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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신 손님네 한림신화그림책 2
이상교 지음, 김도연 그림 / 한림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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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엄마 중엔 얼굴이 박박 얽는 사람이 있었다. 엄마께 왜 그 분은 얼굴이 얽었냐고 여쭸더니 마마에 걸려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의 팔을 보여주셨는데 거기엔 커다란 주사 흉터가 몇 개 있었다. 엄마 어렸을 적에도 그렇게 마마가 무서웠다는 데 그 옛날 의료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을 적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옛날 강남 대한국에 마마신이 한 명도 아닌 쉰셋이 살았다고 한다. 손님네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마마를 앓게 했다. 마마에 걸리게 되면 열에 떠 헛소리를 하며 앓았는데 대개는 며칠 그러다 나았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앓다가 죽기도 하고 얼굴이 박박 얽는 곰보가 되기도 했다. 어느날 손님네 중에 세 명이 해동국에 가보기도 한다. 기러기강에 도착한 이들을 강을 건너려고 사공에게 배 좀 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사공은 겁없이 손님네를 놀리고, 화가 난 손님네는 사공의 아이 일곱에게 장난을 친다.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고 소동을 벌이자 놀란 사공부부는 음식을 마련하여 배 한 척을 가득 싣고 강가로 나와 손님네에게 빈다.  

해동국에 도착한 손님네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김장자 영감네로 가고 심술궂은 김장자는 이들을 내치고 만다. 이들을 결국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찾아가고, 마음 착한 노고 할머니는 정성껏 대접한다. 손님네는 다시 김장자네 집을 찾아가 철원 도령에게 앙갚음을 하고 철원 도령은 아버지의 욕심때문에 결국 죽고 만다. 나중에 노고 할머니는 큰 부자가 되어 기와집에 살고 있고, 반대로 김장자 부부는 쪽박을 들고 빌어먹고 다닌다.

이 이야기는 악한 사람은 벌을 받고 선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분명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사공이나 김장자는 그 옛날 시대 가진자들이었다. 사공은 아닐 것 같지만 배를 갖고 있는 특권계층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들이 이 이야기에 녹아 있는 것 같다.  

덜 정제된 것 같은 이야기가 약간 거슬리기도 하고, 그림에서 보이는 손님네의 모습이 마치 중국 영화에서 나오는 귀신들인 것처럼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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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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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주된 독자는 언어를 완전히 획득하지 못해 글을 통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떠올릴 수 없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세살배기 내 아이는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사물에 대해 알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면서도 아이가 그 상황을 이해할지 몹시 궁금해진다. 뭔가 물어보면 어눌하고 분명치 않은 말로 몇 단어를 이어 겨우 표현을 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아이는 이해하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이런 아이에게 어떨 때는 글밥이 제법 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그림 위주의 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림책들을 살펴보면 참 그림이 조잡스럽게 느껴지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은 절대로 내 손길을 잡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그림이 좋아야 좋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이 책 <비오는 날>은 단숨에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모든 그림에 노란색이 기본적으로 깔려서 왠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파랑색과 만나 파릇파릇한 느낌을 주는 연두빛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인데도 축축하거나 우중충한 느낌이 아니라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톡톡톡 들리는 것 같고, 흘러내린 빗물을 따라 강을 지나 바다까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세살배기 내 아이는 이 책을 보고 몹시도 좋아했다. 요즘 비가 가끔 와서 비오는 날도 비옷을 입고 외출을 다닌 덕에 이 책이 다른 감흥을 안겨 주었나 보다. 특히 연못에서 개구리가 팔짝거리는 모습에선 배시시 웃기도 하였다. 아이와 함께 그 연못에서 팔짝이는 개구리를 볼 수 있다면 더 즐거울 텐데...

어린이 책을 이렇게 수준 높게 표현하다니 유리 슐레비츠의 다른 책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아마도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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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잠깐만요! - 비룡소 그림동화 99
마리사비나 루소 지음, 양희진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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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물건을 차례로 늘어놓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또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가장 두드러지는 행동으로 책을 쌓아놓기도 하고 인형이나 다른 물건들을 같은 간격으로 늘어놓는다. 똑같은 굵기와 크기를 가진 블록을 색깔별로 차례로 줄지어 놓은 것도 좋아한다. 이때는 간격이 중요한데 일정하게 같은 간격만큼 띄어 놓는다. 이런 행동은 모든 사물을 대하는 데서 마찬가지의 태도를 취하는데 밥상 앞에선 엄마 아빠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이에 이용해서 항상 여벌의 젓가락과 숟가락을 늘 준비해야 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은 잠을 자려고 이불을 펼쳤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봉제 인형 14개를 이불 속에 나란히 늘어놓아서 깜짝 놀래기도 했다. 뭐든지 늘어놓는 것을 좋아하는 이런 아이의 태도가 자라면서 어떻게 변해갈지 몹시도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샘이 블록놀이를 하려고 블록을 막 방바닥에 쏟았을 때 엄마가 점심을 먹자며 부른다. 샘은 블록을 한 줄로 늘어놓는다. 방의 맨 안쪽 끝부터 문 밖까지... 블록이 다 떨어지자 이번엔 책을 한줄로 늘어놓는다. 그 뒤엔 목욕 장난감을 늘어놓고 동이나자 신발을 늘어놓는다. 그 뒤엔 장난감 자동차와 트럭을 늘어놓지만 부엌까진 닿지 않는다. 샘을 부르다 지친 엄마는 셋을 세겠다고 소리친다. 엄마가 세는 소리를 들은 샘은 얼른 바닥에 누워서 팔을 머리 위로 죽 뻗어 올린다. 그 순간 손이 부엌에 닿는다. 드디어 부엌에서 나온 엄마는 샘을 보고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샘은 자기 방부터 엄마한테까지 줄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엄마는 샘의 행동을 이해하고 샘에게 고생했다며 사랑한다고 안아준다.

