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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라히마 볼드윈 댄시 지음, 강도은 옮김, 한국슈타이너교육예술협회 감수 / 정인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가지고 부터는 미안한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요. 일한답시고,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인생의 영유아시기에서 엄마란 사람이 조연배우로 머물렀던 원죄가 가장 크긴 하지만, 그외에도 온갖 육아서에는 태교부터 시작해서 출산과 육아, 이유식, 인지교육, 훈육, 놀이, 건강상식 등등..올바는 마더링에 대한 주문이 어찌나 많은지, 하다못해 월령에 맞는 장난감을 구비못한 엄마들의 죄책감마저 요구하는 육아지침도 있더군요.
책읽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지침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핸드메이드 유기농음식만 먹이지 못한 죄책감, 유아기부터 영어에 노출시키지 못한 죄책감, 집안에 비디오나 TV,컴퓨터를 치우지 못한 죄책감, 자연과 접촉할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한 죄책감, 부대낄 형제를 만들어 주지 못한 죄책감..등등..열거하자니 한도 끝도 없군요.
육아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 끝모를 엄마에 대한 요구를 마주하면, 막막한 기분 마저 듭니다. 얼마전엔 영어 잘 하는 아이들 둔 엄마의 책을 읽었는데..흠..그 열성과 노력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한숨을 쉬게 만들더군요. 에고..난 애저녁에 포기해야겠구나.
이 책은 이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죄책감을 상기시킵니다. 이 책에서는 내가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미명하에 무시해왔던 덜 중요한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대신에, 슬쩍 덮어두었던 원죄를 다시 집요하게 건드리는 군요.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을 고려한 듯 한 단서가 매번 붙어있긴 하나, 어쨌던 전 기본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엄마가 확실합니다. 이책을 읽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도대체 8시에 퇴근하는 제가 무슨 수로 아이를 7시 30분까지 재울수 있겠으며, 마트에서 파는 콩순이인형도 사주길 미루고 있는데 발도르프 인형을 어떻게 만들어 줄수 있겠어요)
그래도 4살에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게 한 엄마의 천재아이 만드는 육아법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지만,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환경과 경험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창조적인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키워야 한다는 말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지요.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 연구결과도 있다는데 반박할 수도 없잖아요. 에효. 갈길이 멀군요. 그저 기차길 옆 옥수수처럼 잘도 자라주고 있는 아이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커주길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