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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돌아왔다 - 건축가 황두진의 한옥 짓기
황두진 지음 / 공간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웰빙을 외쳐대는 세상.아니다.어쩌면 웰빙도 한물간 트랜드일지도 모를 일.다른 이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웰빙하면 떠오르는 것이 자연과 벗삼아 사는 고급스러운 집의 이미지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저 뒷밭에 나가 깻잎 한줌 꺾어 삼겹살을 질질 구워서 싸먹는 여유.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언제나 '한옥'이다.
우리전통건축 한옥. 그런데 이 한옥이 홀대 당한지가 꽤나 됐다.
한옥하면 할머니를 시작해서 어머니,아버지까지 눈살을 찌뿌리신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비새고 밥짓기도 힘들고 도통 편할 줄 모르던 집이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구질구질하다 하셨다.그렇군.구질구질하고 관리하기도 힘들고 암튼 아파트보다 백배 안 좋은 게 한옥이라는 것이군.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잘지은 한옥을 보자. '한옥'은 조선시대의 가옥을 말하는 것이니까 그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궁궐의 건축을 보자. 아무렴 궁궐건축이 살림집과는 다르겠지만 한옥의 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서 살지 못했기 때문에 겨울에 춥고 여름엔 어떻다는 알 수가 없다.
정말,저엉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옥이 이런 상황에 놓인 이유가 -난 한옥이 좋다. 한옥에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상상속 나의 노후는 언제나 대청에 앉아 유행가(?)를 듣는 것이다.그래서 어머니께 '한옥을 지어드리마' 란 말을 수천번은 더 했을 것이다.-뭘까 고심해 본다. 그러고 보니 건축에 관한 책 중 한옥에 관한 책은 손에 꼽는다.
그래도 책을 뒤진다.세상에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어찌했을꼬. 하지만 책 속엔 고답적인 한옥의 미를 설명할 뿐이다. <한옥살림집을 짓다>,<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와 같이 실용서에 가까운 책이 가뭄에 단비처럼 있긴 하지만 도통 이 한옥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역사를 설명해 놓은 책을 찾기 어렵다.잡지<공간>을 헤매며 본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건축가,한옥을 이야기하다" 라는 건축가 황두진의 연재물.
그리고 멋진 표지를 달고 단행본으로 나왔다. 여기서 한옥이 오명을 쓴 이유와 한옥의 과거와 현재 모두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먼저 나온 글쓴이의 책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에서부터 '동네건축가'를 자처한 글쓴이의 건축철학에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옥의 갈길은 멀어보인다. 비싼 시공비에 이래저래 아직은 한옥이 짓기 어려움 집임은 틀림없다.
지금 한옥은 조금씩 그 이름을 찾고 있는 중이다.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한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진짜로 한옥이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벅찬 마음이 가라않지 않는다. 한옥의 새로운 변신이 도전이든 파격이든간에 우리 생활속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그나저나 한옥 지을 '쩐'은 언제 다 마련하나...끌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