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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얘기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난 반응은 '그거 배용준이가 자기가 직접 쓴 걸까?'라는 것이었다. 그 속내야 나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방식으로나마 이렇게 우리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소재와 주제로 삼아 책을 펴냈다는 게 나에게는 좋게만 보인다.
이 책은 적당히 말랑하고 부드러워서 한 번 책을 펼쳐들면 의외로 재미있게 쭉쭉 읽어나가게 된다. 여성적 감성이랄까, 아니면 오히려 가장 절제된 남성적인 부드러움이라고 할만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지는 천 년을 가고, 옻칠을 잘 한 공예품은 만 년을 간다는 것과 차잎을 가열처리하는 것을 덖는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토막이야기들은 알아두면 어디 나가서 적당히 교양을 떨기에 딱 좋은 얘기들이다.
생각하는 것보다는 눈에 비춰지는 것에 더 잘 현혹되는 요새 젊은 애들이 보기에도 딱 좋을 만큼의 사진과 본문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기도 하다.
김치 담그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 가지 짚고 나간다면, 김치의 가장 큰 약점은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고혈압이라는 성인병에 치명적이다. 염분이 적게 들어간 짜지 않은 김치를 개발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김치를 가급적 작게 썰어서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여야 하며, 더 나아가서 물컵에 김치를 빨아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굳이 비교를 해본다면, 양식 한식 중식 일식 중에서 현시점에서는 일식이 가장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여름에 한옥의 마루가 시원하기는 하지만, 70-80년대에 옛날 집에서의 한 겨울의 추위와 우풍을 직접 겪으면서 자랐던 사람들은 그래도 아파트가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방안에서도 내복에 세타에 몇 겹씩 껴입어도 방에 떠놔둔 물 주전자의 물이 얼어붙던 그 시절을 알지 못한다면, 이런 얘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는 벽에 걸어둔 액자 속의 그림과 같은 책이다. 그저 놔두고 바라보면서 그럴 듯하다고는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바쁜 사람들이 진짜 자기의 생활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얘기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건축양식이 어떻게 한국적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곳의 전시실을 둘러보고난 나의 소감은,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 마치 어디 먼 아프리카나 남미의 다른 종족의 역사를 그저 학술문화적인 '관심'의 차원으로 전시하고 있구나 라는 것이었다. 유물 몇 개에다가 설명문 몇 장을 붙여놓은 것이 자신의 선조와 자신의 역사적 뿌리를 대하는 자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류문화의 대표주자로소 배용준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계속 사랑 받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