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머니의 수프
하야시바라 다마에 글, 미즈노 지로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사는게 어때?라고 누군가 내겐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사는 게 너무 팍팍해, 항상 피곤하게 느껴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내 삶이 어찌하여 피곤하고 팍팍한가. 하루 일과를 살펴보니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 신나게 하고, 대충 아침 차려서 식사하고 도서관에 가거나 날이 좋으면 근처의 공원이나 천변, 뒷산을 걷기도 한다. 그러다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낮잠을 잔다. 저녁무렵 일어나 저녁밥을 차려서 먹고 아이 목욕시킨 후 인터넷도 하고,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특별히 힘든 일도 없는데 누가 내 삶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삶을 팍팍하게 생각하는걸까.
아마도 그건 나 혼자만의 삶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었을때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은든형 외톨이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어떤 일을 계기로 다른 사람을 대면해야 할때, 그게 일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적이게 될때 서로간에 마음을 열지도 못하면서 가장된 웃음과 형식적인 인사말 등을 억지로 해야하는 것이 몹시도 피곤한 탓이리라.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내 아이가 자라면서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참 궁금하기도 하다. 내 내면은 이렇지만 실상 남들이 보기엔 내가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할머니의 수프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크리스마스 날 밤 숲속의 동물친구들이 차례로 찾아온다. 이유는 할머니의 수프 냄새가 이들을 오두막집으로 이끈 것이다. 수프는 처음엔 둘이 먹으면 족할 것 같았지만 친구들이 늘어나도 조금씩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처음엔 수프가 부족할 거라며 먼저 온 동물이 나중에 온 동물에게 안돼라고 말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눠도 줄어들지 않은 수프를 보곤 나중엔 직접 의자까지 가져와서 도움을 준다.
세상살이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이 세상은 냉정하고, 내것만 잘 챙기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란다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이 책은 나눔의 기쁨과 다른 동물들이 찾아와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장면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은 이렇게 살만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