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산 내 친구는 그림책
아만 기미코 글, 다루이시 마코 그림, 곽혜은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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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고향이 섬인 내게 비는 참 반갑잖은 존재였다. 바람때문에 우산을 쓸 수도 없어 커다란 옷을 덮고 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부는 날은 몸이 약한 내게 날아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신 부모님은 학교에 가지 말라고 말리셨지만 난 학교에 가는 것이 참 좋았다. 온몸이 비에 젖어 종일 의자에 앉아 있을라치면 덜덜 떨리기도 하고, 축축한 옷들에서 나는 냄새가 영 즐겁지가 않았지만 결석하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그땐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우산이 좋아졌던 시기는 도시로 나와서다. 여러 색깔의 밝고 예쁜 우산들에 괜히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색깔별로 사기도 했다. 

주인공 소녀는 쓰던 우산을 잃어버려 새로운 우산을 산다. 엄마는 분홍색을 고르지만 소녀는 날씨 좋은 날의 하늘 빛깔을 닮은 파랑색을 고른다. 파랑색 우산을 쓰고 넓은 들판으로 놀러간 소녀에게 여러 동물들과 곤충들, 그리고 친구들이 찾아 온다. 하늘 빛깔을 닮아서 그 우산을 씌워달라고 한다. 아무리 많아도 하늘을 닮은 우산은 넉넉하게 품어준다. 그 우산 아래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비가 그쳐 우산을 접을 때 보니 우산도 웃고 있다. 우산도 즐거웠나 보다.

요즘 비가 와서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고 돌아다녔다. 비가 오는 느낌, 비에 젖은 꽃잎들, 비에 젖은 신발들... 아이에게 그냥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는 이마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나도 덩달아 아이와 닮은 마음이 된다. 가끔 아이는 우산을 고사리손으로 잡고 싶어한다. 그럴때면 나는 앉은 걸음으로 걸어야 되지만 그마저도 신난다. 아이와 함께 비를 즐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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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볼돼지 김영진 그림책 1
김영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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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텔레비젼에서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한 적이 있다.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는 이 이야기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성격을 부여하여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니 그 애니메이션의 저팔계가 떠오른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인 모습이 만화영화를 즐겨보고, 3D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설 것 같다. 표지의 그림처럼 볼돼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돼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책 중에 <올리비아> 시리즈가 있다. 칼데콧 상도 받은 적이 있다는 그 책의 올리비아의 모습과 볼돼지의 모습이 언듯 닮아 보이기도 한다. 본문 중에 그려진 배경들에서 숨은 그림처럼 여기 저기 작은 볼돼지를 찾아보는 즐거움과 고래형상의 구름, 거북이 모양의 나무, 곳곳에 돼지 형상으로 그려진 그림들, 한상 가득 차려진 식탁위의 반찬들의 표정 등은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각 페이지들을 살펴보면 사과가 자주 보이기도 한다. 진짜 사과일때도 있고, 액자 속에 담겨져 있을 때도 있다. 그림들을 보면서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볼돼지는 음악 선생님으로 부터 노래를 잘 부른다는 칭찬을 받는다. 엄마에게 얼른 자랑을 하고 싶은 볼돼지는 집으로 달려왔지만 엄마는 전화하느라 바쁘다. 아빠는 피곤한지 주무신다. 시무룩해진 볼돼지는 주말에 외갓집 가는 날만 기다린다. 외삼촌 앞에서 자랑도 하고 노래 실력도 뽐내고 싶어서다. 외갓집에 갔더니 외삼촌은 여행을 가고 없다. 시무룩해진 볼돼지는 외삼촌의 방에서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볼돼지는 유명한 가수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노래하며 신나게 뛰는 볼돼지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빛나 보인다. 집에 가자는 엄마의 말에 꿈에서 깨어난다.

