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5주

    

2010년 1월 7일 개봉 <더 로드>

 1. 원작소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08년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알라딘에선 블로거들이 뽑은 외국소설 1위를 하기도 했던 소설이다.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광고문구에 질타(?)도 많이 받았던 화제작 <로드>는 코맥 매카시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루만에 잿더미로 변한 땅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약간의 식량과 물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투가 주된 줄거리다. 처절하고 급박한 상황과 다르게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에 많은 사람들이 먹먹함을 느꼈다는 소설이었다.   

2. 감독과 배우  

 영화 <더 로드>는 <프로퍼지션>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연출한 존 힐코트가 감독을 맡았는데, 감독의 역량이 입증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작품성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입증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를 보는 것은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와, <폭력의 역사>등으로 인지도를 높인 비고 모텐슨이 아들을 구하기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를 연기했는데, 사실성을 높이기위해 20kg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가 지키려는 아들 역할을 맡은 코디 스미트 맥피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어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고 한다. <렛미인>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작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영화로 눈도장을 찍어두면 좋을 듯 하다. 더구나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아내 역할에 샤를리즈 테론, 작은 역할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로버트 듀발과 가이 피어스까지 볼 수 있는 영화다.  

  

2008년 2월 21일 개봉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원작소설 

  코맥 매카시의 이름이 우리 나라에 알려진 것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영화가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소설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소설의 영화화'라기 보다는 '영화의 원작소설'로 더욱 알려진 소설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사막의 살인 현장에서 거액이 담긴 돈가방을 우연히 발견한 모스,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자 시거, 세상살이가 모두 귀찮은 듯한 보안관 벨. 세 명의 남자가 쫓고 쫓기면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영화처럼 스릴이 넘치지 않지만 영화보다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감독과 배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제껏 영화화된 코맥 매카시의 작품 중에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2008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영화의 감독은 코엔 형제이다.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코엔 형제에 대한 찬사는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원작소설의 재해석과 긴장감 있는 연출로 훌륭한 스릴러로 재탄생했고,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배우들이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연기력을 뽐내게 된 토미 리 존스는 허무주의자인 듯 하지만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을 지닌 보안관 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진정으로 빛나는 배우는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씨 인사이드>와 같은 작품으로 내게 얼굴을 알린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냉혹한 살인마 시거를 연기하여 온갖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특이한 헤어스타일로 소름돋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01년 8월 비디오 출시 <올 더 프리티 호시즈>

1. 원작소설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기 때문에(아마도 국내에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가 소개되지 않아 큰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화되었다는 것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영화보다 훨씬 늦은 2008년에 국내에 출간된 <모두 다 예쁜 말들>은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로 이어지는 '국경 3부작'의 첫 작품이다. 미국에서조차 대중적이지 못했던 코맥 매카시를 대중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하는데, 역시 서부를 배경으로 엄마와 마찰을 빚고 멕시코 국경을 넘은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2. 감독과 배우  

 영화 <올 더 프리티 호시즈>는 배우로 더 유명한 빌리 밥 손튼이 감독으로서 두 번째로 연출한 작품이다. 빌리 밥 손튼은 <슬링 블레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했는데(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기도 했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것(더구나 처음이라는 부담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은 지나친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문체로 더 유명한 매카시의 작품을 사건 위주로 전달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산만한 경향이 없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운 영화지만, 맷 데이먼과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호연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해서 즐거운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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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 Ava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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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부족함은 놀라운 화면으로 모두 커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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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매니지먼트 -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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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웃음으로 가득한, 순애보 남자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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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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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당신은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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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비보이 - Planet B-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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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춤 잘 추는 사람을 보면 감탄하지만, 동경하지는 않는다. 음악을 몸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잘 읽어내지 못해서, 몸으로 표현되는 장르를 즐겨본 적이 없다. 이런 개인적인 취향을 굳이 먼저 밝히는 이유는, 이 영화에 대한 내 호감도가 결코 '취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님을 알려두기 위해서다.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플래닛 비보이>이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벤슨 리에 의해 영상에 담긴 비보이들의 꿈은 독일에서 열리는 '배틀 오브 더 이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배틀 오브 더 이어'는 세계 곳곳의 나라에서 선별된 대표팀이 모여 실력을 겨뤄서 세계 최고의 비보이 팀을 가리는, 비보이에게 있어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다. 감독의 카메라는 프랑스의 '페이스-T', 미국의 '너클헤드 주', 일본의 '이치게키', 그리고 한국의 '라스트 포 원'과 '겜블러스'의 꿈을 쫓는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관심을 두며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치게키'와 우리나라의 두 팀이었다. '(역사를) 용서할 수는 있지만 잊을 수는 없다'는 그들의 말처럼,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결을 기대하면서 지켜봤고 그 대결이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누구보다 손에 땀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나였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이렇게 뛰어나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다. 세계 대회에서 1위를 했다는 소문을 간혹 듣기는 했으나, 그 세계 대회란 것이 어떤 존재인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그 1위가 값진 것인지도 몰랐다(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춤을 추고 있는 그들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라스트 포 원'의 '비보이조'의 아버지는 아들이 추는 춤을 '탭댄스'라고 말한다. 또다른 멤버는 '청소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더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5년, <플래닛 비보이>에 영상을 담기위해 카메라가 돌고 있는 그 순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그리고 그 이후에도-2002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은 우승과 준우승을 반복하며 대회를 재패했다), 비보이계에 '한국'이란 나라는 최강을 뽐내고 있었다. 누구도 한국의 테크닉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영화 속의 '겜블러스'는 이미 2004년 우승을 거머쥔 팀이었고, '라스트 포 원'까지 합세해 또다시 세계에 우리의 이름을 떨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이고, 가슴 뛰고, 눈물 나고,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나는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처럼 '우리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국심이 '세계' 무대에 나가면 생기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으로 지켜보는 나와는 달리, 비보이들에게 '배틀 오브 더 이어'라는 세계 대회는 단지 나라 이름만이 걸린 대회가 아니다. 자신의 춤에 대한 인정,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보장,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준비된 무대. 그들에겐 현재이자 미래였다. 그래서 춤,만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플래닛 비보이>였다. 우리나라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하는 '군대' 때문에 끝까지 춤을 출 수 없는 현실과 춤은 돈벌이가 될 수 없다는 배고픈 현실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동화되었다. 앉아서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기는 처음이었다. 어떤 매력적인 가수가 나와서 멋진 춤을 선보여도 나는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는데, 다리를 까딱거리는 소극적인 몸짓에서 벗어나, 정말 몸이 움찔거렸다. 나도 모르게 박수도 치고 있었다(혼자 봐서 다행이다,란 생각을 하다가, 극장에서 봤으면 모두들 보다가 벌떡 일어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잠깐 했다). 일본팀은 반드시 져야해, 라는 마음을 먹고 있다가 '이치게키'의 1차전 무대를 보고 나도 모르게 경탄하고 말았다. 음악과 춤의 완벽한 조화가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춤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의문을 품고 있던 내게 '이치게키'의 무대는 환상 그 자체였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돌려보고 또 돌려봐도 멋졌다.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국적 따위는 없다. <플래닛 비보이>를 통해 내가 겨우 공감하게 된 사실이다. 무대에 오르면 적이 되어 싸워야 하지만, 그들은 '즐겁게' 싸우고, 그 싸움으로 인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오랜 앙금도, 그들의 멋진 무대 앞에서, 일어나 박수치는 것으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가족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자신을 기쁘게 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들의 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펼칠 그 무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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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18: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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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0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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