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잡아!
이혜경 지음, 강근영 그림 / 여우고개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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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아이에게 책을 골라줄때 가급적이면 제 나이에 맞는 책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데 아이는 꼭 제 나이에 맞는 책뿐만 아니라 부모가 보는 책이나 권해준 책에 더욱 관심을 보일 때도 있다. 요즘은 자연과 친구되는 날개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데 세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이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날개만 들춰보았고, 나 또한 아이에게 그 이상의 부담은 주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이가 전부를 읽어주기를 원하며, 씨앗을 심는 과정 부터 물을 주고, 흙을 덮는 과정을 이해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제 나이 또래의 책이 가장 부담없는 것 같다. 

여우고개에서 나온 이 책은 단순한 느낌이지만 나뭇잎 하나로 여러가지로 이용할 수 있고, 작은 벌레들의 모험에 아이 역시도 매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말을 시작한 아이는 꼭잡아!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불명확한 발음으로 따라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숫자를 세는 걸 즐기는 아이는 벌레의 수를 세기도 하며 글뿐만 아닌 상황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길 원한다. 단순한 나뭇잎이 우산이 되고, 나뭇잎 배가 되고, 낙하산이 되었다가 보자기로 쓰이고 식탁이 되었다가 이불이 되는 상황이 연결되어서 재미를 준다. 상황 상황도 재미있고, 신기하며 특히 빨간 앵두를 따고 먹는 장면이 어른인 내겐 미각의 느낌마저 살려주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언젠가는 앵두를 나눠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친구끼리 사이좋게 나누고 어울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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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우표 동심원 7
곽해룡 지음, 김명숙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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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이와 기차를 타고 지방에 다녀왔다. 비온뒤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도 선명하게 그 색채를 드러내고 있었다. 회색구름이 넓게 하늘에 퍼져 있었으며 푸른 나무들과 모내기 전인 논에는 빗물로 가득했고, 아카시아 나무는 하얀 꽃들로 가득했다. 이제 말문이 터진 아이가 창밖을 보면서 "나무 나무" 하길래 내가 "아카시아 나무"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단숨에 "아까시 나무"라고 말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기차타고 간 이야기를 뭐라 하면서 "아까시, 아까시"한다. 그래서 웃었는데 <입술 우표>라는 동시집을 읽다가 아까시나무가 나와서 깜짝 놀랬다. 혹시나 아까시나무가 따로 있나 싶어서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아카시아 나무였다. 


[피리가 된 아까시나무]

벌레를 물고 온 박새가
죽은 아까시나무 줄기 속으로 사라졌다

박새가 사라진 자리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다

찌르찌르 찌르르
구멍 안에서 
피리 소리처럼 맑은
아기 새 울음이 나온다


 '턱걸이'와 '달리기', 두 시는 참 건강한 느낌이다. 이를 앙다물고 눈을 감고 볼을 씰룩거리다가 팔을 굽혀 턱걸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과 머리띠를 맨 아이들이 힘껏 달리는 모습을 지구가 들리고, 발바닥으로 힘차게 지구를 돌린다는 표현을 썼다. 운동회날이었는지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다. 


[달리기]

머리띠를 맨 아이들이 출발선에 서 있다

화약총을 든 선생님이 하늘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와아! 아이들 함성이 지구를 뒤흔든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지구가 돌아간다!

머리띠를 맨 아이들이 발바닥으로 힘차게 지구를 돌린다


우리 아이는 곧 두돌이 되어간다. 18개월까지 젖을 먹였는데 그 후 밥을 잘 먹다가 다시 젖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가 저렇게 원하니 어찌 주고 싶지 않으랴 마는 이가 상하게 될까봐, 밥을 적게 먹게 될까봐 젖을 주면서도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다. 아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이쪽 저쪽 젖을 빨아댄다. [해돋이]를 읽다가 엄마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주면서 고요히 서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엄마소처럼 고요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해돋이]

