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노처녀다, 왜?
욜란다 네이브 글 그림, 전지운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한글제목 '노처녀'는 일단 합격점이다. 강렬한 제목 때문에 책을 들춰본 나같은 사람도 꽤 많을 테니까. 그리고 책 주인공도 노처녀로 보이니, 딱히 나쁜 작명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내용이 '노'처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맞다. 요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찍 '노처녀'의 정신상태에 빠지게 된다. 살아가기가 너무 팍팍해진 탓이다. 아마 한국전쟁 이래 한국인을 가장 화끈하게 바꾼 사회 변화는 IMF가 아닐까 할 정도로, IMF는 한국인들의 생활과 사고를 확 바꿔버렸다. 요새 대학생들의 무지막지한 취업 열기를 듣다보면 나만해도 벌써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는 걸 느끼게 되니까.

그런, 너무도 일찍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그 아이들의 정신상태는 이미 충분히 힘들고 피폐하지 않을까.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리고 자기 힘으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아직 사회적으로 '노처녀'가 아닌 연령이라 할지라도 이 책은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활에 내몰려서, 가벼운 우울이 나를 덮칠 때 한번씩 꺼내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그림도 귀엽고 그러면서도 참 푸근하다. 특징과 핵심을 잘 집어낸 그림. 위트있는 글도 글이지만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밝아지니까. 삶이 작은 것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도 일깨워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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