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뿐만 아니라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수채화를 보는 듯 프랑스 거리의 멋진 모습들과 펼침면의 왼쪽페이지에 어린 소피의 모습이 오른쪽 페이지엔 나이 든 를리외르 아저씨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어디에선가 서로 만날 것 같은 암시를 주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너무도 아끼던 식물도감이 뜯어지고, 망가진 책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책방엔 새로 나온 식물도감이 잔뜩 있지만 자신의 책을 고치고 싶다. 길거리에서 만난 분이 그렇게 중요한 책이면 를리외르를 찾아가 보라고 하고 소피는 를리외르를 찾아간다. 를리외르 아저씨와 만나 표지를 다시 만들고, 제본을 다시 해서 소피만을 위한 멋진 책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소피는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로 나중에 식물학자가 된다. 를리외르 아저씨는 나무로 만든 종이, 종이로 만든 책을 다시 제본하는 사람으로 그의 모습이 마치 오래 된 한그루 나무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직업이 편집디자이너였던 나는 책을 만드는 일도 했었다. 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거였지만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여러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나도 한때는 예술제본을 꿈꿨던 날들이 있어서 이 책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너무 좋아서 나누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이 책은 두 사람의 교감뿐만 아니라 를리외르란 무엇인지, 그 작업의 공정까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예술제본에 대한 정보 역시도 얻을 수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자신의 손때가 묻어서 어느 책보다 값지게 느껴지는 책이라면 를리외르에게 맡겨서 나만의 책으로 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술제본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많지는 않다고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