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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의 여성들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옥타비아 모나코 그림, 이현경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Review /『그리스 신화 속의 여성들』, 베아트리체 마시니
-속병 났을 여인들이 이제야 이야기 한다,

알라딘질을 하다가 이벤트라는 말에 덥석 집어들었던 책, 이현경씨가 번역을 했다. 작가는 생소한데 평소 신화에 관심도 있는 편이고 여성이 주체가 된 신화라는 설명글을 보니 심하게 땡기더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조금 낚인 기분이다. 낚였어.
일단 이 문학작품은 신화 속에서 지나가는 여인이거나 누구의 부인, 누구의 어머니 정도로만 기억되는 여성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내면을 고백하는 형식이다. 시도는 새롭다. 그간 신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가 남성 위주인 것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내가 좀 한심했다. 남성 위주로 흘러가는 세상에 물들어서일까. 어쨌든 한심한 내 앞에서 비로소 목소리를 갖게 된 여성들이 조곤조곤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몇 천년동안 숨죽이고 살아서 제 할 말 다 못하고 산 여성들의 속내를 이제야 털어놓을 수 있게 만든 작가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사람들이 제 멋대로 그들의 삶을 평가하고 떠들어댔을 때 얼마나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까. 다들 속병 났을 거야.
그런데 문제는 여기까지만 좋았다는 것. 목소리를 가진 여성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가 그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좀 중구난방 격이다. 정신이 없다는 것이지. 뭐 내가 집중을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유독 이 책을 읽을 때만 집중이 안 되었으니 내 탓만은 아니리라. 중간 중간 좀 심한 비약도 내비쳐서 그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기도 했다. 작가가 조금 더 다듬어서 내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아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