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ㅣ 미래의 고전 29
문선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30여년 전의 일이다. 150여호 가구가 전부인 우리 마을에 분교가 처음으로 생겼다.
학생수가 부족해서 선생님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왠만한(?) 아이들은 입학하도록 권유하셨다.
당시 5살이었던 나의 큰오빠도 학생이 되었다. 많게는 9살 형들과 같은 학년이 되었던 큰오빠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힘센 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맞기도 하고, 돈을 빼앗기기도 하고, 가게 물건을 훔쳐오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일로 아버지는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떤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도 알만한 손바닥같은 동네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되어 아버지는 괴롭힘의 주동자인
부모들을 찾아가 이 일을 알렸지만 그 부모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화가 난 아버지는 어느날
아침 등교길 마을의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주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자나무 아래로는 큰 우물이 있었고, 그 우물은 정자나무쪽에서 보면 경사가
가팔라서 우물 위쪽으로
시멘트를 쌓아서 벽을 세워놓았다. 여러 아이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아버지는 주동자 중 대장격인 아이를 붙잡아
몸을 번쩍 든
다음 벽 위로 던져버릴 모양을 취했다. 다시 한번 큰오빠를 괴롭힌다면 그때는 용서치 않을 거라는 말씀을
하시고 난 다음 내려놓아 주셨다. 그
후로 부모님을 늘상 큰오빠의 얼굴과 주변을 살피셨던 것 같다.
그 일로 큰오빠의 괴로움이 끝났을 것 같진 않지만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겐
정말 인상적인 일이었다.
지금 중년이 된 오빠는 당시 괴롭히던 이들과 대적한대도 지지 않을만큼 덩치가 커졌다.
큰 오빠는 자신의 어릴적 상처때문에 자식들의 학교
생활에 지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반에서 힘센 아이가 아이를 괴롭히면 그 아이를 집으로 불러다 맛있는 것을 사주어 구슬리기도 하고,
가끔은
을러대기도 한다고 했다. 나 역시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왕따를 당하면 어떡하나 남편과 이야기도 나눠보곤 한다.
우리 부부는 만약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교실로 찾아가 괴롭히는 아이의 신체가 아닌 그 아이의
가방과 책을 모든 학생이 보는 앞에서 찢어버리고, 다시 괴롭히면
그때는 우리 아이가 당한만큼 네게 돌려줄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오자고 했다. 아이의 물품은 변상해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가 남을 괴롭힐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은 것 같다. 남을 괴롭히면 안된다고 늘상 아이에게 일러주고,
우리 부부가 남을 괴롭게 하지 않는
까닭이다.
문선이 작가의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정말 흥미진진하여 단숨에 읽혀졌다. 책장을 덮으며 눈물이 막 쏟아져서 한참 울었다.
괴롭히는 민석이 역시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그린 점이 새로웠지만 만약 내 아이가 왕따였다면 민석이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해도 쉽게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다. 수민이에게 민석이와 다시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상처와 응어리가 책에서처럼 쉽게 풀릴 수는
없으니까....
요즘은 왕따가 점점 연령이 낮아져 유치원에서도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에게 더 신경써야 겠다. 내 아이만 잘 키워서는 안되고 모든 아이들을
잘 키워내야 된다는 생각이 점점 더 자리를 잡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