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노처녀다, 왜?
욜란다 네이브 글 그림, 전지운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한글제목 '노처녀'는 일단 합격점이다. 강렬한 제목 때문에 책을 들춰본 나같은 사람도 꽤 많을 테니까. 그리고 책 주인공도 노처녀로 보이니, 딱히 나쁜 작명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내용이 '노'처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맞다. 요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찍 '노처녀'의 정신상태에 빠지게 된다. 살아가기가 너무 팍팍해진 탓이다. 아마 한국전쟁 이래 한국인을 가장 화끈하게 바꾼 사회 변화는 IMF가 아닐까 할 정도로, IMF는 한국인들의 생활과 사고를 확 바꿔버렸다. 요새 대학생들의 무지막지한 취업 열기를 듣다보면 나만해도 벌써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는 걸 느끼게 되니까.

그런, 너무도 일찍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그 아이들의 정신상태는 이미 충분히 힘들고 피폐하지 않을까.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리고 자기 힘으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아직 사회적으로 '노처녀'가 아닌 연령이라 할지라도 이 책은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활에 내몰려서, 가벼운 우울이 나를 덮칠 때 한번씩 꺼내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그림도 귀엽고 그러면서도 참 푸근하다. 특징과 핵심을 잘 집어낸 그림. 위트있는 글도 글이지만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밝아지니까. 삶이 작은 것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도 일깨워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1 - 부기팝 시리즈 1, NT Novel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오가타 코우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원판 만화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요샌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나온 모양이다)
그다지 재미있게 읽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다. “석양빛”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허무하고 외로운 저녁노을빛의, 약간은 나른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소설도 읽어보았다. 원작은 더 재미있겠거니 싶어서.

하지만 소설은 만화보다도 더 끌리지 않았다. 일단 인정사정없는 직역투 번역도 껄끄러웠지만, 서술 시점이 정신없이 이동하는 통에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았다. 내내 맨앞의 캐릭터 소개부분을 봐가며 읽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분위기도... 어쩌면 맨 앞의 그 캐릭터 소개부분이 없었다면 “허무한 석양”의 분위기가 감소하지 않았을까. 평소 소설의 삽화에 그리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맨 앞의 캐릭터 소개 부분에서 그 그림의 매력이 없었다면 한층 재미가 반감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만화에서 많이 보던 평범한 소재로 이렇게 강력한 허무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쉽진 않을 것이다(일러스트의 영향을 포함하더라도). 하지만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서 내가 기대가 좀 컸던 탓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
케이티 마튼 지음, 이창식 옮김 / 이마고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주 신문마다 때려댄 책이라면서 사온 것을 옆에서 읽게 됐다. 신문마다 소개하는 건 나도 봤지만... 글쎄. 같이 읽은 사람도 한 말이지만, 일단 번역이 너무 직역체다. “우와~ 영어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으니까; 이렇게 심한 직역도 참 오랜만에 보는 듯. 책을 읽으면서 별로 재미가 없었던 건 그 탓도 클 것 같다. 하긴, 내가 적극적으로 읽고 싶어서 읽었다기보단 새 책이 생겨서 읽었다는 경향이 더 컸으니, 진짜로 이 책의 내용들-퍼스트레이디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었을지 모르지만... 글쎄. (책 임자는 힐러리 부분만 읽고 덮었다;;) 책 자체는 두껍(고 비싸)지만 12명이나 되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각 커플의 할당량은 많지 않아 평이하고 짧은 설명체 서술이 되고 있다. (번역도 그 평이한 문체에 한몫하고 있고) 유명하지 않은 대통령들도 많아서 그 사람들이 뭘 했는지 모른다면(즉 배경지식이 없다면) 정말 흥미가 떨어질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 몸의 몇십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졌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살아왔지만, 수소 두개 산소 하나로 이루어진 가장 간단한 물질 중 하나인 물이 이토록 신비로운 작용을 간직하고 있었을 줄이야.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정말이지 단지 원자 셋으로 이루어졌을 뿐인 이 물이라는 물질이, 세상 어떤 언어로 쓰여진 팻말이라도 '감사'와 '사랑', '적의'를 구분하여 반응한다는 것은. (정말로, 인류의 언어는 원래 하나인데 바벨탑 때문에 갈라진 것일까?)

