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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 영어, 외우지 말고 이미지로 그려라
오성호 지음 / 넥서스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 앞에는 10가지 질문이 나온다. 그리고 그 질문은 책의 맨 뒤에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 사이에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내놓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달라지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것이다. '단어는 아는데 해석이 안 된다'는 사태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쉬운 단어일수록 골을 싸맸다. 아는 단어 같은데도 사전을 뒤지고 뒤지고 또 뒤져야 했다. 그러다가 지쳐서는 '에라~'하고 내팽겨치곤 했다.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책의 서평을 읽게 되었다. 그 서평을 쓴 사람은 어마어마한 격찬을 써놓았고, 그에 놀라 시험삼아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어느새 나 역시 그 어마어마한 격찬에 동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근간부터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혁신적인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들의 잘못된 영어 상식, 잘못된 영어 오만을 하나하나 깨뜨리며 스스로를 되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happy'. 'happy accident'는 '행복한 사고'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낱낱의 뜻은 맞는데, 모아놓고 보니 어색하고 뜻이 안 이어지지 않는가? 이런 사태는 우리가 늘 겪는 일 중의 일부일 뿐이다. 단어를 뉘앙스, 어감으로 알지 않고 1대 1 대응어로 암기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우리는 '사과'하면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과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왜 'apple'하면 그런 과일을 떠올리지 않고 '사과'라는 글자를 떠올리는가? 그것이 '사과' 같은 물질명사가 아닌 추상명사나 형용사 동사로 가면 'happy accident'='행복한 사고' 같은 웃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독해가 안 되는 것은 안다고 생각하는 그 단어의 뜻을 사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들리지 않는 것은 읽어도 해석이 안 되기 때문이다' 라는 진단을 내린다. 정말이지,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내친김에 더 찾아봤는데, 이 책이 내세우는 '단어의 그림을 그려라'는 이 책의 저자가 예전에 냈던 네오퀘스트의 책들 '이 땅에 태어나 영어 잘하는 법' '동사를 알면 죽은 영어도 살린다'에서도 반복되는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책들과 이 책의 특징은 엄연히 다르다. 옛 책들은 영어 공부에 관한 여러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단어의 착각'이라는 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을 매우 깔끔하고 눈에 쏙 들어오게 다루고 있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단어의 착각'이야말로 우리가 영어를 못하게 하는 주범이고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책 한권을 통해 따로 강조해야 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나는 다시 영영사전을 새로 장만했다. 그리고 영어단어장을 장만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가득차 있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고 있었던 것은, 모르는 데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준 이 책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