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백조의 품안으로 돌아온 미운오리새끼

소희의 방 ㅣ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키도 크고 머리 회전도 빠르고 마음씨도 곱고 인물도 받쳐주는 아이 소희. 그러나 할머니의 고집으로 인해서 미운오리새끼와 같은 유년 시절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소희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역시 키 크고 우아한 친어머니의 둥지로 돌아가게 된다.

살갑고 애틋할 것만 같았던 어머니의 둥지는 그러나 소희에게 여러 가지 풀어야할 숙제를 던져주게 된다. 낯선 환경, 낯선 동생들, 그리고 새로운 친구 사귀기와 사랑과 우정의 갈등을 겪어 나가게 된다.

아름다운 순백의 깃털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미운오리 시절에 뒤집어썼던 잿빛 흙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연신 푸드덕 거리지 않을 수 없는 소희는 무한경쟁의 거미줄에 걸린 채 보다 나은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 그대로의 모습이다.

드라마에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얽히고설킨 가족 관계 속에서도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수월한 길은 서로에 대한 솔직함과 용서, 희망이라는 것을 잔잔히 일깨워준다.

사랑(재서)과 우정(채경) 가운데서 우정을 선택한 소희의 선택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솔직하지 못한 소희의 욕망이었다. 아마도 이 책의 속편이 또다시 씌여진다면 이 미완의 사랑이 주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희는 논바닥에서 벗어나 백조의 둥지로 돌아갔으나, 미르와 바우는 여전히 개울 바닥과 논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지만, 평생 오리는 또한 평생 오리 나름의 생활과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님의 미르와 바우의 그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