 <몸값>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섬뜩했고요. 또한 곳곳의 적확한 속담과 유머로 인해, 읽는 재미가 참으로 즐거웠던 단편이었습니다. 주인공 <나>의 친구 경순이의 이야기를 <나>가 담담히 그려내는 방식으로 되어 있고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지 못해서, 결국 경순이는 맏딸 콤플렉스랄까, '남에게는 해줄 것만 있고 자신은 다 퍼줘야 하는' 그런 콤플렉스의 소유자가 되어버립니다. 그 와중에 떠맡게 된 끔찍스러운 시어머니.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남에게 다 화풀이하고 퍼붓고, 그걸 당해주지 않으면 온 집안이 악다구니처럼 되어버리고.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시어머니를 떠맡은 경순이는 시어머니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비명횡사해버리지요.

그 과정도 참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지만 가장 백미는 역시 마지막일 겁니다. 시어머니를 남은 두 형제 누구도 떠맡으려 하지 않아서 결국 경순이가 죽고 홀아비 집안이 되어버린 그 집에 다시 맡겨버리는 이야기. 애초에 경순이가 마지막으로 시어머니를 떠맡으면서 형제들에게 '집값에 보태라'고 받은 돈은, 결국 시어머니의 몸값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혹은 경순이의 생명값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 두 형제와 그 아내들을 욕할 수도 없습니다. 나라도 그 상황에서, 시어머니의 스트레스로 한 여자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그 시어머니를 맡고 싶을까요. 이 이야기가 섬뜩한 것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정말 외면하고 싶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데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글 자체도 참 재미있어요. 윤명혜의 해학적 글이랄까, 문장 자체의 재미가 전 참 좋더군요. 이 단편 하나로도 충분히 가치를 한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