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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스무 살 - 깜찍한 20대, 세상에 딴지를 걸다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 나의 스무살
빙글빙글 돌았던 나의 스무살은 항상 하루일과를 파전막걸리집 양철 테이블 위에서 마무리짓곤 하였다. 선배 동기들과 함께 눈이 게슴츠레해지도록 퍼마시고 지껄여대면서 그게 스무살의 봄이었음은 미처 알지 못했다.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나의 스무살은 하얀 구름과자 속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병정놀이와 가면무도회가 끝난 자리에 서서 여전히 눈부신 5월의 햇살을 바라보며 영원한 청춘, 불꽃같은 인생을 꿈꾸었다.
이글이글 뜨거웠던 나의 스무살은 한 여름에도 시들줄을 몰라서 삼복더위 땡볕을 마다하지 않고 고추밭과 논벌에서 흙냄새와 함께 나뒹굴었다. 그 흙냄새 그대로 가지고서 지리산에 올라 쏟아지는 별빛과 맞바꾸기도 하였다.
와글와글 시끄러웠던 나의 스무살은 세상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궁리하기에 하루라도 건너뛰는 날이 없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에서 철학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웅변가가 되어 보기도 하였다.
활활 타오르던 나의 스무살도 흰눈이 내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올 때에는 저물어갔지만, 솔직히 나는 그게 스무살의 마지막 페이지인지도 몰랐다. 그 페이지가 완전히 넘어간 후에야 나는 그 페이지는 다시는 뒤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 남편의 스무살
남편의 스무살은 깨진 스무살.
고등학교 때 다리를 다친 남편은 장애인 스무살이었다.
그렇다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야하는 스무살은 아니었지만,
금이 가버린 찻잔은 손가락으로 퉁겨보아도 맑고 청명한 울림 소리는 나지 않는다.
이왕 깨지고 금이 가버린 신세, 무엇이 두렵고 거칠 것이 있으랴
폭풍 같이 내달리고 천둥 처럼 시끄러웠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긴 시간 혼자 있게 되었을 때
스무살의 순간들을 회상하며 스스로 경악스러웠다고 한다.
그런 판국이었으니 어느 아가씨가 눈길이라도 주었을까?
외롭고 헛물만 켰던 내 남편의 스무살은 고이고이 간직되다
나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서른이 넘어서 나에게 확 움켜쥐어져 버렸다.
# 너희들의 스무살
세월이 더 많이 흘러 서른 살이 되고 서른다섯 살이 되고 서른여덟 살이 되었을 때, 문득 일어나 되돌아 보니 스무살의 내가 앉아있어야 했던 그 자리는 지금도 내 뒤에 놓여져 있었다. 다만 그 자리 옆에는 그동안 내가 꾸깃꾸깃 끌어안아왔던 지나온 시간들의 보따리들이 더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100% 스무살 청춘들이여, 100% 다음에는 200% 스무살이 기다리고 있고 300% 스무살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 스무살을 에돌아갈 생각을 하기 보다는 지금 바로 자기의 자리에 털썩 앉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면, 이 ‘100% 스무살’이라는 책을 한 손에 펴들고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에게 딴지를 걸어보기 바란다. 소용돌이치는 스무살의 파도 위에서 지금 이 순간 행운이 함께 하기를,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