세살배기 내 아이도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삼십분도 좋고 한시간도 좋다. 우리 아이도 볼돼지처럼 가수의 꿈을 키울지도 모른다. 볼돼지의 부모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이가 학교에 갔다 와서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게 신경을 쓰고 싶다는 거다. 나도 어릴 적 받아쓰기 시험에서 백점을 받으면 좋아서 얼른 집으로 달려오곤 했었다. 항상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쫑알쫑알 말하기도 했었다. 우리 엄마처럼 나도 내 아이에게 허물없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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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휙, 바람이 쏴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5
케티 벤트 그림, 에벌린 하슬러 글,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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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그림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을 고를 때도 표지 그림의 청록색 계열이 주는 신비로움과 나무 줄기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매료되어서이다. 본문의 그림들도 살펴보면 나무에 눈이 그려져 있는 모습하며 바위들이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 등은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고, 본문까지 이어진 그림들은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스위스의 옛이야기인 <바람이 휙, 바람이 쏴>는 '숲의 요정들이 들려 주는 꼽추 형제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옛날 깊은 산 계곡에 메오와 레오라는 꼽추 형제가 살았다. 멀리서 보면 둘은 쌍둥이처럼 보였지만 둘의 성격은 아주 달랐다. 형 레오는 남을 잘 도와주고, 친절했지만 동생 메오는 말도 거칠고 걸핏하면 가축을 때리고, 식물들도 잘 돌보지 않았다.  

 가을에 눈이 오기전에 산 너머에 있는 오두막집 지붕에 기왓장이 빠진 것을 고치러 가야 되는데 동생차례가 되었지만 동생은 싫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형 레오가 먼 길을 떠난다. 



밤중에 바람이 불어 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잘 익은 알밤들이 낙엽들 사이사이로 숨어 있다. 레오는 걸으면서 알밤을 열심히 주워 모았다. 



힘겹게 산을 올라가던 레오가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개미들은 레오가 자기 알들을 헤칠까 봐 알들을 모으고 있다. 레오는 아무짓도 안할 거라며 개미들을 안심시키고 빵을 꺼내 먹는다. 

 

레오는 가시나무를 만나 팔과 다리가 긁히고, 가시 열매가 옷에 붙지만 그것마저 살살 떼낸다. 둥근 원을 만든 신비로운 빨간 버섯들을 보며 먹을 수는 없지만 재미있게 생겼다고 말한다.



레오가 어렸을 적 부터 좋아했던 깊은 계곡도 만난다. 바위들을 보면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위 사이의 폭포가 시원하게 보인다. 본문까지 이어져서 그 맛이 더하다. 

 

나무 그늘 아래에 숨어 있는 두꺼비를 보며 레오는 두꺼비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글 편집이 돋보인다. 



밤이 되자 레오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구워 먹고 잠이 든다. 레오가 잠이 들자 숲의 요정들이 걸어나와 레오를 살피고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눈 후에 레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기로 한다. 


 

레오의 모습이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숲의 요정들은 레오의 착한 성품에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변신시켜 준 것이다. 




산에서 내려온 레오를 보고 깜짝 놀란 메오는 자신도 산에 올라간다. 가는 길에 가시나무를 만나자 사정없이 내리치고, 버섯은 독버섯이라고 짓밟는다. 두꺼비를 보곤 못생겼다 놀려대고, 숲에다는 돌을 던진다. 잠이 든 메오에게 숲속의 요정들은 특별한 선물을 준다. 그것은 바로 더 못생기게 만든 얼굴에다 더 큰 혹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메오를 보고 레오는 놀란다. 시무룩해진 메오는 깊은 생각에 빠지고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옛이야기 중 혹부리 영감을 연상시킨다. 착한 마음을 가지면 행운이 찾아오고, 나쁜 마음을 가지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준다. 살다보면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불평을 하는 가 하면 같은 조건에서도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나도 대체적으로 불평하는 쪽에 속하는 인간이라서 이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메오처럼 나도 뭔가를 깨닫은 것일까. 여섯 살부터 읽을 것을 권장하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림에 매혹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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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친구 오바디아
브린턴 터클 글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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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부모 형제의 역할도 크지만 친구가 없다면 참 외로울 것 같아요. 친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오바디아에겐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오바디아가 어디를 가든 갈매기 한마리가 따라다녔거든요. 양초가게에서 나올때까지도요

생선가게에 심부름을 갈 때도요.

