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미래의 고전 29
문선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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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는 이금이 작가의 신간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해지는 동화였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책이 동화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금이 작가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각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방식을 <신기루> 역시 취하고 있다. 사춘기 소녀인 다인이가 엄마의 친구들과 같이 몽골 여행을 같다는 이야기가 처음엔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면 요즘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 역시도 스마트폰 하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엄마 친구들과 그것도 몽골여행에 함께 가다니... 다인이 또래인 내 조카들은 엄마 아빠랑 주말도 같이 보내려 하지 않는데...

그래서였을까? 다인이의 이야기보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다인이 엄마와 비슷한 또래라서인지 그네들의 모습이 내 모습인 양 닮아보였다. 한때는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지금은 아이의 엄마가 되어 점점 가족만 생각하게 되어가는 것이 아줌마들의 비애가 아닐까. 가끔은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굳이 몽골까지 가지 않아도 길을 읽어버린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신기루가 보이고, 또 이루어지지 못할 꿈도 꾸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삶을 버티어 낼 수 있으니까.

본문 중에서 하늘 가득한 별이 보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어릴 적 여름 저녁 바닷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아! 다시금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작가의 말이 써지지 않아 고민했다는 작가처럼 나역시 <신기루>를 읽고나니 여러 상념이 자맥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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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미래의 고전 29
문선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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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의 일이다. 150여호 가구가 전부인 우리 마을에 분교가 처음으로 생겼다.

학생수가 부족해서 선생님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왠만한(?) 아이들은 입학하도록 권유하셨다.

당시 5살이었던 나의 큰오빠도 학생이 되었다. 많게는 9살 형들과 같은 학년이 되었던 큰오빠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힘센 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맞기도 하고, 돈을 빼앗기기도 하고, 가게 물건을 훔쳐오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일로 아버지는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떤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도 알만한 손바닥같은 동네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되어 아버지는 괴롭힘의 주동자인

 부모들을 찾아가 이 일을 알렸지만 그 부모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화가 난 아버지는 어느날 아침 등교길 마을의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주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자나무 아래로는 큰 우물이 있었고, 그 우물은 정자나무쪽에서 보면 경사가 가팔라서 우물 위쪽으로

시멘트를 쌓아서 벽을 세워놓았다. 여러 아이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아버지는 주동자 중 대장격인 아이를 붙잡아

몸을 번쩍 든 다음 벽 위로 던져버릴 모양을 취했다. 다시 한번 큰오빠를 괴롭힌다면 그때는 용서치 않을 거라는 말씀을

하시고 난 다음 내려놓아 주셨다. 그 후로 부모님을 늘상 큰오빠의 얼굴과 주변을 살피셨던 것 같다.

그 일로 큰오빠의 괴로움이 끝났을 것 같진 않지만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겐 정말 인상적인 일이었다.

 

지금 중년이 된 오빠는 당시 괴롭히던 이들과 대적한대도 지지 않을만큼 덩치가 커졌다.

큰 오빠는 자신의 어릴적 상처때문에 자식들의 학교 생활에 지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반에서 힘센 아이가 아이를 괴롭히면 그 아이를 집으로 불러다 맛있는 것을 사주어 구슬리기도 하고,

가끔은 을러대기도 한다고 했다. 나 역시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왕따를 당하면 어떡하나 남편과 이야기도 나눠보곤 한다.

우리 부부는 만약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교실로 찾아가 괴롭히는 아이의 신체가 아닌 그 아이의

가방과 책을 모든 학생이 보는 앞에서 찢어버리고, 다시 괴롭히면 그때는 우리 아이가 당한만큼 네게 돌려줄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오자고 했다. 아이의 물품은 변상해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가 남을 괴롭힐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은 것 같다. 남을 괴롭히면 안된다고 늘상 아이에게 일러주고,

우리 부부가 남을 괴롭게 하지 않는 까닭이다.

 

문선이 작가의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정말 흥미진진하여 단숨에 읽혀졌다. 책장을 덮으며 눈물이 막 쏟아져서 한참 울었다. 괴롭히는 민석이 역시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그린 점이 새로웠지만 만약 내 아이가 왕따였다면 민석이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해도 쉽게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다. 수민이에게 민석이와 다시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상처와 응어리가 책에서처럼 쉽게 풀릴 수는 없으니까....

