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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사양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살에 성공한 작가의 소설에 붙여지는 이름에 걸맞게 그의 소설에는 늘 허무주의니, 우울이니, 정신적 공황이니 하는 네가티브한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그런데 어쩐지 저는 각오하고 든 이 소설집을 꽤나 경쾌하게 읽었습니다. 특히, 사양의 경우는 마치 하이틴로맨스를 읽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레면서 읽었다고 하면, 다자이의 팬들에게 혼나려나요?
그의 소설에 대한 상찬과 함게 따라다니는 자의식 과잉이란 비판은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아픔은 현실적인 고통에 비해 너무 아름답고 로맨틱하게 그려지거든요. 그는 살아가는게 힘들다기보다, "강한자로서 살아남기가"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는 연약한 자신을 사랑하고, 동시에 그런 자신을 뻔뻔하게 사랑하는 자신을 혐오했겠죠. 그래서 전 한줄 한줄 그의 고통이 왠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꺼라는 생각을 마지막까지 했습니다.
보세요. 그의 본심을,
"너무도 비참합니다. 태어나길 잘 했다고,아아,목숨을,인간을,세상을 축하해 보고 싶습니다."
정말로 그의 소설이 끝간데없이 암울하고, 죽음으로 치닫는 정서를 갖고 있었다면 어쩌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살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나니 그의 아픔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죽는거보다야 사는게 더 힘든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