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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ㅣ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피부색깔은 어느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색깔일 수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다양한 피부색을 갖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이웃이고 친구라는 사실을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쉽게 써내려간 책이다. 강렬한 원색과 선이 굵은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주변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갖고 있었다라는 표면적 사실 이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가 바로 나 자신과 나의 가족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착함과 예의바름, 친절과 우정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동질성’을 갖고 있다는 이면의 사실(피부색은 달라도 모두 함께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이유)도 제시되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다문화 문제에 대한 첫걸음을 내딛는 책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다문화 문제의 알맹이를 담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도 이 책을 읽을 어린 독자들의 부모나 보호자들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의 주인공인 레나에게 있어서 다른 피부색이란 그저 단순한 색깔의 다름뿐이지만, 우리 사회의 어린 자녀들이 맞닥뜨리게 될 다른 피부색이란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차별, 문화적 소외 등의 사회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응어리져서 맺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피부색이 달라서 빈곤과 차별과 소외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빈곤과 차별과 소외가 국제매매혼과 이주노동자의 수입을 불러왔기 때문에)
따라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차별을 완화하여 국제매매혼이 없더라도 사회의 청춘남녀들이 제 때에 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여주고, 손쉽고 값싸게 외국의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보다는 다소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남아도는 노인노동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인종다문화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건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피부색의 다문화인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 어떤 금은보화와 사회적 혜택을 부여한다고 하여도, 바다건너 이역만리 고향땅에 부모형제를 남겨두고 생이별을 한 그들의 생살을 찢는 이산가족의 아픔과 비극을 보상해 주지는 못할 것이기에, 이 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라면 다문화 장려의 길이 아니라 다문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다문화 2세, 3세들에게도 마치 기정사실처럼 한국에서의 정착만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그들이 희망하고 선택한다면 그들이 다시 한국 이외의 또 다른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착자금 등의 지원을 아낌 없이 넉넉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피부색이 달라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를 더 좋아하고 그 나라를 자기의 조국으로 선택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그럴 수 있는 아량과 넉넉함이야말로 진정으로 성숙한 다문화 사회의 일면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