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의 주된 독자는 언어를 완전히 획득하지 못해 글을 통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떠올릴 수 없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세살배기 내 아이는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사물에 대해 알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면서도 아이가 그 상황을 이해할지 몹시 궁금해진다. 뭔가 물어보면 어눌하고 분명치 않은 말로 몇 단어를 이어 겨우 표현을 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아이는 이해하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이런 아이에게 어떨 때는 글밥이 제법 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그림 위주의 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림책들을 살펴보면 참 그림이 조잡스럽게 느껴지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은 절대로 내 손길을 잡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그림이 좋아야 좋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이 책 <비오는 날>은 단숨에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모든 그림에 노란색이 기본적으로 깔려서 왠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파랑색과 만나 파릇파릇한 느낌을 주는 연두빛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인데도 축축하거나 우중충한 느낌이 아니라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톡톡톡 들리는 것 같고, 흘러내린 빗물을 따라 강을 지나 바다까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세살배기 내 아이는 이 책을 보고 몹시도 좋아했다. 요즘 비가 가끔 와서 비오는 날도 비옷을 입고 외출을 다닌 덕에 이 책이 다른 감흥을 안겨 주었나 보다. 특히 연못에서 개구리가 팔짝거리는 모습에선 배시시 웃기도 하였다. 아이와 함께 그 연못에서 팔짝이는 개구리를 볼 수 있다면 더 즐거울 텐데...

어린이 책을 이렇게 수준 높게 표현하다니 유리 슐레비츠의 다른 책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아마도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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