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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 ㅣ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나는 바퀴공포증이 있다. 바퀴가 달린 것은 어떤 것도 스스로 운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전거는 물론 인라인도 못탄다. 더불어 우리집은 차도 없다. 차만 없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운전면허증까지 없으니 차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가끔 신나게 운전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꿈에서 깨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이 그림책은 일반적인 책에 비해 크기가 좀 크다. 책장을 펼쳐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펼침면 가득히 수많은 차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차 이외에도 갖가지 모양의 차들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림책의 가장 큰 즐거움인 볼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커다란 줄거리는 돼지 가족의 소풍이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건과 다양한 차들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말썽꾸러기 운전자 딩고가 탄 차가 주차 미터기를 죄다 넘어뜨려 플로시 경관이 딱지를 떼려고 뒤쫓는 장면이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굳이 줄거리와 상관없이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 어른들까지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나중에는 숨은 그림찾기처럼 여러 차들을 찾는 놀이를 해도 좋을 듯 싶다.
도로변에 위치한 집이 보이고 엄마돼지가 바구니를 들고 가족이 타고 있는 빨간 차로 향하고 있다. 앞으로 자주 등장할 ‘생쥐 아줌마 자동차 정비소’란 문구가 적힌 견인차도 보인다.
바닷가로 소풍을 가는 돼지 가족은 그 전에 살 물건이 있어서 장난감 집에 들린다. 물건은 집으로 배달시킬 거라는데 맨 마지막 페이지에 그 물건의 정체가 밝혀진다. 멍멍이 딩고가 탄 차가 주자 미터기를 죄다 넘어뜨린 광경이 보인다. 플로시 경관과의 추격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샘의 구두가게'라고 적힌 구두 배달차가 재미난다.
플로시 경관이 딱지를 끊으려는데 딩고가 차를 몰고 휑하니 가버린다. 돼지 가족의 차가 조각상을 실은 트럭 옆을 지나간다. 조각상을 실은 짐칸에 풍뎅이 '노랑이'가 보인다. 앞으로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가 여기 있다. 노랑이는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데 아주 조그마해서 꼼꼼이 살펴야 된다. 그래도 이 페이지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위쪽에 있는 기다란 피클트럭이 아닐까!
노랑이는 어디 있을까? 기관차에 타고 있나? 아니 아니. 마차에 타고 있나? 아니 아니. 노랑색이 보이는 모든 곳에 눈길을 두다가 몸 전체가 아닌 두 눈을 발견했다. 이 기쁨~~ 생쥐 아줌마가 차를 고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무엇보다 주인공 돼지가족이 어디 있는지 먼저 찾게 된다.
이 펼침면은 가로로 이등분이 되어 보인다. 위쪽은 벌목장이고 아래쪽은 노란 기중기를 실은 트레일러 하나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벌목장에선 통나무를 끌고, 싣고, 제재소까지 운반하는 다양한 차들이 나온다. 노랑이는 어디 있을까? 앗! 저기 기중기 운전석에 있구나.
자전거를 탄 플로시 경관이 보이고 차를 탄 딩고는 벌써 앞서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조그만 생쥐 아줌마의 견인트럭에 견인된 커다란 견인 트럭에 견인된 찌르러진 자동차의 모습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아 재미있다. 호박 자동차 안엔 누가 타고 있을까?
총 12대의 차량이 달려가고 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부엉이의 빗자루 자전거다. 노랑이는 어디 있을까?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보니 아픈 것은 아니겠지?
굴착기, 트럭, 트랙터, 불도저, 세척차, 트럭 등 온갖 장비 차들이 있다. 어떤 차는 도랑을 파고, 어떤 차는 수도관을 놓는다. 일꾼들이 일을 마치면 물이 수도관을 지나 사람들의 집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 가운데 쥐들이 탄 노란 연필차가 앙증맞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각기 다른 물건들(돌, 석탄, 시멘트, 토마토, 모래, 오렌지 등)을 실은 덤프트럭들이 모두 물건들을 바닥에 쏟고 있다.
2층 버스가 보인다. '하루에 한 권 책을 읽자'라는 문구가 적힌 차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다. 차를 얻어 타려는 여행자의 짐이 너무 커서 태워줄만한 차가 있을까. 몸집이 작은 쥐들이 탄 2인승 크레용 자동차와 5인승 연필 자동차도 큰 차들 틈에 보인다.
