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이매지 > 진중권 “내 인생의 책”




저는 우선 고전을 권해요. 고전이라는 것이 괜히 고전이 아니잖아요. 저한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책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어요. 모든 예술이 거기 다 나온다고 보면 되요. 상상력이 장난이 아니죠. 예를 들어,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모험>은 루이스 캐롤의 일본판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제임스 조이스 같은  다 거기서 나온다고. 거기에 상상력의 원천이 있거든요.

 

 

 

유머 감각 있잖아요. 제가 정치풍자 같은 것 할 때 쓰는 유머감각 같은 것. 그건 마크 트웨인에게서 배웠어요. <톰소여의 모험>이죠.

 

 

애드거 앨런 포의 어렸을 때는 단축된 것을 읽었는데, <황금 풍뎅이>라는 걸 보면 암호 찾는 게 나와요. 그걸 보고서 어렸을 때 암호와 기호, 언어에 대한 관심과 자극을 받았구요.

애드거 앨런 포 단편선

 

 

상상력을 확 키워준 것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예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좋았다 정도였는데. <황금가지> 보면서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화와 종교, 철학을 기본이라고 하지만, 사실 신화 이전에 있는 게 주술이거든요. 신화만 해도 굉장히 합리적이고…그런데, 이건 그 이전의 얘기예요. 굉장히 풍부한 아이디어 얻을 수 있죠.

 

 


저에게 충격을 줬던 책이 있어요. 제가 쓴 <춤추는 죽음>이란 책을 쓰게 만든 토대가 된 책이죠. 바로 필립 아리에스가 쓴 <죽음 앞의 인간>이예요. 많은 작업을 하는 데 바탕이 되었는데. 이런 책 하나 쓰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책이 하나가 바로 이 책이예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도 그런 책이죠. 서양 사람들보면 젠틀해 보이고 매너 있어 보이잖아요. 중세 때 외향적이었던 서구 사람들이 어떻게 내성적으로 되었는지. 오늘 날의 젠틀한 서구인들이 어떻게 탄생했나에 관한 얘기예요. 중세 때만해도 방구도 뀌고, 트림도 끅끅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 하거든요. 예도 많고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근대성에 대해서 알 수 있죠.


여기까지가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만한 책들이고요.

 

이건 어려울 지도 모르겠는데, 발터 벤야민의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을 추천해요. 이건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지금 미디어의 시대잖아요. 생산 패러다임에서 정보 패러다임으로 확 철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람이 벤야민이예요. 미디어 혁명의 패러다임을 제공한 사람이죠.

 

 

이것과 <디지털 모자이크> 라는 책이 있어요. 스티븐 홀츠먼이란 사람. 원래 이 책 말고 이 전에 쓴 책이 <디지털 만트라스>라고 있는데, 그 책은 번역이 안되어 아쉽고요. 그 후속판이 번역이 된거예요. 이 책은 우리가 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미학의 기초를 다룬 책이죠. 쉽고 재미있어요.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는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가 재미있었어요. 거기에 사방이라는 개념이 나오죠. 고 부분이 재미 있었고, 기억에 관한 얘기가 참 재미있어요.

 

 

 

소설은 몇 권 안 읽었지만, 보르헤스. 보르헤스는 정말 권하고 싶어요. 알렙…그 중에서도 특히 2,3,4 권이 좋은 것 같고. 5권 정도로 가면 아포리즘에 가까워 지거든요. 3권이 절정이예요. 중남미 특유의 매직 리얼리즘의 극치죠. 가짜 책, 없는 책을 인용하고. 미학 오디세이 3권은 보르헤스를 많이 인용했어요.













카프카는 아직 다 이해를 못했어요. 제대로 이해는 안 됐지만, 매력을 느껴요. 시간이 되면 카프카에 도전하고 싶어요. 카프카 책 보기



 

마지막으로는 성경이죠. 특히 구약성서는 상상력의 스케일이 틀려요. 그리스 신화만 해도 대충 있잖아요. 있는 상태에서 신들이 등장하잖나요. 근데 성경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로부터의 창조예요. 빛이 있으라 그러면서 쫙 갈라놓잖아요. 그 다음 나오는 판타지가 엄청나죠. 바다가 갈라지지 않나.. 불기둥이 솟아오르지 않나....병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지 않나 하늘과 땅으로 쫙 이어지는 야곱의 사다리 같은 것들... 

성경을 종교의 관점이 아니라 문학의 관점, 예술의 관점, 학문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 어떤 텍스트보다도 많은 것이 들어가 있죠.

 

진중권│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련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유학하여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공부하다 1999년 귀국하여 [아웃사이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한 비판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 미스터북맨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ra95 2006-02-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들만 잔뜩 있군요. 사실 진중권의 책들도 저한텐 쉽지 않았는데..

그루 2006-02-2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중권씨의 책이 한 권밖에 없어요~ ㅎㅎㅎ 그나마 읽다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