송아지가 젖을 빤다

젖꼭지 네 개를
번갈아 가며 빤다

젖꼭지를 문 채
젖퉁이를 킁킁 박아 가며 빤다

엄마 소는 눈만 한 번씩 끔벅이고
먼 산 보고 있다

산꼭대기엔
붉은 해가 솟는다

엄마 소가 
붉은 해에게 젖 먹이고 있다

엄마 젖 먹고 붉은 해가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곽해룡 시인은 마음이 참 고운 분인가 보다. 팔뚝에 앉은 잠자리에게 겁도 없이 앉아준 것이 고마워서 숨소리도 죽이고 막대기처럼 서 있는가 하면, 철쭉나무 숲에서 오목눈이 아기 새를 발견하고도 아기 새들이 무사히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친구들에게 뻥쟁이라 불리우는 것을 택한다. 


[막대기가 된 날]

연못 구경을 하고 있는데
된장잠자리 한 마리가
난데없이 내 팔뚝에 앉았다

앉으라고 손가락 내밀 때는
달아나기만 하던 잠자리가
겁도 없이
내 팔뚝에 앉아 준 것이 고마워서

나는 잠자리가 날아갈 때까지
숨소리도 죽이고
막대기처럼 서 있었다


시인의 눈길은 또 소외된 자들에게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면발 뽑은 연변 아저씨에게, 뇌성마비에 걸린 막내 고모에게, 빈 병 모으던 할아버지에게, 맹인 가수에게, 짐차 운전수인 아빠에게.... 하지만 '희망'이란 단어를 꼭 품고 있는 듯 하다.


[입술 우표]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 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 드립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부산으로도 여수로도 떠나지 못하고
반송되어 와
종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에 떠나느라
내 입술 우표를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이제 아빠는 
내가 잠들기 전에
미리 입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어떤 날 아빠는 내 입술 우표를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 가기도 합니다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 주어도 닳지 않아
아깝지 않지만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 드리는 날은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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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 동심원 8
민현숙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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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개개인의 삶의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커다란 세계의 여러 흐름에 의해 개인의 삶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잘살기를 희망하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옛날이 살기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내 어렸을 적 보다 훨씬 많은 물질을 향유하고 있고, 원하는 것은 더 쉽게 가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걸까. 그건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이 가퍅해지고 여유를 잃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단지의 꿀 날마다 퍼 가도
꽃은 벌에게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바닷속 소라 멍게 해삼.....
망사리 가득 주워 가도
바다는 해녀에게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들판의 달래 냉이 씀바귀....
바구니 가득 캐 가도
땅은 사람에게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고마워 고마워> 동시집의 동시들은 내 기억의 호수에 돌을 던져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시골에서 그것도 섬에서 태어난 나는 유년시절을 한 마리 노루처럼, 숭어처럼 마음껏 산으로 바다로 뛰어다니며 놀면서 자랐었다. 봄이 오면 새싹들이 생글생글 돋아나고 앞산에 진달래가 가득 피면 앞산으로, 산딸기와 머루, 골짜기의 물이 졸졸졸 흐르는 것을 보고 싶으면 뒷산으로, 여름엔 눈을 뜨자 마자 바닷가로 달려가 벌거숭이인채로 파도에 몸을 맡겼고, 오후엔 물이 빠진 갯벌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조개, 굴, 조가비, 게, 고동을 살피고 잡기도 하였다.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가는 귤과 유자를 따러 들로 나가고, 겨울이면 뒷산 묘뚱의 마른 풀 위에서 신나게 미끄럼을 타곤 했었다. 그렇게 자연은 우리를 그대로 품어 주었고, 자연의 품 안에서 마냥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러다 도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시멘트 속에서 살다보니 마음이 점점 닫혀가고, 이해의 득실에 따라 사람의 관계도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연에서 배우기>

할머니는 말씀하세요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돌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돌 하나하나 들춰 보지 않아도
그 품이 안아 기른
지네 노래기 방울벌레....
수도 없이 많을 거라고

