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잠깐만요! - 비룡소 그림동화 99
마리사비나 루소 지음, 양희진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아이는 물건을 차례로 늘어놓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또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가장 두드러지는 행동으로 책을 쌓아놓기도 하고 인형이나 다른 물건들을 같은 간격으로 늘어놓는다. 똑같은 굵기와 크기를 가진 블록을 색깔별로 차례로 줄지어 놓은 것도 좋아한다. 이때는 간격이 중요한데 일정하게 같은 간격만큼 띄어 놓는다. 이런 행동은 모든 사물을 대하는 데서 마찬가지의 태도를 취하는데 밥상 앞에선 엄마 아빠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이에 이용해서 항상 여벌의 젓가락과 숟가락을 늘 준비해야 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은 잠을 자려고 이불을 펼쳤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봉제 인형 14개를 이불 속에 나란히 늘어놓아서 깜짝 놀래기도 했다. 뭐든지 늘어놓는 것을 좋아하는 이런 아이의 태도가 자라면서 어떻게 변해갈지 몹시도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샘이 블록놀이를 하려고 블록을 막 방바닥에 쏟았을 때 엄마가 점심을 먹자며 부른다. 샘은 블록을 한 줄로 늘어놓는다. 방의 맨 안쪽 끝부터 문 밖까지... 블록이 다 떨어지자 이번엔 책을 한줄로 늘어놓는다. 그 뒤엔 목욕 장난감을 늘어놓고 동이나자 신발을 늘어놓는다. 그 뒤엔 장난감 자동차와 트럭을 늘어놓지만 부엌까진 닿지 않는다. 샘을 부르다 지친 엄마는 셋을 세겠다고 소리친다. 엄마가 세는 소리를 들은 샘은 얼른 바닥에 누워서 팔을 머리 위로 죽 뻗어 올린다. 그 순간 손이 부엌에 닿는다. 드디어 부엌에서 나온 엄마는 샘을 보고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샘은 자기 방부터 엄마한테까지 줄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엄마는 샘의 행동을 이해하고 샘에게 고생했다며 사랑한다고 안아준다.

물론 내 아이의 물건 줄세우는 놀이는 샘하곤 의도가 다르다. 그럼에도 그림을 보면서 아이의 놀이가 생각이 나서 샘처럼 우리 아이도 나중에 이러진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샘이 부엌에 오지 않는 동안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온다. 숫자를 세는 행동은 왠지 기다림에 화가 난 것도 같다. 아마 샘의 엄마는 이전에도 샘에게 이런 모습을 자주 보였을 거란 생각도 든다. 숫자를 세거나 목소리로 부르기 전에 샘이 뭐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면 기다림에 지레 지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샘의 엄마도 샘에게 한 수 배웠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