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하면 너무도 익숙하게 엄마 말 지지리도 안듣다가 엄마의 마지막 유언은 그대로 따라하는 고녀석~ 하는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어릴적 부모님으로부터는 청개구리 이야기를 별로 들은 적은 없으나 학교 선생님은 반에서 누가 선생님 말씀을 안들을라치면 '청개구리'를 언급하면서 못된 녀석으로 취급하곤 했었다. 그래서 왠지 청개구리하면 연두색의 귀여운 개구리보다는 말썽부리는 아이들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오랜만에 보리출판사를 통해 청개구리 이야기를 다시 읽게 되었다. 우선 단순한 듯한 그림에 초록이 주는 깨끗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청개구리가 속을 썩여 어머니가 힘들어지고 병이 나면서 색톤이 어두운 색으로 변해 무거운 느낌도 받았다. 이런 색의 변화는 아이들이 보면서 금방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내용을 보면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을 넘기는데 반해 이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가 넘어간다. 고전적인 방식을 빌은 것 같다. 글 내용도 옛스럽게 가로로 씌여진 것이 아니라 세로로 씌여진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책을 넘기면서 고정방식에서 벗어나는 즐거움과 낯섬을 경험할 것 같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 말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의 부모가 다 못되게 가르친것은 아니다. 한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들도 성격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으며, 부모 속을 썩이는 자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식도 있다. 그러니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잘날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서 청개구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엄마 개구리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물어보았을까? 혹시 엄마 개구리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을 그저 방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저 아이만 나쁘다고 하기엔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고, 내 아이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나는 어떻게 아이를 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히게 되었다.
옛이야기 답게 개구리가 한복을 입은 모습이 보입니다. 엄마와 아들 청개구리의 모습이 정다워 보이는데요. 엄마는 빨래를 하고 청개구리는 수영을 하고 있네요. 부지런한 엄마는 하루 종일 베를 짜고, 바느질을 하는데 표정만은 밝아보입니다. 부지런한 엄마와는 달리 청개구리의 말썽부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친구들을 마구 괴롭히네요 자식의 잘못은 부모의 잘못이라고 엄마가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 그런데 청개구리는 반성하는 기미가 안보이네요. 결국 속을 태운 엄마가 병이 나 돌아가시고 마지막 유언으로 강가에 엄마를 묻은 청개구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슬퍼서 운다지요.
어릴 적 할머니네 집에 포도 나무가 있었다. 우리집 윗집에 사셨던 할머니네 집엔 포도나무 뿐만 아니라 귤, 배, 유자, 자두나무 등이 있었다. 포도가 조그맣게 달리기 시작할때부터 날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곤 했었는데 그땐 봉지로 쌓아놓을 줄 몰라서 그냥 냅뒀더니 벌에 쏘여서 포도들을 제대로 수확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라는 내내 그 과정을 살펴보았고, 기다림과 설레임이 포도가 영글어가는 만큼 커져 갔던 것 같다. 결국 수확을 못내 아쉬워하는 내게 장에 가서 포도를 사온 엄마의 덕으로 달랬지만 말이다. 그냥 사온 포도를 먹으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그 때 엄마가 사온 포도를 먹으면서는 포도 한알 한알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도 같다. 요즘은 자신이 생산하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포도를 보아도 가꾸는 기쁨과 기다림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 <사유미네 포도>는 사유미가 포도가 익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주 잘 표현 되어 있다. 간결한 글과 그림이 사유미의 마음을 전해준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포도를 따기로 한 날 아침, 분명 어제까진 많이 달려 있었는데 누군가가 먼저 와서 먹었는지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다. 누가 먹은 걸까? 아하 동물친구들도 포도가 익기를 기다렸고 사유미가 먹기로 한 바로 그 전날 새벽에 와서 먹고 간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포도 수확에 실망한 사유미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내년에는 자신이 먼저 먹을 거라는 말에서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마음과 동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모두 함께 둘러앉아 포도를 먹는 표지와 같은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에서 사유미의 어여쁜 마음이 읽혀진다.