할머니는 또 말씀하세요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풀이
바로 하느님이라고

그 풀 헤쳐 보지 않아도
됫박벌레가 숨어 있고
노린재 알이 깨어나고
태어나 처음 집을 짓는 
어린 거미가 있을 거라고



이렇게 팍팍한 내 삶에 시 한편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가뭄처럼 쩍 갈라진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내리기도 한다. <고마워 고마워>란 시가 꼭 그렇다. 민현숙 시인은 "동심을 빌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어요. 세상을 보는 창이 되어 어린이 여러분이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것들까지 찾아내서 느끼게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하찮아 보이는 벌레나 생쥐, 나비, 잠자리에도 시인의 따뜻한 눈길은 머물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이 세상 만물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고마워 고마워>

꽃아, 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피어 줘서 고마워
새야, 내가 슬플 때 노래 불러 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 나의 엄마 아빠가 되어 주셔서 고마워요
친구야, 많고 많은 아이 중에 내 짝꿍이 되어 줘서 고마워
신호등아, 내가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파란 불을 켜 줘서 고마워
옆집 개야, 내게 꼬리를 흔들어 줘서 고마워
신발아, 내 발 대신 흙탕물을 밝고 걸어 줘서 고마워
버스야, 나를 외할머니 댁으로 데려다 줘서 고마워
자전거야, 심심한 나랑 놀아 줘서 고마워
해야, 꽁꽁 언 시냇물을 녹여 줘서 고마워
가스불아, 내가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 줘서 고마워
암탉아, 맛난 계란을 낳아 줘서 고마워
일기장아, 내 비밀 얘기를 들어 줘서 고마워
고마움을 알면서도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고마운 것들아, 너희들도 고마워. 


따뜻한 마음과 깊은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은 이렇게 우리와는 다른가 보다. 어린이들에게 동시집을 권장하고 싶다. 노린재가 무엇인지, 됫박벌레가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찾아도 보고, 아이들의 마음에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란 씨앗을 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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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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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음산하고 무겁다.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어두컴컴하면서도 습기가 가득할 것도 같고, 먹물이 번진 듯한 모습이 왠지 이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고, 아픔을 지닌 듯 한 인상을 준다. 

작가 문영숙은 신문에서 일본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생존자 김경봉 옹의 기사를 읽고, 바다 밑에도 탄광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한다. 어떤 사명감에 이끌리듯 김경봉 옹을 찾았고, 징용으로 끌려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살아났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또 조세이 탄광 수몰 희생자 위령제가 해마다 열리는데 유족들을 따라 조세이 탄광이 있던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일본에 의해 나라 잃은 설움을 겪은 이 땅의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가 비참하게 살다 한을 품고 생을 마감한 사람들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검은 바다>는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생존자의 증언을 밑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똑같은 아들인데 장손인 형만 위하는 부무에게 찬밥신세인 강재는 불만이 있다. 학교에 입학한 형은 일본 아이들 틈에서 꽤 똑똑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일본 아이들은 그런 형을 시기하고 괴롭힌다. 어느 날 형은 자신을 깔보는 일본 아이를 패준 덕에 교무실로 끌려가 일본 선생에게 피가 터지게 맞는다.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아버지때문에 형은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고, 일본 선생에게 맞은 형은  그 뒤로부터 깜짝깜짝 놀라는 등 허우대만 멀쩡한 바보가 되어 갔다. 어머니와 형이 읍내에 약을 지으러 갔다가 일본인에게 형이 강제로 끌려간다. 일본인들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들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을 마구 끌고 갔는데 형도 그렇게 된 것이다. 부모님은 끌탕이시고, 읍내게 갔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강재에게 형을 대신해 가달라고 한다. 강재는 갔다만 오면 면서기를 시켜준다는 거짓선전에 속아 형 대신 끌려가고 큰 공장에 가서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말과는 달리 조세이 탄광으로 끌려가게 된다. 