심지어는 밤에도 오바디아의 침실 옆 창 밖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굴뚝 위에 앉아 있는 겁니다. 왜 이 갈매기가 오바디아를 따르는 걸까요?

맨 처음 갈매기를 만나던 날은 추운 겨울이었는데요.
친척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 모두 걸어가고 있는 길이었어요.
맨 마지막에 갈매기가 뒤따라 오는 거에요.
"저리 가!" 오바디아는 소리쳤지요.
하지만 갈매기는 푸득거리며 날아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네요.
오바디아의 형제들은 갈매기가 오바디아의 친구라며 놀려댑니다.
오바디아는 화가 나서 갈매기를 향해 돌을 던지지만 갈매기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갈매기가 보이질 않아요.
오바디아는 걱정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둣가 선착장에서 갈매기를 만납니다.
갈매기의 부리엔 녹슨 낚시 바늘이 매달린 줄이 감겨 있었어요.

오바디아는 갈매기의 부리에서 재빨리 낚시 바늘을 빼내줍니다.

자유로워진 갈매기가 하늘로 날아 오르네요.

겨울 바람의 휘파람 소리가 창 밖에서 길게 들여옵니다.
오바디아는 이불을 바짝 끌어당겼어요.
찬 바람을 맞으며 굴뚝 위에 갈매기가 앉아 있네요.
오바디아의 친구, 바로 그 갈매기가요.
오바디아는 엄마에게 말합니다.
"제가 갈매기를 도왔을 때, 저도 갈매기의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 라고 말이죠.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사람은 많습니다.
같은 반이라서, 같은 나이라서,
딱히 부를 명칭이 없어서라는 이유로요.
하지만 진정 속마음을 나눌 친구는 몇이나 될까요.
손가락을 꼽아보니 몇 손가락 안가 멈춰지고 맙니다.
누군가에게 저 역시 친구라는 범주에 속하겠지요. 그냥 친구요.
'친구 많아 뭘해'라고 변명도 해보지만 궁색해지고 마네요.
사람하고도 친구가 되기 어려운데 다른 종인 갈매기하고 친구가 된
오바디아가 멋지게 보입니다.
오바디아는 갈매기를 통해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을 깨달았겠지요.
오늘은 친구가 많은 넉넉한 사람들이 참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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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야 조심해!
더그 스티어 지음, 조너선 랑베르 그림 / 효리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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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얻은 우리 아이에게 항상 고맙다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지 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가 자라면서 하지말라는 것을 하게 되니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이는 엄마가 왜 그러는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큰 소리에도 웃고 만다. 그런 아이를 보노라면 오히려 내 큰 소리가 민망해지곤 한다.



<아기고양이야 조심해!>의 아기 고양이는 뽀글뽀글 개울이 흐르는 예쁜 동산에 살고 있다. 
엄마 고양이는 매일 매일 "물가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라고 말씀한다. 




어느 날 아기고양이는 그만 엄마의 말씀을 잊어 버리고 개울 위에 떠 있는 낡은 양동이 안에 발을 디디고 만다. 그러다 양동이 안으로 쏙 들어간 고양이는 개울물에 휩쓸려 떠내려 간다. 마침 뛰놀고 있던 강아지도, 헤엄치던 송어도, 도움을 주고 싶어하지만 방법을 못찾는다. 그런데 구멍까지 나있는지 물은 차오르고 오리 가족이 물을 때리며 헤엄을 쳐서 연못 한가운데 있는 섬에 닿는다. 여러 동물들의 어쩔줄 몰라하는 울음소리에 백조가 나타나고 백조는 아기 고양이를 등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 준다. 



걱정했던 엄마도 고생했던 아기고양이도 서로 껴안고 행복해 한다. 마지막에 백조의 말 "앞으로는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






이 책에는 재밋거리가 있다. 전체가 엠보싱 처리가 되어 있어 얇은 종이를 원하는 페이지 위에 놓고 색연필이나 크레용으로 칠하면 그림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은 다음 이렇게 놀이를 하는 것도 즐겁다. 책을 읽으면서도 손바닥으로 본문을 쓰다듬어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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