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개야! 그림책 보물창고 53
필립 디 이스트먼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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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지 않고, 중심적이고 특징적인 그림과 짧은 몇 마디의 문장만으로 각각의 지면들이 채워진 그림책이다.

 

책의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의 일관적인 줄거리를 쫓아나가기 보다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큰 개는 몇 마리가 있고, 작은 개는 몇 마리가 있지? 그리고 그러면 큰 개와 작은 개를 모두 합하면 모두 몇 마리가 있는 것이지?' 라는 식으로 수와 셈을 가르쳐 주는 질문을 어린 독자들에게 던져줄 수도 있는 책이다.

또 '큰 개/작은 개', '검은 개/하얀 개', '안으로/밖으로', '차를 타고/차에서 내리고', '위로/아래로' 등의 대비적인 어휘개념을 아이들에게 일러주기에도 적합한 책이다.

 

한편 일관된 줄거리와 주제는 없지만, 자동차를 타고 줄지어서 어디론가 달려가는 개들의 행렬과 마지막의 시끌벅적한 개들의 커다란 잔치를 통해서 어느 정도 책의 시작과 절정, 마무리의 느낌을 주고 있으며, 미국식 그림책 답게 암캐와 숫캐의 만남과 튕김, 동행도 양념으로 버무려 놓았다.

 

이 책의 그림의 분위기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각 장면들처럼 보이는데, 국내 작품인 '만희네집'이나 일본 작품인 '14마리'의 그림 분위기가 시골풍이고 사실적인데 비하여 상당히 도시적이고 동적인 움직임과 개들의 과장된 표정이 강조되어 있다.

 

이 책은 다소 기가 죽어 있는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 같고, 또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독서습관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유아들을 책과 친하게 해주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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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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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색깔은 어느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색깔일 수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다양한 피부색을 갖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이웃이고 친구라는 사실을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쉽게 써내려간 책이다. 강렬한 원색과 선이 굵은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주변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갖고 있었다라는 표면적 사실 이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가 바로 나 자신과 나의 가족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착함과 예의바름, 친절과 우정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동질성’을 갖고 있다는 이면의 사실(피부색은 달라도 모두 함께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이유)도 제시되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다문화 문제에 대한 첫걸음을 내딛는 책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다문화 문제의 알맹이를 담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도 이 책을 읽을 어린 독자들의 부모나 보호자들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의 주인공인 레나에게 있어서 다른 피부색이란 그저 단순한 색깔의 다름뿐이지만, 우리 사회의 어린 자녀들이 맞닥뜨리게 될 다른 피부색이란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차별, 문화적 소외 등의 사회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응어리져서 맺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피부색이 달라서 빈곤과 차별과 소외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빈곤과 차별과 소외가 국제매매혼과 이주노동자의 수입을 불러왔기 때문에)

  따라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차별을 완화하여 국제매매혼이 없더라도 사회의 청춘남녀들이 제 때에 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여주고, 손쉽고 값싸게 외국의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보다는 다소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남아도는 노인노동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인종다문화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건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피부색의 다문화인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 어떤 금은보화와 사회적 혜택을 부여한다고 하여도, 바다건너 이역만리 고향땅에 부모형제를 남겨두고 생이별을 한 그들의 생살을 찢는 이산가족의 아픔과 비극을 보상해 주지는 못할 것이기에, 이 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라면 다문화 장려의 길이 아니라 다문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다문화 2세, 3세들에게도 마치 기정사실처럼 한국에서의 정착만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그들이 희망하고 선택한다면 그들이 다시 한국 이외의 또 다른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착자금 등의 지원을 아낌 없이 넉넉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피부색이 달라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를 더 좋아하고 그 나라를 자기의 조국으로 선택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그럴 수 있는 아량과 넉넉함이야말로 진정으로 성숙한 다문화 사회의 일면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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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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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밖으로 달리다’의 주인공인 제시는 19세기와 20세기를 넘나들며 마을의 친구들과 자신의 동생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마을의 어린이들을 과학적 실험의 도구로 삼은 거대한 음모와 맞서게 된다.  

  그런데 19세기의 교육을 받은 제시가 20세기말의 같은 또래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인상은 ‘무질서’의 덩어리였다.
 일부(어쩌면 대다수의) 교육학자들과 부모들은 자녀들을 ‘민주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집의 경험상으로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존재(무서운 어른)가 필요하다. 그래서 엇나가려할 때 그것을 가다듬어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초등학교 이하의 아동들이 ‘형식적 조작기’(추상적인 도덕적 사고능력)에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도 부합된다.)  

