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징금 징금 징금이 ㅣ 우리시 그림책 14
일노래.윤정주 그림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오래전 친구들 중 남자 아이가 우스개 소리로 "니 창자로 줄넘기를 할 거야"라는 말을 했더랬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창자로 줄넘기 하는 모습이 연상되었고, 놀랍기도 했지만 어쩌면 저런 생각을 했지하며 웃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만 입이 딱 벌어져서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나도 가끔 센(?) 언어, 생생한 언어를 즐기는 편인데 이 책의 내용은 몇 수 위다.
 |
헛따 여봐라 이놈아 내 돈 석 냥 갚아라
징금 징금 징금아 네 돈 석 냥 갚으마
머리칼일랑 빼내서 삼단으로 팔아도 네 돈 석 냥 갚으마 |
 |
|
|
|
위의 대목은 가벼운 편이다
 |
헛따 여봐라 이놈아 내 돈 석 냥 갚아라
징금 징금 징금아 네 돈 석 냥 갚으마
머리통일랑 떼내서 바가지로 팔아도 네 돈 석 냥 갚으마 |
 |
|
|
|
어쩌면 이 글들을 그냥 읽으면 그저 그냥 넘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림을 보면 정말 머리를 떼내고 바가지를 든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자세히 그림을 보지 않고 그냥 스윽 넘기면 그림이 뭉툭한 느낌이다. 세세하게 그려지지 않은 그림이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글과 함께 읽으면 너무 으시시한 느낌이다. 더구나 이렇게 그리지 않고 세밀하게 그렸다면 아이들용이 아닐 것 같다.
<징금 징금 징금이>의 바탕이 된 '징금타령'은 영호남 지방에서 불리던 일노래라고 한다. 전라북도 무주 지방에서 채록된 노래에 다른 지역 노래를 보태고 빼서 그림책을 만든 것이다. 여기서 징금이가 무엇인지를 놓고 여러 말이 있는데 민물에 사는 새우를 가르키는 말인 '징거미'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노랫말이 충격적이어서 이런 노래를 일노래로 불렀다는 것이 놀랍지만 그 옛날 고리대금에 시달렸던 민중들의 설움이 베어나는 것도 같고, 사실 요즘도 사채를 빌려쓰고 못갚아서 팔려가기도 하고, 장기를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것은 옛노래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한 것 같다.
내용이 끔찍하지만 신체의 일부를 생활 도구에 빗댄 것은 일품인 것 같다. 징금타령의 비유를 살펴보면 머리는 삼단, 해골바가지는 바가지, 눈구녕은 탕감, 귀때기는 쫑그락지, 혓바닥은 신짝, 모기지는 장구모가지, 손은 갈꾸리, 배때기는 구시통, 창자는 서답줄, 간은 회감, 자지는 저울대, 불알은 저울추, 발모가지는 괭이로 비유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 갚았습니다로 맺고 있다. 우리 민요 참 오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