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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흔하고 흔한 십대들의 성장이야기. 게다가 이녀석들은 성장소설 치고 드물게 모.범.생. 이라 포르노나 유부녀와의 정사나, 가출같은 일탈은 주인공을 십대답게 만들기 위한 액세서리에 불과하고 결론은 늘 청소년 드라마의 전형적인 엔딩입니다. 언제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어른세계에 대한 호기심, 가출하면서 목욕도구를 챙길 정도의 적당한 현실감을 가진 청소년들이 내릴만한 결론이죠. 학교강당에 모아놓고 읽어줘도 상관없을 정도로 건전합니다. 뭐야, 시시하잖아.
20대를 넘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십대에 대한 향수와 묘한 질투심을 제대로 자극하는 맞춤 소설아닌가 싶기도 해요. 작가가 60년생이라니 더더욱 그 혐의가 짙습니다. 그보다 조금은 십대를 지나온 시간이 짧은 나도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게 14살의 나예요. 그 시절은 늘 암전상태로만 남아 있거든요. 이토록 구체적인 아이들의 고민이 어쩐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건 저 혼자만인가요? 60년생 작가가 우타다 히카루 같은 눈매가 어쩌고, 아라시의 신곡이 어쩌고 하는것도 어쩐지 닭살스러워요.
그런데, 아, 잊고 있었군요. 주인공은 14살입니다. 그것도 평균치의 중학생. 그들의 고민이 가볍고, 뻔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밖에 없다는 거 당연하잖아요. 이런 바보.
박민규의 글에서처럼 이 소설은 분명 어른용입니다.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인생의 최고 좋은 시절에는 자신도 그 그룹에 속했을 정도로 좋았"지 않았냐고, 언덕길을 페달도 밟지않고 단숨에 내려가며 소리를 지를 때처럼 기분 좋은 순도100%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냐고 상냥하게 묻습니다. 암전상태인 나조차도 내 14살을 곰곰히 돌이켜보았으니까요. 20년 후에 열어봐야 의미있는 타임캡슐정도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