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외출한다 - 우리가 다르지도 같지도 않은 이유, 김효진의 솔직한 장애여성 이야기
김효진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Review /『오늘도 난, 외출한다』, 김효진

-장애여성이 들려주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장애여성모임 <이랑>에서 받은 책,『오늘도 난, 외출한다』. 이전부터 사려고 벼르던 책이라 책을 받자마자 너무 반가웠다. 이곳에서도 나의 도서강탈포스를 아는구나, 하면서 혼자 낄낄거리기도 하고. 그렇게 가방에 책을 넣어 놓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던 중 김효진 위원장님이 책에 사인을 해주시는 것을 봤다. 하핫, 책의 저자 김효진이 위원장님이시라니! 괜히 혼자 감격 하고는 사인도 받고 위원장님께 인사도 드리면서 룰루랄라.

집에 돌아와 동생에게 자랑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즘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 중이라 다소 산만하게 스타트. 그러다 그제 책을 다시 집어 들었는데 우리 장애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거나 생각했을 법한 일들을 술술 풀어나가고 계셨다. 맞아, 맞아 라는 말을 연발하게 만드는 그 힘이란! 내가 직면한 현실이 타자를 통해 발현되어 널리 알려지는 쾌감 또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었다.

김효진 위원장님은 마흔 즈음에 장애운동에 뛰어 드셨고 그 이후 결혼을 하셨으며 2년 후 출산을 하셨다. 말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는 잘 생긴 꼬맹이, 민찬이가 그 아이다. 모임 때마다 누나들과 이모들의 귀염을 독차지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찬이. 아이고, 책 이야기도 하기 전에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

김효진 위원장님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되셨다. 워낙 어릴 때부터 장애를 안고 살아오셨기 때문에 내가 장애를 입은 후 겪은 고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역경과 고난, 상처를 경험하셨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끊임 없이 자신을 깨부수어 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담하고 사실적인 필체로 풀어나간 칼럼을 엮은 것이 이 책『오늘도 난, 외출한다』이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은 마이너이다. 그 중에서도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두 가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계층이다. 사실 현재 장애운동은 경증, 장애남성 위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장애여성은 더욱 마이너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장애여성이 솔직하게 내는 목소리가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장애여성도 보통 사람들과 하등 다를바가 없는데도 비장애인의 편견으로 재단된 시선에서 여러가지 제약을 겪어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정말 너무나도 솔직하게 까발려져(?) 있다. 그리고 저자 본인이 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과의 교류가 없었던 이유를 정말 솔직하고 대담히 이야기하고 있어서 속으로 흠칫 놀라기도 했다. 난 장애인들과의 교류가 없었던 이유를 나 자신한테조차 거짓으로 강요하고 있었는데 나 또한 김효진 위원장님의 이유와 같았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난 자신에게조차 떳떳하지 못해 솔직하지 못한 것을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계시다는 것에서 그간의 내공이 느껴졌다.

물론 이 책은 ‘장애여성’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장애 전반에 걸친 여러 이야기들을 두루두루 하고 있지만 내겐 ‘장애여성’으로서의 이야기가 더 와 닿았을 뿐이다.

측은지심, 동정, 시혜 등 비장애인만의 편견으로 재단된 세상에서 우리 장애여성들이 이렇게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땅의 모든 비장애인에게 권한다. 당신이 아무리 장애인과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쉽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당신이 장애인을 모른다면 장애인이 이렇게 빛나는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물론 장애인에게도 권한다.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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