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코슈는 어딜 저렇게 가는 걸까
디안 바르바라 지음, 류재화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5년 6월
품절


뜨로띠 뜨로따는 프랑스어로 동물들이 종종걸음으로 바삐 걷는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토마토하우스의 뜨로띠 뜨로따 시리즈는 전 5권으로 고슴도치, 개, 물범, 돼지, 고양이가 각각의 주인공들이다. 그 주인공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사주게 된 뜨로띠 뜨로따 시리즈는 각 권의 그린 이가 서로 달라서 그림의 느낌도 다른데 이 또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각 페이지마다 절개선이 나 있는 것이다. 표지 날개 부분의 절개선엔 주인공이 종이 인형처럼 오려져 들어 있는데 그 그림을 가지고 책 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평면적인 종이 인형을 손에 쥐고 앞 페이지의 절개선을 통해 넣어 뒷 장으로 넘어가고 그 종이인형으로 각 페이지의 그림들 위를 걷게 하면 실제로 걸어다니는 느낌이 들고 입체적인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다.

<주 코슈는 어딜 저렇게 가는 걸까>는 돼지가 주인공이며 이름은 주 코슈다. 화살표로 표시된 곳에 절개선이 있다. 그 곳에 주 코슈를 넣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초록색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그림을 보면 돼지 두 마리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주 코슈의 부모일 것 같다. 추운 날씨가 두 달째 계속되니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어 그냥 무료하게 집에서 낮잠을 즐기는 듯 하다. 하지만 어린 주 코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하루가 어지간히 심심한가 보다. 갑자기 귀를 움찔거리더니 밖으로 나간다.

눈 쌓인 겨울 숲이 보인다. 갈색 나무와 회청색의 하늘이 주 코슈의 초록색 집과 대비되어 보인다. 왠지 집이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바깥으로 나온 주 코슈는 길에서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자 깜짝 놀란다. 하지만 저 뒤 작은 숲 속에선 아마도 겨울이 무슨 소리를 내지 않을까? 주 코슈는 숲 길을 걸어간다.

저 멀리 주 코슈의 초록색 집이 보인다. 숲으로 걸어나온 주 코슈는 붉은 갈색의 나뭇잎 무더기를 발견하고 주둥이로 뒤적거리다가 잠자는 고슴도치의 가시에 찔려 새빨개진다. 놀라고 아팠을텐데 주 코슈는 “거봐, 그러니까 내가 가는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계속 간다.

이 책을 자세히 보면 각 페이지마다 초록색이 항상 나온다. 그 초록은 어둡고 무거운 느낌에 대비되어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어린 주 코슈의 파릇파릇한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눈 위에 작은 발자국이 아주 깊고 또렷하게 찍혀 있다. 주 코슈는 발자국들을 따라간다. 하나 둘, 하나 둘.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큰 밤나무가 보이고 눈이 내린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걸어가던 주 코슈는 초록색 사다리가 있는 예쁜 동굴을 본다. 어디에 닿을지 모르면서도 주 코슈는 동굴 안으로 기어들어 간다.

동굴을 보면 밤나무 아래 있는 굴이라서 그런지 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토끼들도 밤을 먹나보다. 그래도 역시 토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당근과 순무가 아닐까.

주 코슈가 들어간 동굴은 토끼들의 집이었다. 초록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주 코슈를 보고 토끼들은 신이 난다. 마침 토끼 중에 하나가 당근 세 개랑 무 하나를 구해와서 축하파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축하파티를 벌이고 있는 까만 굴 속의 빨간 당근과 보라색 순무가 눈에 띈다. 당근과 순무가 무척이나 맛있을 것 같다. 거기다 초록색 사다리와 초록색 식탁과 의자 역시 눈길을 잡는다.

당근과 순무를 조금 갉아 먹던 주 코슈는 커다랗게 웃어댄다. 왜일까? 주 코슈에겐 당근과 순무보다 집에 있는 빵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주 코슈는 내일 다시 빵을 가지고 올거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눈으로 가득하다. 하늘에선 여전히 눈이 내리고 눈사람의 빨간 당근 코에도 눈이 쌓여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추운 겨울이지만 집을 나설 때와는 달리 돌아오는 길의 주 코슈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새 친구들을 사겼기 때문이다. 식성은 좀 다르면 어쩌랴. 겨울은 겨울일뿐, 신나게 놀다 보면 가지 않겠는가.

표지 뒷장의 날개 부분을 보면 주 코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만일 주 코슈를 잃어버리면 이 그림을 그대로 베껴 직접 종이 인형을 만들면 된다.

세 살배기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뜨로띠뜨로따 시리즈는 돼지는 돼지책에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고양이 개 등을 함께 가지고 놀면 그 재미가 더하다. 아이와 엄마가 하나씩 가지고 인형놀이하듯 놀아도 된다.

하지만 찢어지기 쉬우니까 코팅을 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각각의 동물들을 큰 테이프로 코팅을 하듯 앞뒤로 붙였다. 그리고 모양을 따라 오렸더니 찢어지지 않아서 좋다. 이 책은 세 살에서 취학전 어린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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