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눈 대신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을 보는 아이, 미르코
1. <천국의 속삭임>이 특별한 이유
포스터에서 보다시피, 미르코는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의 뒤에는 밝은 빛이 비춰지고 있어 미르코의 표정과 함께 눈이 부시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이 영화, <천국의 속삭임>이 일반적인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루는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를 소재로 한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은,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움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관객은 오랫동안 주인공과 함께 그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에 마침내 극복했을 때, 감동하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천국의 속삭임>은 다르다. 미르코는 상당히 긍정적인 아이로, 부모님은 이해심 많고 자상하며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고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운이 좋은 아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다. '눈물'보다는 '미소'를 주는 이야기, 미르코의 미소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자.
2. 성장 영화의 매력
미르코는 이탈리아 음향 감독인 실존 인물, 미르코 멘카치를 모델로 하고 있어 더욱 감동을 준다. 눈 대신 소리로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을 알게 된 미르코에게 보는 연극이 아닌 듣는 연극을 공연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작게나마 꿈을 이루는 마르코의 모습에서, 지난 시절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시네마 천국>의 토토를 떠올린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찾은 이탈리아 소년 미르코의 성장 영화라고나 할까.
보고 듣는 즐거움을 아는 즐거움으로 대신하는 미셸
1. <블랙>이 특별한 이유
이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는 데서 오는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던 미셸을 응석받이에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바꾼 것이 바로 스승 사하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그녀가 아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이 바로 사하이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어 미셸은 자신을 떠난 사하이 선생님을 항상 그리워하며 지낸다. 그런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선생님은 마치 예전의 미셸의 모습처럼 보이고, 미셸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모든 마음을 쏟아 선생님을 치유하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을 도왔던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는 설정. 그것처럼 훌륭한 극복기가 어디 있을까.
2. 인도 영화의 매력
산제이 릴라 반살리라는 감독의 이름, 라니 무커르지라는 이름의 여주인공, 아미타브 밧찬이라는 이름의 남주인공. 모두 낯선 이름과 낯선 얼굴의 소유자다. 인도라는 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우리에게, 솔직히, 재미없는 영화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블랙>을 통해, 인도 영화도 얼마든지 상업적일 수 있고 우리의 감성에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히려 인도인의 매력적인 느낌이 영화에 반영되어 다른 인도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달리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난 초원이
1. <말아톤>이 특별한 이유
한국영화에서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흔치 않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묘사로 조금은 불편했던 <오아시스>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영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 <말아톤>으로 한국영화의 소재는 좀더 풍성해졌다. 그전까지 정신지체와 관련된 인물의 이야기는 웃음을 주는 코믹한 요소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혹은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보는 '일반인' 관객에게, 평범한 삶에서는 외면당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길을 받아야 하는 초원이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폐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물론 실제 인물인 배형진씨의 이야기가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터다). 더구나 아픈 이야기를 아프게만 표현하지 않고, 따뜻한 감성과 코믹한 에피소드로 표현해 가족드라마로까지 나아간 점은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본다.
2. 배우 조승우의 매력
솔직히 나는 이 영화 이전의 조승우를 더 좋아한다. 메이저 배우가 아니라 마이너 배우였을 당시의 그, 매니아 층은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했던 그 시절의 조승우(연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 좋았다고 본다). <말아톤>은 대중에게 조승우라는 배우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작품이고, 그의 연기력을 비로소 인정받게 된 작품이다. 청춘배우로 소녀들의 환호를 받을 시기에, 자폐증에 걸린 5살 정신연령의 스무살 초원이를 연기하기는 그다지 쉽지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택했고, 해냈고,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어느 배우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해맑은 초원이를 표현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