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로버트 하일브로너 지음, 김정수.이현숙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먼저 불만 한가지. 중간쯤 읽자 제본이 튿어지며 책이 반으로 갈라질 조짐을 보였다. 제본이 왜 이리 약한 건지... 경제 사상 입문서를 세 가지를 읽었다.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이 책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유시민의 책을 읽은 건 7년 전이다. 감명깊게 읽었고, 무엇보다도 매우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좋았다. 그러다가 유시민의 근간인 '경제학 카페'도 보게 되었고, 그 뒤에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으로서 '죽은 경제학자...'와 이 책이 쓰여있기에 믿고 골라든 것이었다.

그러나... '죽은 경제학자...'는 중간에 보다가 포기한 상태다. 내용은 비교적 쉽게 술술 읽히도록 쓰여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저자의 시선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 책은 유시민 씨가 '부자의 경제학...' 서문에서 썼던 표현을 빌자면 '강의실 안의 경제학의 관점' 즉 철저한 자유방임 옹호적인 보수파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었기에 읽으면서 꽤나 불편했던 까닭이다. 특히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악감이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랄했다. (책값이 아까우니 끝까지 읽긴 해야겠지만...이것참...)

그래서 그 책을 일단 덮고 꺼내든 것이 이 책이었다. 좀더 딱딱해보여서 두번째로 미루었던 것인데... 읽어보니 과연. 딱딱하였다. 원저자의 의도를 살리고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독자에게 안겨주기 위해 인용문을 길게 썼다는 건 알겠지만, 그러다 보니 인용문과 인용문 사이사이에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이 있고 인물 주장의 핵심이 제대로 짚이지 않아 독해에 꽤 어려움을 겪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래서 이 인물이 말하고자 했다는 게 뭐라는 거야?'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번역자에게 바란다면, 중간중간에 접속사를 끼워넣어서 이해를 좀 도왔으면 좋았으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죽은 경제학자...'와 '부자의 경제학...'의 중간 정도, 그러니까 중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인물들을 평가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편안했다.

아무튼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자 그대로 세상을 움직인 사상가들의 생각을 한번 읽고 이해하겠다고 한 것이 만용일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거의 비슷한 사상가들의 거의 비슷한 책들을 인용하면서 한번 읽고도 충분히 재밌게 이해가 됐던 유시민의 책을 생각하면, '이건 영어를 번역한 거라서 한국 독자에게 잘 와닿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들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PS : 그러고 보면 비슷한 류의 성장소설이라도 외서인 '호밀밭의 파수꾼'보다는 우리나라 양귀자씨의 '희망'이 훨씬 느낌이 확 왔었고 재미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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