이세 히데코의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를 보고 너무 좋아서 그의 작품을 살피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양떼들이 표지가득하고 표제인 ’구름의 전람회’라는 글자 밑에 개 한마리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구름의 전람회라 무슨 내용일까? 구름을 양떼로 표현해놓았나 보다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가 시쳇말로 ’깜놀’(깜짝 놀라다)이다!! 이 책은 그냥 그림책이 아니라 마치 화보집같다. 아니 화보집이다. 구름을 소재로 매일같이 아니 매시간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으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그 아름다움에도 놀라지만 아래 붙여진 제목과 설명이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름커튼> 잠이 안 와 뒤척인 밤의 커튼이 살그머니 열려요. 언제까지가 어제이고 언제부터가 오늘일까요. 우리집은 남편이 밤 근무를 하는 덕에 아침에 퇴근해서 잠을 잔다. 하지만 환한 빛은 잠을 방해해서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암막커튼을 사서 걸었더니 해결되었다. 위의 구름커튼은 마치 우리집 암막커튼 같다. <구름 계단> 하늘 끝까지 오를 수 있을까요? 높은 하늘 귀퉁이에서 계단을 찾아냈어요. 저 구름 계단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 그러면 내 속에 쌓인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이 모두 사라져서 가벼워질 것만 같다. <하늘 샌드위치> 구름과 구름 사이를 맘껏 날아보았어요. 하늘은 구름 식빵 사이에 낀 샌드위치예요. 작가의 멋진 상상력! 하늘 샌드위치는 어떤 맛일까? <하얀 바다> 헤엄치다 잠수하고, 가라앉았다 떠올라요. 하얀 구름바다에 휘감겨 마냥 떠 있어요. 저 하얀 바다에 아이와 함께 온 몸을 담그고 헤엄치고 싶다. 여러 물고기들도 만나고, 같이 즐거운 놀이도 하고 싶다. <하늘의 심부름꾼> 저건 뭐죠? 무지개색으로 테를 두른 강아지인가요? 구름뿐만 아니라 빛에 반사되어 구름이 멋진 모양을 만들어 냈다. 환상적이다. <하늘 목장> 폭신폭신 하늘 목장을 걸어가고 있는 양떼들. 강아지는 어디 숨어 있지요? 양떼들 사이로 보이는 하얀 강아지! 찾았다. 나는 하늘 목장의 양치기가 되어 하얀 구름양들과 푸른 하늘을 떼지어 다니고 싶다. 고향이 바닷가여서 방문을 열면 넓은 하늘과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고 자란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며 추억에 잠기게도 되었다. 뒷산에 올라가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구름이 흘러가는 그 모습만 봐도 지루하지 않았고, 그러다 바다를 보면 그 위를 지나가는 배들의 모습에 잠시 눈을 두기도 했다. 잠자리떼가 공중을 날아가는 모습, 메뚜기가 팔딱 뛰는 모습, 개미가 기어가는 모습 또한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 마음이 평안해지곤 했다. 이 그림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언젠가 내가 보았던 구름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작가가 그려 놓은 것 같아서 더욱 공감이 되고, 제목과 설명은 작가의 빼어난 감수성이 느껴지는 듯 하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 같다. 매일 보던 하늘의 모습을 좀 더 의미있게 볼 것도 같다.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에도 묘한 바람 한 점 남겨 놓은 것 같아서 그 바람을 타고 하늘로 구름사이로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 뿐만 아니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일 것 같다. 두고두고 오랜 세월 생각나면 펼쳐볼 수 있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이세 히데코의 다른 작품도 기대된다.
부모는 자식이 어릴 땐 잘 자라주기를, 어느덧 성장하면 좋은 직장 갖기를, 나이가 차면 좋은 배우자를 얻기를 희망한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진 배우자를 희망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내 친구 중에서도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도 부모님에겐 성이 안차서 주말마다 따로 선을 보러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수십번이 넘는 선을 보고서도 결국은 사귀던 남자와 결혼해서 자식 낳고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예전엔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줄 아느냐, 사랑만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이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곤 했는데 사실 요즘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가꾸는 것도 잘해서 더 멋지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선지 사랑마저도 돈을 따라가는 것 같다. <사윗감 찾아 나선 두더지>는 예쁜 딸을 둔 두더지 부부가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윗감을 찾아 다니는 과정을 그렸다. 어두컴컴한 땅 속을 지나 땅위로 올라온 두더지 가족은 해님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셀거라며 찾아가지만 해님은 구름이 더 힘이 세다고 말한다. 다시 구름을 찾아갔는데 구름은 바람이 더 힘이 세다고 말하고, 바람은 돌부처가 더 힘이 세다고 말한다. 돌부처는 두더지가 힘이 세다고 말해서 결국 집으로 돌아온 두더지 부부는 동네에서 가장 힘이 센 두더지를 사위로 맞는다는 내용이다. 예쁜 얼굴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조건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성형이 붐을 이룰 수 밖에...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얻을까? 결국은 자기 주변에 가장 좋은 신랑감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는 것일까? 아님 "여자는 예뻐야 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감동 뿐만 아니라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수채화를 보는 듯 프랑스 거리의 멋진 모습들과 펼침면의 왼쪽페이지에 어린 소피의 모습이 오른쪽 페이지엔 나이 든 를리외르 아저씨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어디에선가 서로 만날 것 같은 암시를 주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너무도 아끼던 식물도감이 뜯어지고, 망가진 책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책방엔 새로 나온 식물도감이 잔뜩 있지만 자신의 책을 고치고 싶다. 길거리에서 만난 분이 그렇게 중요한 책이면 를리외르를 찾아가 보라고 하고 소피는 를리외르를 찾아간다. 를리외르 아저씨와 만나 표지를 다시 만들고, 제본을 다시 해서 소피만을 위한 멋진 책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소피는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로 나중에 식물학자가 된다. 를리외르 아저씨는 나무로 만든 종이, 종이로 만든 책을 다시 제본하는 사람으로 그의 모습이 마치 오래 된 한그루 나무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직업이 편집디자이너였던 나는 책을 만드는 일도 했었다. 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거였지만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여러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나도 한때는 예술제본을 꿈꿨던 날들이 있어서 이 책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너무 좋아서 나누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이 책은 두 사람의 교감뿐만 아니라 를리외르란 무엇인지, 그 작업의 공정까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예술제본에 대한 정보 역시도 얻을 수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자신의 손때가 묻어서 어느 책보다 값지게 느껴지는 책이라면 를리외르에게 맡겨서 나만의 책으로 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술제본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많지는 않다고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