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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 꿀벌이 전하는 지구 환경 보고서 ㅣ 지식 보물창고 2
로리 그리핀 번스 지음, 엘런 해러사이모위츠 사진, 정현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6월
평점 :
우리집 첫째 딸은 예쁘기만 할 뿐 아니라 총명하기도 그지없어서 만 37개월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영어단어 스펠링을 줄줄 외우고 있다. 생일케익을 먹을 때는 c-a-k-e 을 외우게 하고, 하루 한 차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i-c-e, c-r, e-a-m 을 외우게 한 다음에야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세 숟갈만 퍼주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딸아이가 종이 위의 영어단어나 구구단표의 숫자들만 줄줄 외우면서 어린 유년시절과 앞으로의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어린이집을 오고가면서 길가의 이름 없는 풀꽃들에게도 ‘안녕’이라고 인사를 나누고, 나뭇잎 사이의 귀여운 거미줄도 건드려 볼 줄 아는 해맑은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0716/pimg_718662104681355.jpg)
그런 의미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라는 책은 우리 아이에게 숫자와 글씨 이외의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사근사근 속삭여 주는 책이다.
자라나는 꽃봉오리 아이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감성’과 ‘사실’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볼 수 있어야 하고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라는 이 책은 봄날의 미풍처럼 부드러운 어조로 꿀벌들의 ‘사실’적인 측면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책이다. (이에 비해서 잘 알려진 ‘꿀벌 마야아의 모험’이라는 책은 꿀벌들의 세계를 감성적인 동화로 그려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사진들과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메리 아주머니의 양봉(벌치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집에서도 베란다에 벌통을 걸어놓고 싶은 충동이 샘솟아 오른다.
또한 ‘벌집군집붕괴현상’에 대하여 여러 과학자들과 꿀벌을 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저절로 과학적 사고와 이해력이 쑥쑥 커나가는 것 같다. 그리하여 아마도 이 책을 시시때때로 펼쳐보게 될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영어단어와 구구단 뿐만 아니라 과학공부도 한결 수월하게 해나갈 것 같다.
우리집 첫째와 쌍둥이 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꿀벌’들과 같이 항상 ‘붕붕’ 거리며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꿀샘을 가득가득 채워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