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 100배 똑똑하게 키우기
후지이 사토시 지음, 최지용 옮김 / 보누스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슬프냐 하면, '왜 이런 책이 고양이 쪽엔 없느냐!!' 는 것이다. 멋진 책이었다. 내가 개를 기르지 않음에도, 나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음에도, 덥썩 사고 싶을 정도였다. 이 책이 고양이에게도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자기 최면 하에서.(하지만 사지 않았다. 개 책을 고양이에 적용시키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 같으니까)

하지만,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권 비치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고양이를 기르기 이전 15년간 개를 길러본 경험에서 말하건데, 우리집도 개를 기를 때 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했고 그리고 그 개들은 상전이 되었다. 심지어 어떤 개는 우리 식구들을 자기 멋대로 서열 짓고, 가령 윗서열과 아랫서열이 싸우면 윗서열을 응원한답시고 아랫서열 사람을 마구 짖고 물려고 들었다. -_-;; 그 개가 떠난지 1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윗서열이었던 사람은 그 개를 기릴 때 흐뭇한 표정으로 기리고 아랫서열이었던 사람(바로 나!!)은 그 개를 생각할 때 '느아쁜 놈~' 하고 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윗서열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기가 좋아하는 순서 중 윗서열'일 뿐, '자기보다 윗서열'은 아니었다. 그 개는 산책시킬 때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느라 바빴으니까. (이 책을 읽어보노라면 그것은 개가 '내가 상전이다!'라고 인식하는 표시라고 한다)

개에게는 인간의 생각과 달리 엄격한 위계질서를 잡아주는 것이 개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실례를 사실적으로 들어주는 이 책은, 읽으면서 내내 무릎을 치게 하곤 했다. 저자가 실제로 개를 기르는데 선수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읽다보니 왠지 이 책은 인간을 기를 때도(즉 애를 낳고 기를 때도) 꽤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엄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말이다. 이곳저곳에서 본 아이 기르기 법과도 꽤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서 그것도 흥미로웠다.

실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을 읽다보니 만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파티마가 생각났다는 것. ^^ 우리나라에 번역 안된 10권을 읽어보면, 어떻게 보면 가혹하게 파티마를 다룬다고 보여지는 필모어 파티마의 정신붕괴가 오히려 가장 적은 이유는 엄격한 위계질서-나는 인간이고 너는 파티마다-때문이라는 것이다. 파티마를 인간취급하면 정신붕괴한다는 대목. 왠지 이 책의 개 훈련시키기와 비슷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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