운전자들이 모두 차에서 내려 있다. 망치 자동차의 주인이 철물점에서 못을 산 후 횡당보도를 건넜는데 봉지가 터져 흘린 못에 지나가던 차들의 타이어가 모두 펑크가 났다. 맨 위의 중고차 매매소가 보인다. '친절한'이란 상호와는 달리 주인장의 표정이 심상찮다.
아빠 돼지는 타어어를 가느라 완전히 지쳤는지 뒷자석에서 자고, 엄마돼지가 운전을 한다. 오른쪽 위쪽에 '공사 중'이란 표지판이 서 있다. 시내 전차의 모습이 신기하다. 위쪽에 달린 선을 통해 매달려 가는 것인지 바퀴로 굴러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핫도그 자동차와 개미버스, 곤충버스가 큰 차들보다 더 눈길을 잡는다. 도서관차도 보이고, 2층으로 된 관광버스도 보인다. 그런데 노랑이는 어디 있지?
도로 공사용 중장비 차들이 흙과 돌을 긁어서 옆으로 밀어내고 있다. 새 도로가 놓일 땅을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이다. 노랑이도 불도저를 운전하고 있다. 골동품 스포츠카 네 대도 보인다. 바나나 자동차를 타고 가며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도 일꾼들과 도로 공사 차들이 굉장히 많다. 부지런한 생쥐 아줌마는 바람빠진 타이어에 공기를 넣고 있다. 오이 피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돼지도 보인다. 노랑이는 어디 있지?
동력 삽차, 바위 분쇄기차, 아스팔트 혼합기, 기중기, 적재기 등 여러 차량들이 평평하게 다진 땅을 포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저기 공사에 이렇게 많은 차들을 사용하다니 신기하다. 토끼가 탄 당근 자동차도 보인다.
새 도로를 만들기 위해 흙과 돌을 긁어내고, 땅을 평평하게 만든 다음 아스팔트를 깔고 있다. 자갈을 쏟고, 아스팔트 기름을 뿌린 후 아스팔트를 깔면 마무리가 된다. 그런데 차도에선 교통사고가 났다. 찌그러진 차가 3대 있다. 플로시 경관과 딩고의 추격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치즈 자동차를 타고 가는 쥐들의 나들이가 즐거워 보인다.
일꾼들이 도로 공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도로에 중앙선을 긋기만 하면 끝인데 중앙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훼방꾼이 있다. 풍뎅이 폭주족이다. '왼쪽으로 가세요'라는 푯말에 따라 차들이 왼쪽으로 천천히 운행하고 있다. 분홍 캠핑차에 타고 있는 상상을 해본다.
주유소의 여러 모습이 보인다.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과 세차를 하고 있는 모습, 자동차를 정비하는 모습 등등..
주유소를 지나쳐서 가는 차량 중에 돼지가 운전하는 칫솔 자동차의 칫솔은 어디에 쓰는 걸까?
왠지 위급한 느낌!! 빨간색의 차들이 가득하다. 호스로 불이 난 차에 물을 뿌리는 데 정작 불이 난 차를 보니 손톱만하다. 풍뎅이 아가씨 차에 불이 났는데 소방서엔 누가 전화했을까? 한참을 살펴보니 노랑이가 보인다.
기차역은 바쁜 곳이다. 늘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 화물 열차가 편지와 음식과 소포와 온갖 물건들을 싣고 내린다. 어떤 사람은 먼 곳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어한다. 휴가 가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싶으면, 기차의 자동차 운반차에 싣고 가면 된다. 냠냠 도넛자동차를 보니 도넛이 먹고 싶다.
자동차 경주가 열리고 있다. 경주차들의 색깔이 화려하다. 누가 우승자일까?
옥수수 자동차가 보이는 이 곳은 농장이다. 농장에서도 차는 필요하다. 건초수집기에 옥수수를 수확하는 차, 곡물을 수확하는 차에 우유를 배달하는 차, 거기다 할머니돼지는 증기 트랙터까지 운전하고 있다. 정말 바쁜 농장이다. 삶지도 않은 옥수수를 먹는 아빠돼지를 보니 배가 몹시 고픈가 보다.