그리고, 하물며 물이 이럴진데, 이렇게 간단한 물이 이럴진데, 우리 주위의 더욱 복잡한 물건들, 혹은 생명들은 어떠할지... 물에도 기가 깃든다면 물건에 기가 깃드는 옛 이야기들도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새, 다소 불순한 목적으로 이 책을 활용중이다. 물 먹기 전에,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고서 마시는 것이다. 정화수의 효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 그리고, 상황이 된다면 수도꼭지에도 정수기를 달고 세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 염소가 물의 생명작용을 그렇게 파괴한다면... 정수한 물로 세수하면 피부가 더 맑아질까? (.....너무 즉물적인 얘기는 그만 하기로 하자.;;)

인상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수많은 사람의 염원이 담긴 말이, 호수에 핀 적조를 없앴던 이야기... 믿어지지 않을만큼 신비로운 이야기였다. 정말 그랬을까. 정말 그랬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는 생각. 적조로, 녹조로 고통받는 우리 어민들을 위해.

애니미즘.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이 간직한 신비로운 힘... 나도 실험해보고 싶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개 100배 똑똑하게 키우기
후지이 사토시 지음, 최지용 옮김 / 보누스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슬프냐 하면, '왜 이런 책이 고양이 쪽엔 없느냐!!' 는 것이다. 멋진 책이었다. 내가 개를 기르지 않음에도, 나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음에도, 덥썩 사고 싶을 정도였다. 이 책이 고양이에게도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자기 최면 하에서.(하지만 사지 않았다. 개 책을 고양이에 적용시키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 같으니까)

하지만,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권 비치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고양이를 기르기 이전 15년간 개를 길러본 경험에서 말하건데, 우리집도 개를 기를 때 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했고 그리고 그 개들은 상전이 되었다. 심지어 어떤 개는 우리 식구들을 자기 멋대로 서열 짓고, 가령 윗서열과 아랫서열이 싸우면 윗서열을 응원한답시고 아랫서열 사람을 마구 짖고 물려고 들었다. -_-;; 그 개가 떠난지 1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윗서열이었던 사람은 그 개를 기릴 때 흐뭇한 표정으로 기리고 아랫서열이었던 사람(바로 나!!)은 그 개를 생각할 때 '느아쁜 놈~' 하고 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윗서열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기가 좋아하는 순서 중 윗서열'일 뿐, '자기보다 윗서열'은 아니었다. 그 개는 산책시킬 때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느라 바빴으니까. (이 책을 읽어보노라면 그것은 개가 '내가 상전이다!'라고 인식하는 표시라고 한다)

개에게는 인간의 생각과 달리 엄격한 위계질서를 잡아주는 것이 개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실례를 사실적으로 들어주는 이 책은, 읽으면서 내내 무릎을 치게 하곤 했다. 저자가 실제로 개를 기르는데 선수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읽다보니 왠지 이 책은 인간을 기를 때도(즉 애를 낳고 기를 때도) 꽤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엄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말이다. 이곳저곳에서 본 아이 기르기 법과도 꽤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서 그것도 흥미로웠다.

실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을 읽다보니 만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파티마가 생각났다는 것. ^^ 우리나라에 번역 안된 10권을 읽어보면, 어떻게 보면 가혹하게 파티마를 다룬다고 보여지는 필모어 파티마의 정신붕괴가 오히려 가장 적은 이유는 엄격한 위계질서-나는 인간이고 너는 파티마다-때문이라는 것이다. 파티마를 인간취급하면 정신붕괴한다는 대목. 왠지 이 책의 개 훈련시키기와 비슷하지 않은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