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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멈출 때
샬롯 졸로토 (지은이), 스테파노 비탈레(그림), 김경연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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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책을 읽어주다 보면 그만 제가 그림에 반해 버리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런 경우는 꼭 책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너무 잘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 「바람이 멈출때」도 예외없이 아이들에게 좀 어려울 듯한 내용을
지문에 맞도록 한 장 한 장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인 스테파노 비탈레가 샬롯 졸로토의 철학적인 글을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그려냈는지를 느낄수 있을 듯 합니다.
나뭇결을 연상시키는 바탕위에 그려진 낮과 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바람, 파도, 비..
모두가 어두운 듯 하지만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 어찌보면 화려하기까지 한 아름다운 그 무엇을 보여줍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속의 그림이 이렇게 예술적일 수 있다니
요즘 아이들은 정말 복을 받았다고 하지 않을수가 없군요..
이 책의 저자 샬롯 졸로토는 미국의 동화작가입니다.
칼데콧 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은 업적을 기려 1998년 그의 이름을 내세운 상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편집자로 활동중이구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모리스 샌닥이 그림을 그린「토끼 아저씨와 멋진 생일 선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이 책에 나오는 화자는 엄마와 아이입니다.
아이의 계속되는 질문에 엄마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참 친절하게도 대답해 주지요..
그런데 제가 책을 보면서 쇼킹했던 점은
전 어릴적 자라면서 한번도 '존재의 끝'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책에 나오는 아이는 기껏해야 유치원 아니면 초등 저학년 같은데..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참 일찍도 궁금해 하는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이 책을 구입했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책을 읽는 아이도 언젠가는 책속의 아이처럼 '존재'라는 것에 대해 한번은 생각하게 되겠지요..
우리 아이들 참 조숙합니다..
"왜 낮이 끝나야 하나요?"
"하지만 낮이 끝나면 해는 어디로 가나요?"
"그렇지만 나뭇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끝나잖아요. 그럼 끝나는 게 있는 거잖아요!"
아이가 어느날 불쑥 이런 질문을 해올 때 우리 어머님들은 어떤 대답을 해 주실수 있는지요?
"그래야 밤이 올 수 있으니까."
"낮은 끝나지 않아. 어딘가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 이곳에서 밤이 시작되면, 다른 곳에서 해가 빛나기 시작한단다."
"가을이 끝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끝나면 봄이 시작된단다…."
세상의 이치를 아이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엄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해 줍니다.
어찌보면 철학(철학을 잘 모르지만..^^)의 '순환론'을 얘기하고 있는 듯 하네요..
하은이가 두돌 즈음에 아이와 상관없이 책에 반해서 구입했다가
오랜동안 혼자서 보물 모셔두듯이 했는데 만 3세가 된 어느날 이 책을 들고 오더라구요..
그림을 살피면서 들으라고 읽기도 천천히, 페이지도 천천히 넘겨주었더니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듣고 있네요..집중해서..
「바람이 멈출때」를 읽고 아이가 좋아했다면 동저자의 「잠자는 책」도 권합니다.
여러 동물들의 잠자는 습성이나 모습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 하구요..
동시처럼 운율이 잘 맞고 언어가 반복되이 사용되고 있어 시적인 감상을 하면서 들을수 있는 책이랍니다.
WHEN THE WIND STOPS (영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