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선물 사계절 그림책
조 엘렌 보가르트 지음, 바바라 레이드 그림 / 사계절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에게 이제까지 책이나 그림, 퍼즐과 같은 평면적인 놀이를 주로 알려주었는데 앞으로는 만들기나 오리기 같은 좀 더 활동적이면서도 입체적인 것을 접근해 볼려고 생각중인 내게 이 책은 좀 독특하게 다가왔다. 점토 그림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입체적인 것이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아이가 어려서 클레이를 사놓고도 상자를 뜯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는데 조만간 아이와 뭔가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머리카락은 이런 식으로 과일이나 잎사귀는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파스텔톤이라서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들이 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글을 읽어보니 세계를 여행한 듯 하며 선물이란 구체적인 것이 아닌 추상적인 것일수도 있고, 그 추상적인 것을 엄마가 어떻게 표현해내는가도 참 멋지다. 내용이 이렇다. 세계 여행을 떠나면서 엄마의 할머니는 엄마에게 뭘 선물해 줄까 묻는다. 엄마는 '푸른 하늘 한 조각과 아무 때나 불러 볼 수 있는 신기한 노래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림은 할머니가 엄마를 그네에 태우고 밀어주면서 노래를 부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프리카에 여행할땐 정글의 왕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갖고 싶다고 말하고 할머니는 돌아와서 엄마에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엄마의 할머니는 그렇게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내셨고, 엄마에게 모든 걸 다 주셨다. 

노년의 삶을 멋지게 살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 부모님과 시부모님도 최근에 중국 여행을 다녀오셨다. 모두 다녀오시고 난 후 며칠동안 여행이 준 즐거움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서 나 또한 기뻤었다. 나의 노년도 시들시들하지 않고 이 책의 할머니처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어드레서 민지
정은희 지음 / 상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적 나는 항상 긴 머리를 고수했다. 아침마다 혼자 머리를 땄고 예쁘게 핀이나 머리끈을 매는 걸 좋아했다. 예쁜 머리핀이다 고무줄이 보이면 돈을 모아서 사곤 했는데 상자 하나 가득이었다. 나는 자신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을 불러 놓고 머리를 만져주는 것도 좋아했는데 그럴때마다 엄마는 "나중에 미용사해도 되겠네" 하시며 칭찬을 해주셨다. 그렇게 긴 머리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귀 밑 3센티미터' 보다 길면 잘라버린다는 교련 선생님의 엄포에 잘려 버리고 말았다. 잘라 버리고 나니 나름대로 시원하던지 그때부터는 한 달에 한번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했던 것 같다. 

<헤어드레서 민지>를 보면 어려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만한 이야기이다. 나도 어려서 엄마 몰래 화장을 해본 적이 있고, 엄마 구두도 신어보고, 엄마의 홈드레스도 입어보았으니 말이다. 엄마가 미용실에 간 시각 민지는 헤어드레서가 되어 개에게 온갖 염색(색칠)도 하고, 머리도 말아보고 하는 장면들이 너무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미용실에서 돌아온 엄마는 난장판이 된 집안 모습에 깜짝 놀라지만 민지의 움츠린 마음을 헤아리고 야단 대신 " 우리 민지 헤어드레서해도 되겠네"라고 말씀하신다. 엄마의 이런 모습에 아이는 더 창의적이 되고,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모방 본능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겐 추억까지 일깨워 주는 책이다.

우리 아이는 요즘 화가가 되었다. 스케치북 뿐만 아니라 벽, 책상, 의자, 하다못해 문까지 보이는 곳 모든 곳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이는 신이나서 여기저기 그리고 다니는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래서 아이에게 스케치북에만 그리라고 했는데 오히려 엄마가 금지한 것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진 듯 아이는 내 표정을 살피며 크레용을 숨기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더욱 더 많이 몰래 그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포기가 되고 아이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었다. 창의적인 아이가 되길 바라면서도 사실은 엄마의 틀 안에서, 어른의 시각에서 허용 가능한 울타리를 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끼 뻥튀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4
정해왕 글, 한선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동네 형이나 언니들이 괜히 폼 잡고 우리들에게 못된 행동을 할때면 너무 억울하고 부당하게 느껴져 나도 빨리 커졌으면 하는 바램을 했었다. 어른들 이야기 사이에 내 의견을 말했다가 어른이 말하는데 끼어든다고 혼난 적도 있었다. 같은 반 친구 중에 힘 좀 쓰는 아이들이 인상쓰며 주먹을 휘두르거나 겁을 주면 만화책 속의 주먹대장처럼 나도 한쪽 팔이 커다랗다면 저 녀석을 혼내줄터인데 하는 바램도 가졌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사회의 부당한 모습을 보면 내가 좀 더 힘 있는 사람이라면 하는 바램을 품을 때가 있으니 약자인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토끼 뻥튀기>는 기발하다. 항상 약한 존재라서 숲 속 동물들에게 치여 살다가 뻥튀기 기계에서 뻥 하고 나면 잔뜩 부풀어 나오는 뻥튀기를 보고 자신도 뻥튀기 기계속에 들어간 토끼. 어른인 나는 미처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지 못하고 토끼 죽으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도 가졌는데 약간의 상처만 갖고 토끼는 거인 토끼가 되어서 나온다. 거인 토끼는 자신을 못살게 군 친구들을 패주지만 곧 너무 무서운 외모때문에 왕따가 된다. 그러다 사냥꾼을 혼내줘 친구들의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다.

