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위하여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7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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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에서 통영 사량도의 세계100대골프장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사량도는 박완서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에 나온 섬이다.  몇 해전 가을에 이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가끔은 읽었던 책을 처음 보듯 잊을 때가 있지만 줄거리를 다시 읽어 보면 기억난다.

 

 이 소설은 같은 집에서 태어난 여덟살 아래인 사촌동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풍족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나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나의 집안일을 해주며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사촌동생을 그리워 한다. 사촌동생은 젊어서는 자식 챙기고 늙어서는 남편 병수발 드느라 어렵게 살아왔지만 임종 전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자랑한다.

 

  사촌동생은 친구를 도와주러 갔던 사량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어부와 사랑에 빠진다. 나는 사촌동생이 없는 집에서 사촌동생를 그리워 한다. 막상 자신의 곁을 떠난 사촌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 나는 것은 화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추석 전이라 그런지 옛사람들이 생각난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우리집에서 식모살이를 했던 이웃 마을의 누나와 삼촌 등 나와 같이 살았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60-70년대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 받고 가사일을 돕던가, 새경을 받고 농사일을 도와 주던 머슴살이가 있었다.

 

 정미소 일로 바쁜 어머니 곁에 늘 '구럴떡' 이 있었다. 아침이면 마을에서 일찍 올라 왔다. 그냥 어머니의 부엌 살림을 도와주는 할머니었다. 여름날 10 여리 떨어진 국민학교에 다녀온 나에게 점심을 내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왕겨와 풍구로 불을 때던 작은 키의 구부정한 구럴떡(댁호) 얼굴이 생생하다.

 

 그리워 하는 마음은 좋은 것이다. 그 의미는 좋은 기억에 대한 자기만의 회상이다. 유대인을 학살했던 아우슈비츠를 그리워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분노이며 고통이며 절망의 기억이다. 올해 추석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먼 훗날 그리움으로 되살아 나기를 소망한다. '1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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