 

요즘은 왕따가 점점 연령이 낮아져 유치원에서도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에게 더 신경써야 겠다. 내 아이만 잘 키워서는 안되고 모든 아이들을 잘 키워내야 된다는 생각이 점점 더 자리를 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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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아이패드 그림책 보물창고 56
안 드로이드 지음, 신형건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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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큰아이 유치원에 바래다 주고 오는 길에 보니 이웃 친구 H가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H를 부르고 보니, H는 길을 걷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가는 거였다. 나와 인사를 하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H는 계속해서 스마트폰에 눈과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바래다 주는 잠시의 시간에도 나나 남편은 하늘도 보고, 길가의 꽃과 나무, 작은 곤충들도 살피고, 바람에 대해, 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굳이 교과서나 정규교육을 통하지 않더라도 아이와 잠시동안만이라도 눈길을 한곳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걸로도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나오기 전에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할지라도 일단 나와서 유치원 가는 동안 몇마디만 나눠도 아이의 기분은 분명히 달라진다. H가 10분동안만이라도 아이와 손을 잡고 눈길을 맞추며 가기를 진심으로 바래보지만 말을 꺼내놓기란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H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통신의 발달로 생활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나역시도 방송통신대에 다니는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원하는 과목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단점 역시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데 드는 여타의 시간과 비용등이 너무 아까워서 그냥 문자로 주고 받으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굿나잇 아이패드>라는 그림책을 본 까닭이다. 대가족의 토끼들이 큰 방안 여기저기에 있다. 그들은 함께이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고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모니터다. 아이패드,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기 등등... 잠들 시간이 되었는데도 모니터만 향하는 가족들을 보던 할머니는 결국 그 모든 기기들을 빼앗고 굿나잇을 외친다.

 

'굿나잇. 굿나잇! 쿨쿨 자야 할 사람은 모두모두 굿나잇!'

 

마침내 모두 잠든 방에  한 아이만 일어나 전등으로 책을 본다. 다름 아닌 <잘자요 달님>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도 출판이 된<GOODNIGHT MOON>이다. 그러고 보니 잘자요 달님과 닮은 점이 많은 것이 내용을 패러디한 것 같다. 책장을 덮고 깔깔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보다 부모님이 읽으면 더 뜨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모든 기기들이 우리에게 편리성과 즐거움을 제공해준다고 하더라도 잠은 꼭 자야한다는 내 지론과 맞아 떨어진다. 다섯살난 큰 아이에게 읽어주었더니 아이패드가 뭔지, 스마트폰이 뭔지 몰라서 한참 설명해줘야 했다. 내 아이들은 그런 기기들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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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3
팜 뮤뇨스 라이언 지음, 민예령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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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한 인간이 있었다. 부모의 얼굴을 기억도 하지 못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으며, 고아원에서는 학대와 착취를 받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불행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운명을 거역하며 스스로 자기가 가야할 길을 찾아 나섰다.

이 책은 간결한 문장과 적절한 분량으로 인해서 하룻저녁이면 다 읽을만한 분량이면서도 청소년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해 볼만한 문제거리들을 제시해 준다.

19세기 미국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여성의 정치적 권리는 어떻게 확립되어갔는지, 한 인간의 성공과 승리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TV의 서부극 영화 속에서 보여지던 것과는 또다른 미국역사의 한 단편을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조금더 깊이 생각해 볼만한 점들을 짚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96p에 못된 고아원 원장의 부츠를 빼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필요 없는지?

이 작품의 실제 모델이었던 샬롯 또는 찰리는 과연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여성이면서 남성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갔던 것인지?

다시 말해서 21세기에 샬롯이 살았다면, 과연 여성운동을 했을지 아니면 남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했을지?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사가 몇 백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자기들 나름대로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측면에서 이런 특별한 사람의 일생을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소설화 한 것 같다.

어쨌든 그것은 그런 것이고, 우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중학교 학급문고나 학교 도서관의 소장도서로서 적당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책이라고 인정이 된다.

물론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적당한 감상을 붙여서 독후감 쓰기에 무난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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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5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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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는 일은 뭐든지 서툴고 어설프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수하고, 생각한 것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은 그 '첫'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더욱 성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두근두근 첫사랑>을 아주 재미나게 읽은 덕에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기대와 설레임이 일었다. 달콤쌉싸름한 이란 말이 왠지 이 책이 드라마틱할 것 같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같았다.

주인공 존과 마르셀은 일인잡지를 만드는 청소년들이다. 존은 마르셀의 잡지를 통해 마르셀을 만나게 되고, 마르셀을 통해 자기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되고, 마침내 누에고치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존의 첫사랑이 주요 주제가 될 수 있지만 나는 부모님의 역할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사랑하면 안고 싶고 만지고 싶다는 말에서 조금 뜨끔하기도 했다. 나의 큰아이는 자기의 잘못으로 엄마가 화를 내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안아주세요"다. 그런데 아이가 그 말을 해도 나는 아이가 미워져서 바로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절대로 들지가 않는다. 화가 가라앉고 나면 왜 그때 안아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드는데 다시 그런 상황이 되면 역시나 마찬가지가 된다. 또한 마르셀의 새엄마가 마르셀에게 거는 과도한 기대가 어릴적 내 부모님도 내게 그런 기대를 해서 몹시도 힘들었던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기도 했다.

존과 마르셀이 첫사랑을 이루지 않을까 조금 기대하기도 했지만 쿨하게 끝이 나서 오히려 여운이 더해지는 것도 같다.

나도 어른이 되었으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아이들에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처신해야 하는데 워낙에 실수투성이 인간인지라 끊임없이 반성하고, 조금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하자는 각오(!)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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