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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Review /『달려라, 아비』,김애란
-뭔가 독특한데 남는게 없어,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다. 이름도 낯선 80년 생의 어린(...) 작가의 작품집. 독자평도 대체로 호의적이라 궁금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김영하의 추천이, 황순원 문학상의 일화가 책소개에서 독자를 유혹하고 있는 거지?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김애란.
『달려라, 아비』제목을 처음 봤을 땐 등장인물의 이름이거나 영화 <아비정전>에서 모티브를 얻었거나 애완견의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아비는 아비(父)였다. 털이 슝슝 난 빈약한 다리를 마젠타색 반바지 아래에 드러내고 달리는 아비.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 작가.
이 작품집에서 중요한 소재는 부재(不在)이다. 아버지(「달려라, 아비」,「사랑의 인사」,「누가 함부로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 형(「스카이 콩콩」)과 같은 가족이거나 당신(「영원한 화자」)의 부재일 때도 있고 잠(「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가 있다」), 인간관계(「나는 편의점에 간다」,「노크하지 않는 집」),돈과 희망(「종이 물고기」) '따위' 온갖 것들의 부재일 때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작품마다 부재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아닌 척 능청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어 산뜻할 정도.
처음 몇 작품은 작가의 재능에 감탄하고 시기하기를 반복하면서 읽었다. 내 또래의 여성이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족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 대단해 보이고 김영하의 추천과 문학상의 일화는 전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 읽어나갈 수록 반복되는 소재에 지루해졌다. 신선하고 산뜻한 문장들이 지루함에 휩쓸려 작품 위를 둥둥 떠다녔다. 결정적으로 머릿 속이라는 세트에서만 쓰여진 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7.938% 정도의 부족함이 보였다.
그러나「나는 편의점에 간다」와「종이 물고기」는 좋았다. 일상의 반복과 현대인의 생활습관을 가미해 일종의 반전을 보여준「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현대인이 맺는 인간관계에 대한 허상을 전혀 의외의 곳에서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머릿 속 세트의 기운도 가장 덜 한 편이고. 비슷하게 인간관계에 대한 부재를 이야기한「노크하지 않는 집」은 예상 가능한 공포영화를 본 것 같아 맥 빠졌는데 말이다.「종이 물고기」는 한때 테레비에서 유행한 쇼프로에서 빌린 듯한 소재(포스트잇)라 처음엔 떨떠름 했지만(머릿 속 세트의 포스가 가장 강한) 돈이나 희망같은 통속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아직 내겐 장점보다는 단점이 65% 정도의 우세인 작가라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작가이고 65%의 단점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지 그래, 라고 부추길 수 있는 작가이긴 하다.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