물론 내 아이의 물건 줄세우는 놀이는 샘하곤 의도가 다르다. 그럼에도 그림을 보면서 아이의 놀이가 생각이 나서 샘처럼 우리 아이도 나중에 이러진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샘이 부엌에 오지 않는 동안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온다. 숫자를 세는 행동은 왠지 기다림에 화가 난 것도 같다. 아마 샘의 엄마는 이전에도 샘에게 이런 모습을 자주 보였을 거란 생각도 든다. 숫자를 세거나 목소리로 부르기 전에 샘이 뭐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면 기다림에 지레 지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샘의 엄마도 샘에게 한 수 배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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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을 떠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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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아동문학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서 이 책을 추천해서 보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어릴 적 기억 하나 떠올랐다. 어릴 적 엄마와 나는 노루를 잡으로 간 적이 있었다. 우리집은 산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새벽이면 노루 울음소리가 들렸다. 물론 나는 들은 적이 없지만 잠귀가 밝으신 엄마는 아침이면 내게 말씀해 주시곤 하셨다. 

그 날은 초여름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내게 뒷산으로 노루를 잡으러 가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내게 묘하게도 주문을 걸었는지 금방이라도 노루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신이났고, 흥분이 되어 집을 나섰다. 나와 엄마는 산을 오르면서 가다 쉬다했는데, 엄마는 누군가가 베어놓은 나무도 살피셨고, 나는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을 쳐다보느라 노루에 대해선 깜박 잊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어느 쯤에서 앞서 가시던 엄마께서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나는 멈춰선 엄마 곁에 섰다. 엄마의 눈길이 머문곳을 보니 뼈다귀가 있었다.  "누가 덫을 놨었나 보네. 여기서 노루가 죽었나 보다"라는 엄마의 말씀에 나는 노루잡으러 떠났던 원래의 목적은 잊어버린 채 어떤 나쁜 사람이 이런 짓을 했을까, 미리 알았으면 내가 약을 발라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나는  그 길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 날 정말 엄마는 노루를 잡을 생각이셨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는 그저 나와 산길을 걷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 책은 한 가족으로 보이는 아빠와 엄마, 아들, 딸, 그리고 아기와 개가 곰 사냥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은 곰 사냥을 떠난다는 느낌보다는 소풍을 떠나는 것 같아 보인다. 곰 사냥을 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난다. 그 때마다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정말 날씨도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라는 말이 나온다. 반복되는 이 말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주문이 되고, 가족은 그 어려움을 수를 써서 피하기 보다는 그대로 헤쳐 나가곤 한다.  

 

어려움을 만나는 장면은 단색으로 표현했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장면은 컬러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만하게 곰사냥길을 떠난 가족은 막상 곰을 만나자 잡기는 커녕 허겁지겁 집으로 도망간다.  

 



도망가는 장면은 왔던 길을 역순으로 돌아가는데 그 모습이 위급한 상황을 묘사하듯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진흙탕 길을 만났을 때 사냥을 떠나는 장면에선 앉아서 여유롭게 신발을 벗는데 비해 도망가는 장면에선 달리면서 신발을 벗는 것을 볼 수 있다. 뒤 쫓아오는 곰을 보면서 도망가는 장면은 긴박감을 더해 준다.  

 
   

곰은 집 앞까지 따라오고, 급히 문을 닫는 모습은 긴박한 상황의 절정을 보여준다. 

 


가족은 아래층도 아닌 윗층까지 올라가서 이불속으로 들어가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다시는 곰 잡으로 가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 이 장면의 재미는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아기의 모습이다. 아기만 놀래지 않은 양 곰인형을 들면서 웃고 있다.

세살배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반복과 리듬감이 있어서 아이가 좋아할 듯 싶어서다. 한 번 읽어주자 마자 아이는 "다시’라는 말을 했고, 두번째 읽을 때는 의성어를 따라했고,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해서 말을 웅얼거렸다. 우리 아이가 너무도 좋아하는 의성어들을 소개해 본다.

풀밭을 헤치고 지나가는 장면에선 

사각 서걱!
사각 서걱!
사각 서걱!

강물을 가로질러 가는 장면에선

덤벙 텀벙!
덤벙 텀벙!
덤벙 텀벙!

진흙탕을 밟고 지나가는 장면에선

처벅 철벅!
처벅 철벅!
처벅 철벅!

숲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에선

바스락 부시럭!
바스락 부시럭!
바스락 부시럭!


눈보라를 헤치고 지나가는 장면에선 

휭 휘잉!
휭 휘잉!
휭 휘잉!


마지막으로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선 

살금!
      살금!
           살금!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 역시 볼 만하다. 한 장면 한 장면 살펴보면 여러가지 재미를 맛볼 수가 있다. 이 책은 내 아이처럼 세살배기부터 취학전 어린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글밥은 많지 않지만 리듬감이 있어서 마치 시(詩)어 같고 그림을 살펴보면 가족의 표정들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듯 싶다. 읽어주는 부모 역시도 이 책의 묘미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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