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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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좋아하는 각종 매체들에서 이 책을 소개하며 치켜세우길래 길가면서 한번 사서 쭉 봤습니다. 읽을 때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등극이 그토록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플로리다 무슨 카운티의 나비모양 기표용지의 수수께끼도 이 책을 보며 매우 후련히 풀었습니다. 내용을 조금만 언급하자면 공화당원이 위장 탈당해서 민주당에 들어가 그런 기표용지를 도안했다더군요. 세상에나.

부시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짜증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이 책은 굉장히 후련합니다. 거침없는 입담, 인정사정없는 언어 망치질이 몹시 매력적이죠. 헌데... 헌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두번 읽게 되지는 않는군요. 중요한 정보들은 대충 머릿속에 들어 있어서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정보책이라기보단 문화비평서 부류가 아닌가 싶은데...

그래서 생각해 보았는데, 이 책의 지나치게 거침없는 입담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번 욕하면 후련해도 여러번 하면 스스로도 기분 잡치듯이, 이 책의 과격 편향적인 어조가, 두번 읽기엔 너무 투박하지 않았나 싶네요. (소녀취향적으로 말하자면 '글의 향기가 없다') 이 사람은 스스로의 나라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데 애쓴 나머지, 자신의 나라를 지나치게 구제불능의 무저갱으로 묘사해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첫맛은 톡 쏘는 상쾌함이 있지만 다 마시고 나면 입안이 텁텁한 청량음료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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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지음, 주윤정.최세희 옮김 / 이끌리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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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관심도 없었지만 받은 책을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집에 펴놓고 읽었는데... 어머니와 저의 공통 의견 '재미없다!'. 놀라운 것은, 그걸 저에게 준 사람이 이 책을 소개하며 '베스트셀러다, 반응 괜찮은 좋은 책이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서점 관련 종사자라지만... 어흐흑. 그래서 대체 이 책이 과연 '어찌하여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는가' 싶어서 알라딘에 와보니... 다행스럽게도 저만 재미없었던 게 아니네요.

별을 2개 준 건, 작가의 성실성과 편집의 깔끔함을 샀기 때문입니다. 질은 형편없이 값만 다락같이 올린 책들이 많은 요즘에 속지 컬러인쇄를 해가며 비교적 책도 두툼하고... 성의가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랫분들의 서평을 보며 제가 느꼈던 이 재미없음과 뭔지 모를 찝찝함이 뭔지 명확하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발칙한' '한국학'이라길래, 그래도 한국에 대한 어떤 비평서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홍세화나 박노자의 글들처럼요. 그런 책들은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인상깊게 읽었고, 읽으면서도 참 좋았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학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부분은 맨 앞의 서문이 아닌가 싶네요. 그 서문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속물 PD와의 한바탕 에피소드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김지룡의 '나는 솔직한 것이 좋다'에도 저런 류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PD'가 나옵니다. '방송이란 아저씨 미디어'라는 핵심을 찌르는 통찰도 나오는데, 이 책에도 똑같은 부류의 PD가 나오는 걸 보니 '과연' 싶네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단편적 인터뷰들(양복점 아저씨 같은 한국인도 나오긴 하지만)에 치중한 부분은 무척 산만했고, 북한 얘기도 '그래서 무슨 얘길 하고 싶어?'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평면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앞부터 차근차근 읽다가 재미없어서 중간부터는 띄엄띄엄 읽다보니 책을 총괄적으로 조망하지 못했지만... 저와 취향이 제 어머니도 재미없다고 책을 덮으시는 걸 보니, 더 읽을 의욕이 안 나데요.

