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ins Cobuild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 (3판) - Paperback
Harper Collins 편집부 엮음 / Harper Collins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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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사전이 우리나라에서 뜬 것은 전적으로 '영절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퍼 콜린스 출판사는 정찬용 씨에게 트로피를 수여해야 한다!) 나 역시 그래서 이 사전을 샀으니 말이다. 그리고 2년, 나는 얼마 전 그 사전을 헌책방에 팔았다. 별로 많이 보지도 못했는데 반값에(훌쩍). 하기야, 중고책을 반값이나마 건진 게 어딘가. 그 돈으로 나는 맥밀란 축쇄판을 사는 데 보탰다. '축쇄판'이라는 게 중요하다. 사전은 결국 잘 찾아보도록, 손이 쉽게 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다. 두껍다. 무겁다. 그 주제에 제본은 허술하다. 조금만 관리 잘못하면 쩍 갈라지게 생겼다. 갖고 다녔다간 구겨지게 생겼다. 한마디로, 생긴 게 거창해서 쉽게 펴보기가 거북하다.

핑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건 근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내용이 좋으면 사전은 장땡이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한 때는 열심히 펼쳐봤었다. 그리고 영어 원서 한 권의 단어를 이 사전으로 관통한 뒤, 나는 다시는 이 사전을 펼쳐서 영어 단어를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감'을 키울 수 있도록 단어의 뜻을 상황으로 풀어쓴 의도는 좋지만, 모든 단어를 다 그렇게 써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어떤 단어는 롱맨이나 옥스포드 식으로 간결한 정의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단어가 if... 로 시작하는 긴 문장이다 보니 단어장 만들 때 골이 지근지근 아팠다. 이번에 맥밀란을 채택한 것은 그 사전이 생긴 것도 예뻤지만 설명방식에서 양극단의 장점을 취해 절충했다고 선전했기 때문이었다(실제로 써보니 만족한다. 편집도 그쪽이 훨씬 좋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나에게는 확실히 안 맞았던 사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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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로버트 하일브로너 지음, 김정수.이현숙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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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저 불만 한가지. 중간쯤 읽자 제본이 튿어지며 책이 반으로 갈라질 조짐을 보였다. 제본이 왜 이리 약한 건지... 경제 사상 입문서를 세 가지를 읽었다.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이 책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유시민의 책을 읽은 건 7년 전이다. 감명깊게 읽었고, 무엇보다도 매우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좋았다. 그러다가 유시민의 근간인 '경제학 카페'도 보게 되었고, 그 뒤에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으로서 '죽은 경제학자...'와 이 책이 쓰여있기에 믿고 골라든 것이었다.

그러나... '죽은 경제학자...'는 중간에 보다가 포기한 상태다. 내용은 비교적 쉽게 술술 읽히도록 쓰여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저자의 시선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 책은 유시민 씨가 '부자의 경제학...' 서문에서 썼던 표현을 빌자면 '강의실 안의 경제학의 관점' 즉 철저한 자유방임 옹호적인 보수파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었기에 읽으면서 꽤나 불편했던 까닭이다. 특히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악감이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랄했다. (책값이 아까우니 끝까지 읽긴 해야겠지만...이것참...)

그래서 그 책을 일단 덮고 꺼내든 것이 이 책이었다. 좀더 딱딱해보여서 두번째로 미루었던 것인데... 읽어보니 과연. 딱딱하였다. 원저자의 의도를 살리고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독자에게 안겨주기 위해 인용문을 길게 썼다는 건 알겠지만, 그러다 보니 인용문과 인용문 사이사이에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이 있고 인물 주장의 핵심이 제대로 짚이지 않아 독해에 꽤 어려움을 겪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래서 이 인물이 말하고자 했다는 게 뭐라는 거야?'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번역자에게 바란다면, 중간중간에 접속사를 끼워넣어서 이해를 좀 도왔으면 좋았으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죽은 경제학자...'와 '부자의 경제학...'의 중간 정도, 그러니까 중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인물들을 평가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편안했다.

아무튼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자 그대로 세상을 움직인 사상가들의 생각을 한번 읽고 이해하겠다고 한 것이 만용일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거의 비슷한 사상가들의 거의 비슷한 책들을 인용하면서 한번 읽고도 충분히 재밌게 이해가 됐던 유시민의 책을 생각하면, '이건 영어를 번역한 거라서 한국 독자에게 잘 와닿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들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PS : 그러고 보면 비슷한 류의 성장소설이라도 외서인 '호밀밭의 파수꾼'보다는 우리나라 양귀자씨의 '희망'이 훨씬 느낌이 확 왔었고 재미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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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화원에서 꿈을 꾼다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2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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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인상을 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은, 이 작가 작품 중에서는 고만고만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느낌은 좋았다. 워낙에 느낌을 잘 잡아내는 작가라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도 그런 느낌은 살아 있다. 아랫분이 '깊은 우물물을 퍼올리는 느낌'이라는 시적인 어구로 표현해 주셨는데,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이 작가가 잡아내는 '느낌'이란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현을 울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작품에 악사의 연주가 들어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담담하다. 사막을 끼고 벌어진 두 나라의 전쟁, 그 와중에서 살아가는 인간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얽혀 자아내는 피륙 같은 이야기.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했으나 또다른 이에게서 사랑을 받아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한 왕은, 한 순간 의심을 품은 까닭에 새로운 사랑을 잃는 것으로 대가를 치른다. 그리고 인생의 의욕을 잃은듯한 왕... 그런 그에게 다가온 악사를 새로운 사랑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의 외로운 감성에 공명하는 자라고는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런 외로움은 독자에게도 깊은 공명을 주고 있었다. 마지막의 해피엔드는 한편으로는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결말이었다. 느낌이 좋은 짧은 이야기 한 권을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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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God Child 1 - 백작 카인 시리즈 5
유키 카오리 지음, 주진언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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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카인 시리즈를 다시 읽어보진 않았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남들은 탐미다 뭐다 좋아하더만 난 그냥 그랬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천사금렵구를 거치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유키 카오리의 그림은 좋아했기에 새로 나온 카인 시리즈-신의 아이(...원제가 그런 거야 번역 오류인 거야? god child면 대자(代子)라며?)를 집어들었다.