힘이 약하거나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뻥하고 커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터이고, 거인 토끼가 못살게 군 친구들을 혼내주는 장면에선 쾌감을 느낄 것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악의 무리가 지구에서 하루 빨리 사라지길 몹시도 바래본다. 약한 어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도 나도 꼬까신 아기 그림책 7
최숙희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숙희님의 다른 그림책 <괜찮아>를 재미 읽게 읽은 기억이 있어 <나도 나도>도 기대를 품고 보게 되었다. 역시나 기대한 만큼 그림이 괜찮다. 최숙희님의 책을 보면 긍정적이란 느낌과 이 책을 읽을 세살배기 정도의 아이들의 따라하기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다. 특히 눈망울이 크고 맑게 그려진 것을 보면 존 버틀러의 그림책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아이는 동물들이 그려진 책을 보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 책 속에서 보았던 동물들이 차례로 나온다. 동물들이 하나 하나 하는 행동들을 아이는 "나도 나도"하면서 따라한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 그러다 아이는 이제는 내가 할테니 따라하라고 한다. 그러고 엄마에게 뽀뽀를 한다. 모든 동물들이 나도나도를 외치며 달려가 엄마에게 뽀뽀를 하는 장면이 너무 정겹다. 

우리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반응을 살폈더니 좋아라 하며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다. 5월부터 말문이 터진 아이는 "나도 나도"를 열심히 따라한다. 그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칭찬을 해주었더니 웃음꽃이 활짝이다. 아이에게 그림 중 귀여운 장면을 스케치북을 펴서 그려주었더니 아주 좋아라 하면서 드문드문 몇 단어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기특하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놀란 것은 아이가 그림책의 어느 부분을 따라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제일 먼저 뽀뽀 장면에서 내게 뽀뽀를 했다. 오늘은 어떤 행동을 따라할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 구름 울보 사계절 성장 그림책
김세실 글, 노석미 그림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아이는 얼마 전부터 떼쓰기가 시작되었다. 집 앞에 놀이터가 새로 만들어져서 그곳에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과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니 같이 어울리진 않는다 하더라도 보는 것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인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니야 그네"를 제일 먼저 말하고 그네타러 나가자고 한다. 뭐 나가지 못할 것이 무어냐 마는 이삼일 전부터 나가기 전에 커다란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기는 나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들어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오려고 하면 그때부터 울기 시작하고, ~흥, 하면서 고개를 외로 돌리고 자신의 기분을 표현한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쪄랴. 그때부터 아이와 나 사이엔 신경전이 벌어진다. 타임아웃을 해보기도 하고, 어떨 땐 협박도 해보지만 사실 그런 것들을 아이에게 하는 것이 즐겁진 않다. 어쨌든 아이는 집에 와서도 현관문 앞에서 다시 나가려고 신발을 신고 서있다. 그러면 적어도 20분 이상 아이와 대치 상태가 된다. 나는 되도록 무시를 하고, 아이는 고집을 부리며 왕왕 울기 시작한다. 통곡을 한다.

<아기 구름 울보>를 보니 우리 아기가 떠오른다.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우리 아기가 생각나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세련되게 감정을 다스릴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툭하면 울기 부터 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구름으로 표현했다. 나도 우는 것이 싫어서 아이에게 울지마라고, 뚝하라고 협박조로 말하곤 했는데 어쩌면 이제는 울고 싶으면 울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른인 나도 가끔 울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