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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살인 사건 ㅣ 동화 보물창고 30
베티 렌 라이트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적에 괴도 루팡과 셜록 홈즈가 꽤 인기가 있었다. 언니나 오빠, 친구들 모두 나란히 누워서 책을 돌려가며 읽었던 것 같다. 과자 몇 봉지와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기쁠 순 없을 터였다. 그리고 그 후엔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즐겨 읽었고, 어른이 되면서 추리물은 점점 나와 멀어져 갔다. 요즘은 굉장히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소설들이 도서관 서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영화 역시도 끔찍하기만 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뉴스를 통해서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을 선량한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은 멀고 먼 남의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제목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주는 <인형의 집 살인 사건>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아도 인형들이 뭔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들고 마지막 책장을 넘길때까지 꼼짝 않고 읽어버리고 말았다. 청소년소설인데 살인사건이라니 너무 자극적인게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읽다보니 그냥 자극적인 소재로 흥미만 주는 것이 아닌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언니의 심정과 그 또래의 친구와 또 부모와의 '관계맺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 고모가 만들어주는 달콤한 음식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게 되고, 현재의 과제들도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서 결말이 행복하게 끝나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보통 청소년을 아직 아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들은 계속 자라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보다 더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화보물창고 시리즈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