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품절


아침에 눈을 뜨면 대나무 사이사이로 햇빛이 부챗살처럼 틈입해 들어와 침대를 그물처럼 덮습니다. 그 그물에 갇혀 꿈틀거리며 한달을 열대에서 보낸 것입니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절망이란 빛조차도 그물이 된다는 걸 말입니다.
빛의 그물에 갇혀 누군가 정원을 지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열대의 밝은 햇빛. 문을 열면 바로 내다보이는 논바닥의 오리떼. 허리 굽은 노인네가 일 년 내내 소를 끌고 오리떼를 쫓으며 논바닥을 갈고 있습니다. 삶은 한편 그러한 것.--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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