집어들고 5권까지 보면서... 다소 황당했다. 이거, 내가 열혈 소년 만화 보는 건가? 아니, 그러기엔 카인이란 놈도 저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손쉽게 살인(당사자는 심판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해대는 놈이니 소년 열혈만화 주인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이건 뭔가. 세상을 갈아마시려는 정체불명의 사악한 집단을 분쇄하려는 정의의 사도 카인이라니. 동기야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뭔가...뭔가... 열혈물 분위기가 되어가면서 초기 카인 시리즈의 이미지로 기억됐던 어떤 퇴폐적인 탐미 분위기는 옅어져가는 느낌이다.

으음... 유키 카오리라는 작가는 아무래도 스토리 텔링에 매력을 부여하는 능력이 뒤쳐지는 거 아닌지 몰라; 천사금렵구도 그렇고 이 작품도, 탐미적이며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었다면 스토리 자체는 너무 평면적이지 않은가? 사건들 하나하나는 충격적이지만 인물들에 도통 공감을 못하겠다. 살아있는 인물이라는 설득력과 실감보다는 그냥 눈앞에서 필름 흘러가는 것을 무심히 보는 듯한 느낌으로 만화를 보았다. 일단 5권까지 빌려온 거라서 다 보긴 봤지만 두번 보고 싶을 만큼의 매력을 못 느꼈기에 바로 반납했다.

한마디로 그거다. 평범한 블록버스터. 똑같이 그림이 예쁘다면 차라리 천사금렵구가 낫구만. 그건 처음부터 건전 열혈 블록버스터였으니(소재만 근친상간이면 뭐해; 주인공들이 다 착해빠졌더만;). 이건 마이너 영화 찍다가 중간에 블록버스터로 감독이 바뀌어버렸다는 느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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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 영어, 외우지 말고 이미지로 그려라
오성호 지음 / 넥서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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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앞에는 10가지 질문이 나온다. 그리고 그 질문은 책의 맨 뒤에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 사이에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내놓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달라지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것이다. '단어는 아는데 해석이 안 된다'는 사태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쉬운 단어일수록 골을 싸맸다. 아는 단어 같은데도 사전을 뒤지고 뒤지고 또 뒤져야 했다. 그러다가 지쳐서는 '에라~'하고 내팽겨치곤 했다.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책의 서평을 읽게 되었다. 그 서평을 쓴 사람은 어마어마한 격찬을 써놓았고, 그에 놀라 시험삼아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어느새 나 역시 그 어마어마한 격찬에 동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근간부터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혁신적인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들의 잘못된 영어 상식, 잘못된 영어 오만을 하나하나 깨뜨리며 스스로를 되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happy'. 'happy accident'는 '행복한 사고'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낱낱의 뜻은 맞는데, 모아놓고 보니 어색하고 뜻이 안 이어지지 않는가? 이런 사태는 우리가 늘 겪는 일 중의 일부일 뿐이다. 단어를 뉘앙스, 어감으로 알지 않고 1대 1 대응어로 암기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우리는 '사과'하면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과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왜 'apple'하면 그런 과일을 떠올리지 않고 '사과'라는 글자를 떠올리는가? 그것이 '사과' 같은 물질명사가 아닌 추상명사나 형용사 동사로 가면 'happy accident'='행복한 사고' 같은 웃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독해가 안 되는 것은 안다고 생각하는 그 단어의 뜻을 사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들리지 않는 것은 읽어도 해석이 안 되기 때문이다' 라는 진단을 내린다. 정말이지,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내친김에 더 찾아봤는데, 이 책이 내세우는 '단어의 그림을 그려라'는 이 책의 저자가 예전에 냈던 네오퀘스트의 책들 '이 땅에 태어나 영어 잘하는 법' '동사를 알면 죽은 영어도 살린다'에서도 반복되는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책들과 이 책의 특징은 엄연히 다르다. 옛 책들은 영어 공부에 관한 여러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단어의 착각'이라는 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을 매우 깔끔하고 눈에 쏙 들어오게 다루고 있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단어의 착각'이야말로 우리가 영어를 못하게 하는 주범이고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책 한권을 통해 따로 강조해야 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나는 다시 영영사전을 새로 장만했다. 그리고 영어단어장을 장만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가득차 있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고 있었던 것은, 모르는 데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준 이 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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