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아이패드 그림책 보물창고 56
안 드로이드 지음, 신형건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 큰아이 유치원에 바래다 주고 오는 길에 보니 이웃 친구 H가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H를 부르고 보니, H는 길을 걷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가는 거였다. 나와 인사를 하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H는 계속해서 스마트폰에 눈과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바래다 주는 잠시의 시간에도 나나 남편은 하늘도 보고, 길가의 꽃과 나무, 작은 곤충들도 살피고, 바람에 대해, 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굳이 교과서나 정규교육을 통하지 않더라도 아이와 잠시동안만이라도 눈길을 한곳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걸로도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나오기 전에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할지라도 일단 나와서 유치원 가는 동안 몇마디만 나눠도 아이의 기분은 분명히 달라진다. H가 10분동안만이라도 아이와 손을 잡고 눈길을 맞추며 가기를 진심으로 바래보지만 말을 꺼내놓기란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H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통신의 발달로 생활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나역시도 방송통신대에 다니는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원하는 과목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단점 역시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데 드는 여타의 시간과 비용등이 너무 아까워서 그냥 문자로 주고 받으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굿나잇 아이패드>라는 그림책을 본 까닭이다. 대가족의 토끼들이 큰 방안 여기저기에 있다. 그들은 함께이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고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모니터다. 아이패드,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기 등등... 잠들 시간이 되었는데도 모니터만 향하는 가족들을 보던 할머니는 결국 그 모든 기기들을 빼앗고 굿나잇을 외친다.

 

'굿나잇. 굿나잇! 쿨쿨 자야 할 사람은 모두모두 굿나잇!'

 

마침내 모두 잠든 방에  한 아이만 일어나 전등으로 책을 본다. 다름 아닌 <잘자요 달님>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도 출판이 된<GOODNIGHT MOON>이다. 그러고 보니 잘자요 달님과 닮은 점이 많은 것이 내용을 패러디한 것 같다. 책장을 덮고 깔깔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보다 부모님이 읽으면 더 뜨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모든 기기들이 우리에게 편리성과 즐거움을 제공해준다고 하더라도 잠은 꼭 자야한다는 내 지론과 맞아 떨어진다. 다섯살난 큰 아이에게 읽어주었더니 아이패드가 뭔지, 스마트폰이 뭔지 몰라서 한참 설명해줘야 했다. 내 아이들은 그런 기기들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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