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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ㅣ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평점 :
어둠이 찾아온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고양이들에게 둥글고 환한 달님이 떠올라와서 “안녕”이라는 인사를 나눈다. 이때 고양이들은 적막하고 공허로운 세상에서 오직 엄마만을 찾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상징하며, 환하고 둥근 달님은 인자하고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어머니를 상징하고 있다.
한편 갑자기 등장하여 고양이들로부터(자녀들로부터) 달님을 가리우는(차지하려는) 구름은, 자녀들로부터 어머니를 떼어놓으려는 여러 가지 대상들을 상징하고 있다. 그 대상들은 어머니를 유혹하는 다른 외간남자일 수도 있을 것이고,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융화되지 못한 아버지일 수도 있을 것이며, 어머니를 자녀들로부터 격리시키는 어머니의 직장이나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구름으로부터 야기된 긴장은 구름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물러가고 다시 달님이 고양이들(자녀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소된다. 그리하여 달님은 다시금 환하게 미소짓고,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손을 잡은 어린 아이의 모습도 그림 속에 등장하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책의 뒷표지에는 혓바닥을 내민, 그래서 어린 자녀와 재미있게 놀아주는 달님(어머니)의 형상이 나타나며,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그림을 보는 어린 아이들은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여운’을 가질 수 있게 된다.(서양 문화권에서는 이렇게 혀를 내미는 것이 ‘성적’ 상징이므로 작가의 원래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부정적으로 해석될 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처음으로 말과 글을 배우는 어린 아이들이 따라 읽기 쉬운 간결한 문장과 단순하면서도 집중력이 있는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주된 애착 대상인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러한 어머니를 상징하는 둥글고 환한 달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달님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우주천체 3가지(지구, 태양, 달) 중의 하나로서, 이러한 달을 생애의 아주 이른 시기부터 친숙한 대상으로 소개시켜주고 있다는 데에 이 그림책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물론 이것이 작가의 원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