 어쨌든 아이들은 마냥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키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당장은 아이에게서 원망을 들을지언정 아이의 도덕성 발달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위하여 아이들에게 무서운 악역을 부모는 마다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20세기의 미국사회는 이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던 부모들에게는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병든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게 했던 부모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몇 달씩이나 아이들과 격리되어 그 부모됨을 심사받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의 자식이라면 자신의 소유물이나 부속물처럼 생각하여 동반자살의 희생물로까지 끌고가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일면과 비교해 볼만한 부분이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목사나 학교선생님, 기자 외에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던 점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이슈와 사건들을 중재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앞날에도 이와 같은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액션SF영화를 뺨치는 박진감과 흥미를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결국은 현명한 어머니와 용감한 둘째딸의 가족애와 성장일기를 그려낸 ‘모계소설’이다. 그렇지만 내 남편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아들이나 아빠 독자들도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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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 꿀벌이 전하는 지구 환경 보고서 지식 보물창고 2
로리 그리핀 번스 지음, 엘런 해러사이모위츠 사진, 정현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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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첫째 딸은 예쁘기만 할 뿐 아니라 총명하기도 그지없어서 만 37개월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영어단어 스펠링을 줄줄 외우고 있다. 생일케익을 먹을 때는 c-a-k-e 을 외우게 하고, 하루 한 차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i-c-e, c-r, e-a-m 을 외우게 한 다음에야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세 숟갈만 퍼주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딸아이가 종이 위의 영어단어나 구구단표의 숫자들만 줄줄 외우면서 어린 유년시절과 앞으로의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어린이집을 오고가면서 길가의 이름 없는 풀꽃들에게도 ‘안녕’이라고 인사를 나누고, 나뭇잎 사이의 귀여운 거미줄도 건드려 볼 줄 아는 해맑은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라는 책은 우리 아이에게 숫자와 글씨 이외의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사근사근 속삭여 주는 책이다.

  자라나는 꽃봉오리 아이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감성’과 ‘사실’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볼 수 있어야 하고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라는 이 책은 봄날의 미풍처럼 부드러운 어조로 꿀벌들의 ‘사실’적인 측면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책이다. (이에 비해서 잘 알려진 ‘꿀벌 마야아의 모험’이라는 책은 꿀벌들의 세계를 감성적인 동화로 그려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사진들과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메리 아주머니의 양봉(벌치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집에서도 베란다에 벌통을 걸어놓고 싶은 충동이 샘솟아 오른다.

  또한 ‘벌집군집붕괴현상’에 대하여 여러 과학자들과 꿀벌을 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저절로 과학적 사고와 이해력이 쑥쑥 커나가는 것 같다. 그리하여 아마도 이 책을 시시때때로 펼쳐보게 될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영어단어와 구구단 뿐만 아니라 과학공부도 한결 수월하게 해나갈 것 같다.




  우리집 첫째와 쌍둥이 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꿀벌’들과 같이 항상 ‘붕붕’ 거리며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꿀샘을 가득가득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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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살인 사건 동화 보물창고 30
베티 렌 라이트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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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적에 괴도 루팡과 셜록 홈즈가 꽤 인기가 있었다. 언니나 오빠, 친구들 모두 나란히 누워서 책을 돌려가며 읽었던 것 같다. 과자 몇 봉지와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기쁠 순 없을 터였다. 그리고 그 후엔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즐겨 읽었고, 어른이 되면서 추리물은 점점 나와 멀어져 갔다. 요즘은 굉장히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소설들이 도서관 서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영화 역시도 끔찍하기만 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뉴스를 통해서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을 선량한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은 멀고 먼 남의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제목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주는 <인형의 집 살인 사건>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아도 인형들이 뭔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들고 마지막 책장을 넘길때까지 꼼짝 않고 읽어버리고 말았다. 청소년소설인데 살인사건이라니 너무 자극적인게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읽다보니 그냥 자극적인 소재로 흥미만 주는 것이 아닌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언니의 심정과 그 또래의 친구와 또 부모와의 '관계맺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 고모가 만들어주는 달콤한 음식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게 되고, 현재의 과제들도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서 결말이 행복하게 끝나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보통 청소년을 아직 아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들은 계속 자라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보다 더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화보물창고 시리즈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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