흔히 탄광하면 산속에 있을 것 같지만 강재가 끌려간 곳은 다름 아닌 바닷가. 굴 속에 있는 바닷물을 뿜어 올리고 그 속에서 석탄을 채취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전쟁에 필요한 석탄을 채취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했고, 겨우 목숨을 이을 정도의 끼니를 주며 노예처럼 부려 먹는 것이다. 흡사 흑인 노예들이 저 아프리카 대륙에서 끌려오듯이 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고, 채찍질을 하는 것도 똑같았다. 죽는 것보다 못한 이런 삶에 도망을 치는 사람들도 있고, 잡히면 모두들 보는 곳에서 때려서 죽게 만든다. 그러다 바닷물에 의해 막장이 무너지고 막장안에 갇힌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죽는 것을 보면서 강재는 틈을 타서 도망을 친다. 제철소에서 만난 일본인 야마타의 도움으로 먼저 막장에서 도망친 고향친구 천석을 찾아다니다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타 죽고, 살아남은 사람도 끔찍한 모습인 광경을 보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살아남았지만 제정신도 아니고 한쪽 손이 탄 천석을 만나 고생끝에 조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끔찍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었던 역사를 우리에게 기억하게 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나라란 무엇인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일깨우게 한다.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직도 고통받고 있음을 잊지말라고 하는 것도 같다. 일본과의 경제외교때문에 과거는 과거라느니 실리의 문제라느니 하는 말에 대해서도 정말 그게 옳은 처사인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강제징용자들, 정신대할머니들, 그리고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여기 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한민족이라는 것을 떠나 인간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일본은 지금도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역사왜곡을 일삼고 자위대법을 부활하였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작은 반도에서 그것도 둘로 나뉘어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사실 나는 왜 북을 증오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과거 친일파에 대한 역사 청산의 과정도 생략되어 있고, 오히려 친일파의 후손들이 버젓이 국가의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해야할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내가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생각해봐야 겠다. 

문영숙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런 참혹했던 과거를 알려주어서...그리고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날 내가 이렇게 숨쉬고 자유로이 살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잊지말아야 할 역사가 있음을...그 속에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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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수프
하야시바라 다마에 글, 미즈노 지로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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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어때?라고 누군가 내겐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사는 게 너무 팍팍해, 항상 피곤하게 느껴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내 삶이 어찌하여 피곤하고 팍팍한가. 하루 일과를 살펴보니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 신나게 하고, 대충 아침 차려서 식사하고 도서관에 가거나 날이 좋으면 근처의 공원이나 천변, 뒷산을 걷기도 한다. 그러다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낮잠을 잔다. 저녁무렵 일어나 저녁밥을 차려서 먹고 아이 목욕시킨 후 인터넷도 하고,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특별히 힘든 일도 없는데 누가 내 삶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삶을 팍팍하게 생각하는걸까. 

아마도 그건 나 혼자만의 삶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었을때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은든형 외톨이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어떤 일을 계기로 다른 사람을 대면해야 할때, 그게 일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적이게 될때 서로간에 마음을 열지도 못하면서 가장된 웃음과 형식적인 인사말 등을 억지로 해야하는 것이 몹시도 피곤한 탓이리라.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내 아이가 자라면서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참 궁금하기도 하다. 내 내면은 이렇지만 실상 남들이 보기엔 내가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할머니의 수프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크리스마스 날 밤 숲속의 동물친구들이 차례로 찾아온다. 이유는 할머니의 수프 냄새가 이들을 오두막집으로 이끈 것이다. 수프는 처음엔 둘이 먹으면 족할 것 같았지만 친구들이 늘어나도 조금씩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처음엔 수프가 부족할 거라며 먼저 온 동물이 나중에 온 동물에게 안돼라고 말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눠도 줄어들지 않은 수프를 보곤 나중엔 직접 의자까지 가져와서 도움을 준다. 

세상살이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이 세상은 냉정하고, 내것만 잘 챙기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란다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이 책은 나눔의 기쁨과 다른 동물들이 찾아와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장면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은 이렇게 살만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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