여기는 온통 초록이다. 군대캠프를 지나가는 중이다. 수륙양용 지프, 탱크, 대포 트랙터, 뒷바퀴에만 무한궤도가 달린 군인 수송차 등등 ... 훈련 차량뿐만 아니라 매점트럭과 예배당트럭도 보인다. 이런 전쟁을 위한 차량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비행기가 있는 이 곳은 공항이다. 아빠돼지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비행기 한 대에 여러 차량이 달라붙어 연료를 채우고, 청소를 하고. 짐가방을 운반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생쥐아줌마는 일을 하고 있다. 활약이 대단하다. 외겹 날개 비행기, 생쥐의 추진식 비행기, 세겹 날개 비행기도 보인다. 정말 실재할까?
각종 캠핑카들이 많다. 지붕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부럽다. 수영장 트럭에서 다이빙하는 모습이 시원해 보인다. 뚱보네 천국이라고 씌여진 차가 압권이다. 자전거에 배까지 실고 간다. 나도 저런 캠핑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울 따름이다.
드디어 목적지인 해변에 도착했다. 바나나보트는 보이지 않고, 페달보트와 프로펠러 자동차가 바다위에 있다. 첨벙!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배가 보인다. 배에도 차가 가득이다. 내 고향도 섬이라서 차를 실은 배가 운행중이다. 이 배를 보니 고향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소풍을 끝낸 돼지가족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쓰레기장을 지나는 중인데 수많은 파리떼가 날아다닌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눈이 내리니 빙판길이 되었다. 파이를 실은 트럭이 도로 밖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이럴 땐 바퀴에 스노체인을 달아야 한다.
온통 눈 세상이다. 눈길용 버스와 제설차, 눈길용 트랙터도 보인다. 돼지가족 뒤에 오는 트럭에 초록 물건이 가득하다. 저 물건들은 뭘까?
초록 물건의 정체가 밝혀졌다. 눈길에 뒤집힌 트럭때문에 수박들이 굴러가고 있다. 멈춰!라고 소리치지만 수박들은 멈추지 않는다. 통통통 굴러가는 수박을 보는 운전자의 심정은 어떨까?
안 돼!
대참사가 일어났다. 추돌사고가 난 것이다. 겨자가 터지고, 토마토 주스가 쏟아지고, 생크림도 터졌다. 밀가루 봉지가 쏟아지고, 바나나가 나뒹군다.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 돼지가족. 집 앞에서 배달원이 막 떠나려 하고 있다. 엄마돼지와 아이들 돼지들은 앞마당 잔디에 놓인 상자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데 아빠돼지는 씩 웃기만 할 뿐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옆집에 이삿짐차가 온 걸로 보아 새로운 이웃이 생기려나 보다.
아빠돼지가 소풍가는 길에 장난감 가게에 들렸던 것이 기억난다. 아빠돼지는 아이들을 위한 자동차를 샀던 것이다. 아이들은 무척 즐겁다. 노랑이도 즐겁다. 새차에 새로운 친구들이 잔뜩 생겼기 때문이다. 와~ 드디어 플로시 경관의 추격전도 끝이 났다. 딩고가 탄 차의 바퀴가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이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진짜 신나는 하루다!!
지은이 리처드 스캐리는 이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았을까. 증기를 이용한 차량에서 디젤을 이용한 차들로 바뀌는 모습들이 마치 차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차들을 그린 것은 아닐까. 아니 존재한 차량 이외에도 상상으로 그려진 차들을 보는 재미는 더욱 컸다.
그림들을 보면서 상상력이 쑥쑥 자라나는 느낌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물건들에 바퀴를 달면?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차가 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스케치북을 펼치고 오늘 보았던 잠자리와 나비, 그리고 꽃을 그리고 예쁜 바퀴들을 달아보았다. 재미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점토로 만들어 보아도 즐거울 것 같다.
처음엔 노랑이의 존재를 몰랐는데 나중에 노랑이를 찾는 즐거움도 컸다. 그리고 앞에 나왔던 차와 동일한 차가 있는지 몇 번이고 들춰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잘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이 참으로 여러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 같다. 그러니 오랫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