흠, 만약 이곳에서 언급한 부산 외국인 거리, 이태원, 홍대, 그런 쪽의 문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쿨'한 문화로 인정받는 모양인데, 저같이 지루한 노땅 문화 방콕족에게는 정말 맞지 않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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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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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고백하자면,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돈'에 관한 부분이다. 가장 실생활에 유용한 부분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그래서 어머니 생신 때 선물로 드렸는데, 거참. 이 책 저자보다 나이가 많으신 우리 어머니는 '다 아는 내용'이라고, 반응이 시큰둥하셨다. 거참. 나이든 여성들에게 더욱 공감을 일으킬 책일 줄 알았는데... 내가 우리 엄마를 너무 몰랐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읽어 보니, 이 책은 어쩌면 나이든 여성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기 보다는 젊은 여성들에게 주는 지침서 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린 이렇게 산다' 라고 친구에게 수다떠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젊은 여성들에게 '우린 이렇게 산다'고 전범을 보여주는 듯한.... (그래도 노후 대비 이야기는 나이든 사람들에게도 공감될 내용 같았는데... 자식을 붙들어두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든가 하는 내용들)

뭐, 그걸 떠나서 이 책에 나온 작가 개인에 대한 느낌이라면, 참 열심히 산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이렇듯 책으로 담아낼 수 있었겠지. 그래서 읽으면서도 꽤 즐거웠고, 아아 내가 나이들어가면서는 이런이런 일들을 겪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간혹 자기 잘난체 같은 느낌도 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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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이 있었네
전영우 글.사진 / 학고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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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표지 사진을 보고, 멋진 나무들의 사진집인가보다 싶어서 덥썩 주문했었다. 요새 '블루데이북' 류의 사진이 전면에 드러나있고 글이 조금씩 있는 그런 사진집일 거라고 멋대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온 책은... 전면을 차지하는 거대한 사진과 달리 약간의 사진과 많은 글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아름다운 나무 사진들을 많이 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조금 실망. 알고보니 저자는 산림학 교수일뿐 사진작가는 아니었다. 뭐,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산 내 잘못이지...쩝.

교수의 책 답게 이 책의 주는 사진이 아니라 글이다. 한국의 숲, 세계의 숲에 관한 유래와 역사, 그리고 숲속의 이야기며 숲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일러주는 책. 그런 내용을 기대하고 보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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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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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의 외양부터 말하자면 느낌이 좋은 책이다. 분위기도 차분하고. 줄간이 좀 넓어 휑하긴 하지만 짜임새 있는 편집 덕에 별로 큰 단점으로 보이진 않는다. 상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요새 책들이 다 그런 것이니까 기왕 줄간이 널찍하다면 편집이라도 잘 해서 그걸 효과적으로 배치했다는 건 미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용을 볼 때는, 원래 좀 현학적인 글을 쓰던 사람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몇몇 사실적인 사물에 대한 묘사는 대단히 흥미롭고 놀라웠지만 다소 추상적인 주제라든가 인물에 대한 사모곡 식 글들은, 지나치게 관념적인 면이 엿보여 그닥 공감하기 어려웠다. 읽은 지는 꽤 된 책인데, 그렇게 세월이 지나 돌이켜본 저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른 어떤 관념적 글도 아닌 가장 사실적인 글인 '개발바닥' 이야기였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도 한몫 했겠지만, 그 글 자체도 굉장히 좋았다. 개털을 물고 둥지를 짓는 까치들의 운치있는 에피소드도 그렇거니와, 참사냥꾼과 사냥개의 일화 역시... 언제 읽어도 물리지 않고 잔잔한 웃음을 주는 실로 명 일화라 하겠다. 자두와 수박의, '에로틱한 속살'의 비유도 참 생생했고.

반면 이중섭 추모기 등에서는 심상이 딱 와닿지 않아 뜬구름같은 느낌이었고... 뭐, 이건 정말 개인적 감상이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이야기의 경우는, 내 생각과 많이 달라서 썩 달갑지 않았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에 대한 엄격한 자세가 굉장히 놀랍고 훌륭해 보였는데, 같은 소설가의 눈에는 그것도 아닌 모양이지... 하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구도자적 자세는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쓰는 이 김훈이라는 작가는, 과연 얼마나 엄격한 자세로서 글을 쓴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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